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지 않아도 발레를 할 수 있나요?” 질문에 대한 대답
어릴 적 누구나 배워본다는 그 흔한 태권도를 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그 말인 즉 살면서 다리 찢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는 뜻.
중고등학교 때 유연성 측정을 위해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를 하면 반에서 중간 정도.
특출나게 유연하거나 그렇다고 뻣뻣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몸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다른 곳보다 윗등과 햄스트링이 굳은 것이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 체형적으로 아킬레스건도 짧아서 하체의 가동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발레를 시작하기 전에 들었던 생각은 "나 같이 뻣뻣한 사람도 발레를 해도 될까?"
지금도 주변에서 많이들 유연하지 않아도 발레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발레를 하면 유연해지는지 물어본다.
취미 발레 3년 차, 처음에는 다리를 70 도 이상으로 벌릴 수도 없었지만 이제는 어느새 일자 스트레칭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고통 (?) 과 뿌듯함의 여정은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나도 발레 1년차까지는 다리찢기 앞에서 절망했었다.
어릴 때 찢어본 적이 없으니, 타고나기를 유연하지 않으니 평생 못찢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고 금방 금방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꾸준히 3년 정도 스트레칭을 하면 정말, 어느샌가, 다리를 찢을 수 있게 된다.
우선, 다리찢기는 앞으로 찢기 (프론트 스플릿) 과 옆으로 찢기 (사이드 스플릿) 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 그래도 앞으로 찢기는 생각보다 잘 되는 사람들이 많다.
햄스트링하고 장요근/대퇴직근의 유연성만 기르면 빠르게 찢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발레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앞으로 찢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옆으로 찢기
옆으로 찢기를 하기 위해서는 허벅지 안쪽 근육인 내전근의 유연성이 필수인데
매일 회사에 출근해 의자에 앉아있거나 냅다 드러눕기만 하니까 내전근을 쓸 일이 거의 없다.
평소에 유연성이고 뭐고 잘 인지하지도 못했던 근육을 쓰려니 영 쉽지 않았다.
앞으로 찢기의 경우 좌우 골반의 비대칭에 따라 왼쪽, 오른쪽의 가동 범위가 다를 수 있다.
나는 왼쪽 다리를 앞으로 찢을 때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찢는건 아직도 힘들다.
(그 극명한 차이를 느낀 후로는 이제 다리를 꼬지 않게 되었다.)
사진을 아래에서 위로 찍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벌어져 보이지만, 현실은 75도 정도 밖에 벌어지지 않았다.
옆으로 찢기는 다리를 90도로 다 찢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다리를 어느 정도 찢은 상태에서 허리를 펴고 몸을 앞으로 굽히는 것이 중요하다.
코어가 없는 사람이 다리를 옆으로 찢으면 허리가 뒤로 빠지거나 상체의 중심을 잃고 몸이 뒷 쪽으로 기운다.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쭉 편 상태로 바닥을 짚고 내려가는 연습을 하다보면 내전근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다.
발레를 2년 정도 했을 때도 다리찢기만 하면 고관절과 무릎이 너무나도 아팠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왼쪽 무릎은 들뜨지 않고 안정적으로 펴져 있지만, 오른쪽 다리는 바닥에서 무릎이 뜰 정도로 골반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이게 다 다리를 꼬고 앉아서..)
또, 코어가 없으니 허리도 쭉 펴지 못해 윗등이 둥그렇게 말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취발러 3년차가 되어도 여전히 다리찢기는 너무 힘들다.
이 쯤 되니 오기가 생겨 나 혼자만의 스트레칭 루틴을 만들어 발레 수업 전후로 하기 시작
끝내주는 다리찢기를 하겠어!
마침 이 맘때쯤, 발레 학원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
취미 발레러를 거의.. 전공생처럼 대하며.. 극한의 유연성 훈련을 해주는 분이셨다.
보통 발레 수업은 8~90분 정도 진행된다.
학원 별로 다르겠지만 대부분 매트에서 30분, 바 잡고 30분, 나머지 시간은 바 없이 중앙에서 동작을 하는 센터로 이루어져 있다.
새로오신 선생님은 센터 시간을 할애해 우리에게 유연성 극기 훈련 (!) 을 시켜주셨다.
위 사진처럼 발등의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해 발가락부터 윗발등을 꾹 눌러주시는데 정말.. 인생에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발레용품 중 ‘포인기’ 라는 물건이 나온다.
위 사진처럼 발을 욱여넣어 발등을 만들고 발끝을 포인으로 만들어주는 21세기 신종 고문 도구인데 그 스트레칭을 선생님께서 직접 눌러주신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다리찢기를 위해.. 내전근도 열어주셨다.
정말..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으로만 봤던 극한의 다리찢기 고문을 내가 당할 줄이야..
3분 남짓한 노래가 끝날 때까지 자근자근 밟아 내전근을 펴주신 선생님 덕분에 다리찢기가 정말 많이 늘었다.
*전문가 선생님 도움 없이는 따라하지 마세요.
그래서,
덕분에! 이제는 어느새 다리를 양쪽으로 찢고도!
발끝 포인을 하고도! 허리를 쭉 펴서 앞으로 내려오고도!
여유롭게 셀카를 찍을 수 있을 정도 ㅋㅋ... 가 되었다.
이 날이 오기까지 거친 여정들이 쉽지는 않았지만,
다리를 70도 이상으로 벌리지도 못하던 수준에서 꾸준히 노력해 성장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너무 뿌듯하다..!
하지만 역시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선에서 차근 차근 나아가야 한다.
유연성은.. 속상하게도 빠르게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니 인내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하루 각도가 1도라도 변하는 것을 즐기다보면 어느샌가 원하는 동작을 할수 있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반드시.
그 날까지 나 스스로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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