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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글을 위해 의도적으로 하게되는 행동

by 근아

지난 일주일 동안 집에서 일만 했다.


그러다보니, 그 안에서 생각은 오히려 멈추어 있었다. 노트에는 그동안 적어두었던 제목과 소재들에 대한 글들이 가득했지만, 그저 떠오른 순간을 기록한 메모일 뿐, 아직 글이 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었다.


토요일 아침, 나는 결국 글을 발행하지 못했다. 늦잠이라는 현실을 핑계 삼아 하루를 흘려보냈다. 잠시 과거의 글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이미 지나간 생각은 현재의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었다. 매일 일하는 내용만을 나열하기에도, 그저 아무 말이나 적어 발행하기에도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글은 나에게 하나의 결과물이기 전에,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이기에, 억지로 채울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나는 외출을 했다. 의도적이었다. 우선은 집 안의 정적인 공기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뚜렷한 목적 없이 걸었지만, 시드니의 시티까지 향한 그 걸음 속에서 수많은 장면과 조용한 물음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글을 위한 외출이었지만, 억지로 수집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길 위에서 마주친 순간들이 조용히 내 안으로 들어와 머물렀다.


이처럼, 생각해보면, 나는 글을 위해 몇 가지 행동을 의도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첫째, 외출하기. 집 안에서는 늘 보던 것만 보게 된다. 내 생각도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맴돌 뿐이다. 그런데 막상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가게 간판에 적힌 글귀 하나까지도 새롭게 보인다. 글감은 그저 내가 보지 않았던 것들 속에 숨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새로운 시도하기. 평소에 하지 않던 길을 걸어본다든지, 가보지 않았던 카페에 들어가 본다든지, 낯선 책을 펼쳐본다든지. 그렇게 작은 변화 하나가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준다. 익숙한 일상 안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던 생각들이, 낯선 경험 속에서 불쑥 찾아오곤 한다.


셋째, 주위를 관찰하기. 예전에는 내가 중심이 되어 글을 쓰려고 했다면, 요즘은 주변이 말해주는 것을 들으려고 한다.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아이들이 노는 소리, 노인이 천천히 걷는 모습, 그런 작은 장면들 속에서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질문들이 떠오른다. ‘저 둘은 어떤 관계일까?'하는 사소한 궁금증 하나가, 나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글이 되기도 한다.


넷째,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기. 때로는 이미 떠오른 글감에 대해 한 번 더 곱씹는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생각을 붙잡아두고, 더 깊이 묻고 또 묻는다. ‘왜 내가 이걸 쓰려고 하지? 이걸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이런 질문을 통해 글이 얕은 수다에서 끝나지 않고, 조금은 더 진솔하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간다기보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글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는다. 억지로 글을 짜내려 하면 그것은 단지 문장의 조합일 뿐, 삶의 기록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글이 막힐 때면, 다시 삶으로 돌아간다. 밖으로 나가거나, 새로운 것을 보고 듣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요히 생각하는 일. 그렇게 다시 삶이 채워질 때, 글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내면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도록 살아내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그 작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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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런치북, [브런치에서 놀자]에는 저의 지난 18개월, 지담 작가의 지난 31개월까지. 꽁냥꽁냥 브런치에서 함께 놀며 스스로를 키우고 글로 벗을 만들고 세상으로 한발 나아간 이야기들이 사.실.적.으로 담깁니다.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저희 둘이 함께 '작정'하고 시작한 [브런치에서 놀자].


본 브런치북을 통해

'글'에 '뜻'을 지니고 '길'을 걷는 많은 분들이

'감'을 얻어 '힘'을 지니시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결'이 같은 이들과

'벗'이 되어 함께 간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은 근아이야기, 10번째 에피소드였습니다.


Ep1. 브런치 작가 16개월의 소회, 지담작가와의 작당

Ep2. 브런치 작가의 시작: 내가 택한 세 가지 첫걸음

Ep3. 브런치북을 쓰며 브랜딩을 이루는 방법

Ep4. 북디자이너가 브런치북을 즐기는 방법

Ep5. 브런치글을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방법

Ep6. 브런치북으로 나를 키워내기

Ep7. 브런치북을 위한 글쓰기 루틴 그리고 노트들

Ep8. 브런치글로 얻게 된 내면의 훈련 5가지

Ep9. 브런치북을 책으로 엮어내는 이유에 대하여

Ep10. 브런치글을 위해 의도적으로 하게되는 행동


지담 작가님의 브런치북 >>> 매주 토요일 5:00am에 발행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withgunah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works



근아 작가의 브런치북 >>> 매주 월요일 5:00am에 발행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hemekunah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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