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다렸던 순번의 무게

누군가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

by 미묘


오늘도 어김없이 환자들을 마주한다. 고요한 듯 분주한 호스피스 병실에 낯선 발걸음이 몰려왔다. 구급차를 타고 이송되어 온 환자. 오랜 시간 가정호스피스를 통해 완화의료과 돌봄을 받아오던 환자가 새로이 병실에 입원했다. 담당 간호사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환자의 손을 꼭 잡은 채 병실을 둘러보던 보호자의 눈길 끝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설핏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건 조금 특별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단순히 순번을 기다린다는 표현을 하다가도 흠칫 무거운 단어에 말을 줄이게 된다. 순번이 되었다는 건 누군가의 부재를 의미하기 때문일까.


재원기간이 60일이 다 되어 가면 정책에 따라 전원을 한다. 그렇게 2달을 주기로 병원에 마련된 호스피스 병동을 전전하게 된다. 누군가 타 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되면서 기다렸던 순서가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별님이 되어 버린 빈자리가 다음 환자를 맞이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기다리긴 했는데… 막상 오니까 마음이 좀 그렇네요…”


오늘 만난 보호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다리던 입원 순서가 되었다는 사실에 서둘러 입원 준비를 하고 왔지만, 막상 마주한 호스피스 병동의 공기에는 긴 여운이 깃들어 있었다. 누군가 떠났다는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공간의 무게가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조용히 내어 주고 떠난 그 자리에 끝과 시작이 겹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흐름을 지켜본다. 베드를 임종실로 옮긴 후 빈자리를 보며 조금 더 살아내기를 기도하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 빈자리를 보면 평안히 가시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얼마 뒤 새롭게 들어온 환자를 보며, 남은 삶을 누구보다도 찬란하게, 귀하게 살아가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누군가의 인생을 향한 과감한 응원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마흔이 턱끝까지 쫓아온 지금도 마음은 마냥 대학생 풋내기 시절에 머물러 있는 걸 보면, 할머니가 된다 한들 쉬울 것 같지 않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