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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아민 Dec 07. 2024

우리의 거리, 1cm

이런 건 처음이라

 숨이 막힌다는 게 이런 것일까. 선배의 등장으로 불편하고 재미없게 흘러가던 시간이 순간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잘생긴 사람은 뭘 해도 잘생겼다더니, 아니 잘생겼다는 말도 선배한테는 같잖게 느껴졌다. 깔끔하게 올렸던 앞머리가 차분히 내려와 눈썹을 자연스럽게 덮었고 적당한 두께의 뿔테안경은 선배를 더욱 지적여보이게 했다.


쿵쿵 뛰던 가슴이 뻐근하게 답답해졌다. 물이라도 머금고 있는 듯 입안에 수분이 가득했다. 숨도 쉬지 않고 침도 삼키지 않은 탓이었다.


"어디 앉을까?"


선배는 테이블 가까이와 빈자리를 쓱 훑었다. 남은 자리는 내 옆자리와 내 앞자리였다. 그리 낯선 구도는 아니었다. 그때, 채은이 자신의 옆을 톡톡 치며 말했다.


"오빠, 여기! 내가 자리 비워놨어요."


채은은 의자에 올려놓은 가방을 들어 올리더니 뒤 테이블에 올렸다. 선배는 채은을 한번 보더니 내 앞자리에 가방을 내리고는 말했다.


"화장실 갔다가 올게. 더 시킬 거 있으면 지금 말해. 가면서 시키게."


채은이 입술을 삐죽이며 선배를 노려봤다. 선배는 그녀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테이블에 깔린 술들을 확인했다.


"술 안 먹는 사람이 좀 있는 것 같으니까 맥주랑 소주 두병씩만 들고 올게. 안주 더 필요한 거 있어?"

"오빠 공깃밥 좀. 여기 알탕이 진짜 맛있어요."


선배와 짝을 했던 현정의 친구는 수줍게 손을 들고는 말했다. 불편한 자리라 딱 한입밖에 안 먹었지만 알탕이 기가막히긴 했다. 얼큰하면서도 짭조름하고 알들이 탱글탱글하면서도 고소했다. 술안주로만 먹기엔 아까웠다. 선배는 알겠다는 듯 살짝 웃으며 돌아나갔다.


"아, 짜증 나!"


채은이 가방을 다시 가져와 던지듯 놓으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돌변했다. 그리고 그 짜증은 나에게로 향했다.


"언니는 좋겠어요."

"야, 하지 마."

"아, 뭐! 내가 뭐랬는데! 좋겠다고 그냥!"


채은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옆에 있던 친구가 말렸다. 대체 뭐가 좋겠다는 건지, 왜 나에게 짜증의 화살을 돌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끝까지 그녀의 버릇없는 태도가 거슬리고 기분 나빴지만 맞받아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것도 내성이 된 건지 그저 빨리 이 자리가 끝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잠시 뒤 맥주와 소주를 들고 선배가 올라왔다. 테이블 위에 술을 올리고 현정의 친구가 주문한 밥도 두어 개 들고 왔다.


"공깃밥 하나는 서비스래서 하나 더 들고 왔어. 먹고 싶은 사람 먹어."

"오, 지훈 오빠 센스쟁이시네요. 나눠먹기엔 약이 적을 것 같았는데."


현정의 친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잔망스럽게 흔들었다. 그녀는 밥뚜껑을 열어 한 숟갈 크게 떠서 자신의 앞접시에 덜었다. 그러고는 보글보글 끓고 있는 알탕을 그 위에 얹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실습생들도 하나둘 밥을 덜어가 알탕에 말았다. 여기가 집이었다면 포슬포슬한 알들을 가득 퍼와 뜨끈한 국물과 함께 크게 한입 먹었을 텐데, 아쉬웠다.


"너는 안 먹어?"


어깨에 가벼운 무게가 얹어졌다. 그리고 옆 의자가 끼긱, 소리를 내며 뒤로 당겨졌다. 그러자 당연한 듯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저, 저는 배가 안 고파서."

"그래?"


