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재료 중 또 하나 유심히 볼만한것은 동서양 모두가 사랑하는 새콤한 식초이다. 식초는 곡물에 누룩을 넣고 발효한 뒤, 초산발효를 해 만든다. 수개월에서 수 년까지도 걸리는 긴 발효과정을 거쳐 깊고 새콤한 맛과 몸에 좋은 성분이 만들어진다. 식초가그렇게 좋다고하니요리할 때 단맛은 줄이고 새콤함은 올려 무쳐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집에 있는 그 식초는 진짜 발효식품일까?다시 찬장을 열어보자.
대부분의 가정에는 소비되는 식초는 앞면에 크게 '100% 발효식초'라고 적혀있고, 뒷면에는 정제수, 주정으로 시작하는 원재료명이 써 있다. 양조식초는 크게 천연발효식초와 주정식초로 나누는데,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식초는 주정식초이며, 주정이라는 에탄올에 초산균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하루 이틀이면 완성할 수 있지만, 초산발효를 했으니 '100% 발효'라는 표현이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고추장, 된장 편에서 설명했듯, 이 상품은 식초의 효능의 절반만 가진 녀석이다. 사과로 만든 식초인 줄 알고 수십년간 먹어온 이것은 주정에 초산균으로 후다닥 발효한 주정식초에 사과 농축액과 합성향료를 넣은 친구였다.
한 때 다이어트에 좋다고 붐이 일었던 애플비니거는 주정식초가 아닌 천연발효식초이다. 보통 유기농 식초, 천연발효 식초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원재료명에 주정, 농축액 없이 oo식초라고 적혀있으면 천연발효식초이다. 꼭 애플 비니거가 아니어도 된다.
식초는 다이어트 효과 이 외에도 피로회복, 해독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좋은 식초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독성을 중화하는 성분이 있어, 요즘처럼 다양한 경로로 많은 첨가물을 섭취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에겐 꽤 효과적인 보조식품이다. 물론 식품은 식품일 뿐, 약이 아니니 맹신은 금물.
식초 복용법은 간단하다. 하루 한 두 숟가락 정도의 천연발효식초를 물이나 탄산수를 꾸준히 복용하면 된다. 여자 연예인들이 촬영을 앞두고 캔맥주가 너무 먹고 싶을 땐 탄산수로 달랜다고 한다. 이 두 가지를 합쳐볼까? 맥주를 좋아하는데, 요산수치가 점점 높아져 의사 선생님에게 경고를 받은 남편을 위해 탄생한 음료.
특히 일 끝나고 캔맥주 한잔 들이켜야 하루가 마무리 되는 사람이라면, 천연식초 탄산수로 대체해 보길 추천한다. 천연발효식초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다. 제대로 발효한 식초 한 스푼에, 가능하면 향이 없고 탄산이 강한 탄산수면 더 좋다. 맥주의 쨍한 쾌감을 즐길 수 있고 맛도 새콤하다. 요산수치 관리에도 좋고, 뱃살이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기분 탓 일수 있음)
외식보다 집밥이 좋다는 말의 핵심은 재료에 있다. 외식업은판매가와 원재료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날 수록 이윤이 발생하는 그분들의 생업인데, 식초 대신 애플비니거를 쓰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재료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마음에 드는 재료를 발견해가는 것도 꽤 재미있다. 입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조금씩 달라져가면, 건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