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동료들과 거의 매주 책을 같이 읽는다. 주로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며 사회 혁신을 모색하는 내용 중심이다. 그동안
<사회 혁신 비즈니스>,
<로봇 시대, 인간의 일>,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사피엔스>,
<Bold>,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
<알렉 로스의 미래 산업 보고서>를 함께 읽었고,
<생각에 관한 생각>은 May의 완벽한 설명으로,
<에너지 혁명 2030>은 내가 대충 요약하는 걸로 진행했다.
꽤 빡센 독서인데, 업무상 필요해서 시작한데다 해보니 즐거워서 계속 달리고 있다. 탁월한 리뷰어이자 정리의 달인인 May와 Noah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독서모임을 두 개 더 하는 나는 독서 속도 좀 늦추자고 살살 조르는 중이고.. 그 와중에 이번 책을 보게 됐다. 처음으로 함께 읽는 SF 소설! 과학이 상상할 수 있는 미래를 픽션으로 살펴보자고 했다.
제임스 P. 호건이라는 저자는 처음 들어봤는데, 알고보니 대단하다. 전기공학, 전자공학, 기계공학을 5년 배우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충격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1977년 데뷔작이 바로 이 책 <Inherit the Stars>이다. 그는 2년 뒤 전업작가로 나섰고, 특히 일본에서 열광한 작가다. 이 책은 시리즈로 이어지는데, 아래 그림에서 3번까지가 레전드 급이라고 들었다.
이야기는 달에서 우주복 차림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본격 진행된다. 분석 결과, 5만 년 전의 시신이라는게 핵심. 설마 5만 년 전에 인류에 그런 문명이 있었다는 것일까? 그 문명의 흔적은 왜 전혀 남아 있지 않은걸까? 아무리 분석해도 인간이라는 결론인데,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뛰어들어 조각조각 풀어내는 실마리들이 이야기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특정 분야의 과학자는 한 단면만 보게 되지만, 이를 전체로 조망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거대한 진실을 조금씩 맞춰가게 된다.
일본에서는 만화로도 나왔다. 이건 번역본 캡쳐. 일본 아니메 여럿에 영감을 미쳤다는 그런 작품이다. 약간 옛날 식 그림체라고 웃기는 했지만, 그래도 책으로 읽은 내용을 이렇게 보니 또 재미있다.
이 기막힌 이야기가 사실 1977년에 나왔다는게 더 놀랍다. SF라는게 원래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공상과학이라고 하기엔, 과학에 더 방점이 있는 장르. 상당히 설득력 있게 기술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사실 이 부분은 <마션> 마냥 난이도가 있다. 그러나 그런건 휙휙 넘겨도 지장 없으니, 나는 주로 스토리만 따라가는 편. 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우선 77년에 자율주행 비행기를 상상해낸 능력이다. 우주 탐사에 속도가 붙은 건, 국가간 군비 경쟁이 사라진 덕분. 그 이유도 흥미롭지만 무튼.. SF가 흔히 사회와 체제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활용되듯,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파멸적 메시지도 강렬하다.
그리고, 과학적 추론이 부딪치고 각종 증거를 토대로 한 가설과 반론이 이어지는 구조 자체가 매우 인상적이다. 진실을 탐구하는 과정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주인공은 끊임없이 모든 가능성을 하나씩 살펴본다. 전혀 다른 백그라운드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가슴 뛰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이 이 분야 거의 고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시절에 이렇게 충격적인 결론으로 풀어낸 것도 대단하다. 아마 처음부터 결론을 갖고 중간 고리를 하나하나 검증했겠지? 짜릿한 결론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던 비밀을 풀어낸 방식도 파격적이다. SF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상상력의 힘!
소설로 북 스터디를 하면 어찌할까 했는데, 우리의 May는 소설조차 구조적 발제가 가능한 능력자였다ㅎㅎ 그의 발제에 모두 빵 터졌지만, 진정 대단하다. 그리고 그는 달에 대한 동영상도 두 개나 소개해줬다. 기대 이상 멋있는 동영상이다. 함께 올려놓는다. 우리의 다음주 책은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빡센 책들 사이에서 휴식 같은 즐거움이었다.
만약 달이 없다면 벌어질 일들
세상의 시작! 5분만에 보는 지구와 달의 탄생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