바보같이 당황한 티를 내버렸다. 당연히 가방을 놓은 자리에 앉을 거라 생각했다. 앞자리라도 숨 쉬는 게 힘들 것 같았는데 세상에, 옆자리라니. 그것도 이렇게나 가깝게, 고개만 돌려도 숨결이 닿을 정도로 말이다. 맞은편에 놓인 수저와 앞접시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온 선배는 제일 먼저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비워내고 바로 앞에 있는 새우과자를 입에 넣어 와그작 씹었다.


"술은?"

"안 좋아해요."

"먹을 수는 있는데 안 좋아하는 거야 아님 못 먹는 거야?"

"못 먹기도 하고, 안 좋아하기로 하고."


술을 먹으면 심장이 기분 나쁘게 뛰었다. 목아래에서 울렁거리는 느낌도 싫었다. 한잔만 먹어도 몸전체가 빨갛게 익는 체질이라 술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입에도 안 댔다. 선배는 흐음, 아쉬운 소리를 내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새 맥주잔을 당겨와 내 앞에 놓더니 콜라와 사이다를 절묘하게 섞어 옅은 갈색빛을 띠게 만들었다.


"기분만 내는 건 괜찮지? 자, 짠!"


선배가 잔을 들어 내 앞으로 내밀었다. 건배를 하자는 건 알겠는데, 우리 둘이만? 묘하게 이채은의 눈치가 보였다. 지금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날 째려보고 있는 게 창을 통해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천천히 컵을 들고 선배의 반대편으로 몸을 틀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훈 선배가 건배하자네요. 하하!"


선배의 제의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좋고 떨렸다. 내가 꿈꿔온 이상형과의 건배가 싫은 사람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까. 이런 자리가 아니었다면 음료가 아닌 술이라도 건배를 외치며 벌컥벌컥 마셨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너무 잘 안다. 오해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가시 돋친 감정을 나 혼자 꼭꼭 씹어 삼키기엔 이전에 받았던 상처가 여전히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팠다. 이유도 없이, 그저 누군가가 좋아하는 사람의 호의를 받았다고 해서 괴롭힘을 당하고 적이 되는 게 난 무서웠다. 선배에겐 미안하지만, 난 선배의 호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오, 건배 좋지! 지훈아, 니 차 들고 온 거 아니가?"

"술 마실 것 같아서 두고 왔지. 자, 건배합시다."


불쾌해할 줄 알았던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높게 치켜들며 모두에게 말했다.


"모두 수고하셨고, 좋은 인연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기회가 되면 필드에서 다시 만납시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의 간결한 건배사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래, 잘한 거야. 잘한 거야. 아쉬워 풀 죽어버린 마음을 애써 달래며 웃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선배의 빈 그릇을 살짝 쥐며 말했다.


"선배, 알탕 떠드릴까요?"

"아냐, 괜찮아. 내가 알아서 먹을게."


화가 나신 게 분명했다. 그래, 기분 나쁠만하지. 같은 학교 후배라 아무 뜻 없이 건배를 제안하신 건데 내가 괜히 나대서 안 해도 되는 건배사까지 하게 만들었으니. 사과하고 싶은데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 사과할 일이 맞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난 감자튀김 좋아해서."


어?!


1cm였다. 멀리 있는 감자튀김을 집기 위해 손을 뻗은 선배의 볼과 내 입술과의 간격이 불과 1cm였다. 놀래서 들이쉰 숨에 선배의 머리카락이 흔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무심결에 선배가 고개를 돌리기라도 하면, 어쩌면, 입술 끝이 닿을지도 모르는 숨 막히는 간격이었다.


"음, 그냥 화채 먹을까."

"흡!"


선배의 몸이 움직인 순간 그 1cm마저 줄어들었고, 난 반사적으로 숨을 꾹 참고 머리를 소파 등받이로 바짝 붙였다.


"오빠 제가 떠드릴게요. 화채요?"

"응. 고마워."


화채 가까이에 있던 현정의 친구가 화채 그릇에 화채를 담고 선배에게 건넸다. 선배는 화채를 받아 들고 아무렇지 않게 몸을 바로 세워 앉았다. 심장이 절구질을 해댔다. 너무 놀라 꽉 쥔 두 손에 손톱자국이 남은 듯 아렸다. 가까이 있는 사람한테 좀 떠달라고 하면 되지 굳이 왜 본인이 움직여서는. 그나저나 숨은 어떻게 쉬는 거더라?


겨우 숨 쉬는 방법이 생각나 천천히 호흡하면서 땀으로 젖은 손을 남몰래 소파에 슥슥 닦고 있었는데 새끼손가락에서 낯선 온기가 느껴졌다. 화들짝 놀라 손을 들어 올렸고, 이윽고 그 낯선 온기가 선배의 손임을 알았다. 선배는 괜찮을까? 이 빌어먹을 소파의자가 문제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소파라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난 그저 멍하게 눈만 꿈벅거리고 있었다. 선배가 움직일 때마다 팔이며 어깨가 스쳤고 선배가 이야기한다고 몸을 틀 때마다 선배의 무릎이 내 무릎에 살짝씩 닿았다. 그리고 눈앞에 선배의 다부진 목선이 보일 때마다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오늘처럼 이렇게 내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린 적은 없었다.


"자,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일어날까요?"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조금은 외진 곳이라 버스가 빨리 끊기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서둘러야 했다.


"제가 담당선생님한테 카드 받았으니까 계산하고 올게요."


선배는 지갑에서 하얀 띠지가 붙여진 카드를 꺼내 들고는 내려갔다. 난 제일 먼저 가방을 챙기고 문 앞에 섰다. 선배가 올라오기 전에 서둘러 갈 생각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선배를 다시 마주 보는 게 부끄러웠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몇 년 만인지 모른다. 확 트이고 당당한 목소리로 다수에게 말해본 게 말이다.


"혹시 2차 갈 생각..."

"아니요! 저는 집에 가보겠습니다."


버스만 타고 나가면 시내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2차를 가기로 이야기가 된 모양이었다.


"단호하네. 그래요. 수고했어요. 잘 가요."


꾸벅,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빠르게 뛰어내려 갔다. 카운터에서는 선배가 주문내역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는 게 맞는 것 같아 카운터로 다가가 선배의 어깨를 살며시 치고는 일방적인 인사를 건넸다.


"선배, 먼저 가볼게요. 조심히 가세요."

"어? 혜정아 잠깐만, 아 네. 소주 8병 하고 맥주 10병, 생맥도... 네네."


나를 불러 세우느라 내 쪽으로 손을 뻗고 있는 선배를 뒤로하고 가게를 나왔다. 이제 진짜 끝이다. 로테이션을 돌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실습도 불편한 분위기도, 그리고 만인의 첫사랑과도 같았던 선배와도 끝이다.


"하아, 이제 무사히 졸업만 하면 되나."


솔직히 선배와의 시간은 아쉬웠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이성적인 애정이 아닌 유명인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그런 감정이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선배의 말없는 배려가 늘 고마웠고 오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을 땐 설렘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감히 나 따위가 선배를 좋아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예쁘지도 않고 덩치만 큰 내가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여자친구가 어떤 사람이었는데 감히 내가 말이다. 헛된 희망에 날 밀어 넣고 싶지는 않다.


이번엔 시원섭섭했다. 다른 사람들 눈치 본다고 선배랑 이야기도 많이 못했는데, 지금 와서야 후회가 됐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을 거면 더 친한척할걸.


"유혜정!"


바닷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뒤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착각이 아니라면 그 목소리는 선배였다.


"...... 선배?"


얼마나 급하게 뛰어온 건지 가방도 제대로 메지 않고 지갑도 손에 덜렁덜렁 들려있었다. 선배는 가쁜 숨을 길게 후, 내쉰 뒤에야 가방을 고쳐 메고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선배, 왜요?"

"야."


야? 야,라고?


처음이었다. 이름이 아닌 그냥 야,라고 부른 것은. 내가 뭐 화나게 한 일이 있나? 잠깐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냥 가서 화났나? 어떡하지?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을 때쯤, 선배는 차분하게 내려앉은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렸다 내리더니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혜정아, 나 눈 엄청 좋아."

"아, 네."

"나 이 옷도, 하아...."


자신의 옷깃을 펄럭이며 말하던 선배는 불현듯 한숨을 쉬며 털썩, 쭈그리고 앉았다. 이건 무슨 상황일까.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거지? 아! 술에 많이 취하셨나? 택시를 불러드려야 하나? 여긴 택시도 잘 안 다니는 길인데 어떻게 해야 하지?


"선배 괜찮으..."

"혜정아."

"네."


선배는 그렇게 한참을 뜸 들이더니 고개를 들고 헛헛하게 웃으며 말했다.


"... 나 지금 진짜 별론 거 아는데, 그래서 좀 창피한데... 너한테 연락해도 돼?"


나를 올려다보는 선배의 눈이 이상하리만큼 처연해 보였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착각하고 싶지 않아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나를 쫓아온 건지, 왜 다른 사람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내 옆을 지켜준 건지, 왜 오늘처럼 가만히 있는 사람 숨도 못 쉬게 괴롭혔던 건지. 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그저 착각일까 봐,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여자가 처음이라 오기일까 봐, 수많은 예쁘고 멋있는 그림들만 보다가 찰나의 다른 그림에 가진 호기심일까 봐, 누군가와 재미로 한 게임일까 봐 물어볼 수 없었다. 상처받기 싫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언제나 그렇듯 난 혼자 수강신청을 하고 강의를 들었다. 마지막 학기라 그런지 다들 자격증 준비에 언어시험까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반면 나는 졸업 후 뭘 할지가 고민이었다. 이 전공은 살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강의가 연달아있어 점심은 간단히 샌드위치로 때우기로 하고 매점으로 향했다. 혼자 다니면 이게 편했다. 점심메뉴를 고민하지 않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다. 학과 건물이 보이는 야외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와 커피우유를 한가롭게 먹고 있을 때 누군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학과 건물을 울렸다.


"이여! 신지훈! 이게 얼마만이고!"


신지훈? 나는 화들짝 놀라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진짜 지훈 선배가 여전히 배우 뺨치는 자태를 뽐내며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치, 연락해도 되냐고 해놓고선..."


그날 이후로 선배의 연락은 없었다. 며칠이고 기다렸다. 혹시나 차단문구가 섞여있어 차단이 된 건 아닐까 문자메시지함도 매일 뒤져봤다. 헛수고였다. 역시 그랬다. 이변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떠들썩했던 학과 건물이 조용해졌다. 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반짝, 빛을 냈다. 메시지 알림이었다. 메시지의 수신인 '지훈 선배'


이렇게 갑자기? 떨떠름하면서도 궁금했다. 열어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선배를 기다린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난 호기심에 지고 말았다. 이건 호기심이다. 그렇다고 해두자.


[잘 지냈어? 이렇게라도 보니까 반갑고, 좋네... 혹시 내 연락 많이 기다렸어? 미안해. 나 오늘 서울로 올라가. 좀 일찍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게 됐어. 음, 우리가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럼, 내가 조금 더 용기 낼 수 있었을까? 걱정하지 마. 너 정말 매력적이고 멋있는 여자야. 덕분에 즐거웠어, 설레기도 했고(웃음). 고마워.]


"... 이게 뭐야. 고백인 것도 아닌 것도 아니고."


웃음이 났다. 선배가 어떤 고민을 했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메시지에서 느껴졌다. 용기를 내지 못한 건 오히려 내쪽이었다. 나를 사랑할 용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의심 없이 누군갈 사랑할 용기도 없었다.


그로부터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선배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멋지고 화려한 여성과의 아름다운 결혼소식이었다. 멀리서나마 무운과 행복을 빌어줬다. 뭐, 조금은 질투하면서.


[만인의 첫사랑이자 나의 첫사랑이여, 안녕. 많이 좋아했어요. 이제야 용기를 내요. 우리가 서로 같은 마음이었던 게 맞다면, 그렇다면 고백해 줘요. 나도 많이 좋아했다고.]





- 그렇다면, 고백해 줘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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