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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의 브런치 글빵연구소 20강

23화. 종강-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시선

by 미야
글쓰기 새내기 1학년들, 여기 모여요. 언니가 글빵 굽는 법 알려줄게요.

2025년 5월 20일 글빵개업식을 선포했습니다. 그날을 시작으로 종강일인 오늘은 142일째. 오늘까지 서로 모르는 브런치의 작가들이 모여 함께 웃고 울던 날이 5개월. 그 시작이 있었던 뜻깊은 날을 회고해 보고자 합니다.


《미야의 브런치 글빵연구소》를 오픈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올해 브런치를 막 시작했을 때, 《미야의 글빵, 오늘의 브런치》라는 브런치북을 50일가량 운영하면서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발굴하고 소개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루에 100편이 넘는 글을 읽다 보니, 자꾸만 들려오는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글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브런치 작가로 치면… 이제 초등학교 3학년쯤 되었을까?” 대작가님들 앞에 설 수도 없고, 대단한 필력도, 기가 막힌 문장도 없지만 적어도 글쓰기 유치원생이나 1학년보다는 조금 먼저 글을 시작한 사람이니 1학년은 이끌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감히, 열었던 것이

《미야의 브런치 글빵연구소》

개업식부터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수강생, 청강생, 도강생이 몰려왔었죠. 게다가 1학년 수준이 아니라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분들까지요. 덕분에 장장 5개월 동안 함께 신나게 글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미야의 브런치 글빵연구소는 아쉽지만 20강을 마지막으로 대미의 장식을 하려고 합니다.


✦ 제20강.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시선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시선!!”


1장. 예술은 ‘표현’이 아니라 ‘의문’에서 시작됩니다

1917년, 한 남자가 변기를 뒤집어 미술관에 내놓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작품명은 '샘(Fountain)".


그가 변기에 사인한 이름은 ‘R. Mutt’. 작품 설명도, 화려한 색감도, 뛰어난 기법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단순한 행위가 예술의 정의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죠. 뒤샹은 일상의 사물을 예술의 자리에 올려놓음으로써, 예술의 정의 자체를 질문으로 바꾸었습니다. 즉, ‘무엇을 예술로 바라볼 것인가’ 이 질문이 예술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예술은 표현 이전에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무엇을 예술로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은 1917년에 처음 발표될 때는 전시조차 거부당한 작품이라, 당시에 ‘판매’나 ‘낙찰’ 같은 개념이 아예 없었습니다. 즉, 초기에는 거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예술사에서 이 작품은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게 되었고, 뒤샹이 생전에 만든 복제본(1964년판)이 여러 미술관과 컬렉터에게 소장되었습니다. 그 뒤 "샘(Fountain)"의 공식 복제품들도 미술 시장에서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아 낙찰되었습니다. 1999년, 뒤샹이 승인한 복제품 중 하나가 소더비 경매에서 1,762,500달러(약 24억 3천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지요.


원작도 그냥 변기를 거꾸로 놓은 것, 복제품도 그냥 같은 종류의 변기를 뒤집어 놓았을 뿐인데 말이죠. 즉, 예술의 혁명은 도구에서가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쓴 문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문장이 진짜 예술이 되겠지요!!


2장. “바나나 한 개의 예술” – 표현의 자유와 작가의 용기

한 세기가 지난 뒤,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2019년, 이탈리아의 현대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그는 단지 바나나 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였습니다. 작품명은 〈Comedian〉(2019).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그 단순함이 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죠. 당시 이 작품은 12만 달러(약 1억 5천만 원)에 판매되었고, 세상은 “이게 예술인가?”라는 질문으로 들끓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그다음에 벌어졌어요. 2019년 12월,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갤러리로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그 바나나를 떼서 먹어버렸어요. 그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죠.

“나는 ‘Hungry Artist(배고픈 예술가)’ 를 표현한 것뿐이다.”


관객들은 충격을 받았고, 관계자들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카텔란과 갤러리는 그를 고소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작품의 핵심은 바나나가 아니라 아이디어” 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단지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다고 믿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즉, 바나나는 언제든 새것으로 교체될 수 있는 ‘개념의 매개체’였던 거예요. 결국 갤러리 측은 새 바나나를 사 와서 같은 위치에 다시 붙였고, 작품은 계속 전시되었습니다. 예술이란, 물질보다 ‘의도와 맥락’이라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후에도 여러 버전으로 회자되며, 예술의 본질과 소비, 가치, 그리고 “예술가의 행위가 작품인가, 아이디어가 작품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죠. 언론의 반응, 컬렉터들의 행위, 퍼포먼스(바나나를 먹어치운 사건) 모두가 작품의 일부가 되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이야기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 깊으세요?

‘먹어버린 예술’일까요, 아니면 ‘다시 붙인 예술’일까요?

글도 같습니다. 작가의 문장은 독자의 인정을 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세상이 어떤 것을 가치 있다고 믿는가”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그 바나나처럼 단순하지만 단단한 질문 하나를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3장. 파괴도 창조가 될 수 있다- 뱅크시의 작품 “Girl With Balloon”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뱅크시의 작품 “Girl With Balloon”이 약 104만 파운드(약 15억 원)에 낙찰되는 순간 액자에 숨겨진 파쇄기가 작동하면서 화면의 하단이 절반 이상 잘려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경악했고, 경매는 멈췄죠.

이것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공연적 예술 행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작품은 이후 “Love is in the Bin(사랑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왜 그럴 수 있었을까요?


맞아요, 뱅크시의 의도는 한 겹으로 읽히지 않죠. 그의 작품 파쇄는 단순한 ‘파괴’라기보다, 예술이 어떻게 값이 매겨지고, 또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비틀어 보여준 하나의 풍자였으니까요.


이 사건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작품은 고정된 형태로만 존재하는가? 혹은 작품은 작가의 개입, 맥락, 관객의 반응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가? 대답은 ‘예술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사람과 세상 전체의 반응까지 포함한 하나의 장면이다.’그래서 그 파쇄의 순간, 그는 예술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려냈던’ 거죠.

그림은 절반이 파쇄되었지만, 그 순간 새로운 예술로 재탄생했기에 이후 반이 파쇄된 작품은 다시 경매에 나와 25억 원 이상에 낙찰되었습니다.


글쓰기에도 이러한 역동성이 필요합니다. 예술이 형식을 탈피하는 순간처럼, 글은 형식 너머의 시선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문장은 고정된 ‘상품’이 아니라, 쓰이고 읽히는 맥락 속에서도 의미가 생성됩니다. 작가의 시선과 행위가 문장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또한 읽는 사람들의 댓글과 태도 또한 예술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바나나도, 변기도, 잘리는 캔버스도 우리의 감각이 그것을 예술로 바라볼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마지막 20강의 강의와 여러분들의 반응, 여운까지가 우리들이 함께한 예술 퍼포먼스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이미 충분한 예술가가 아닐까요?


4장. 글의 대미 – 창조는 ‘새로움’이 아니라 ‘다르게 보기’

예술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다르게 보는 능력입니다. 뒤샹의 변기처럼, 카텔란의 바나나처럼, 그리고 당신의 한 문장처럼 그 모든 것은 “이것도 예술일 수 있다”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수없이 쓰인 ‘사랑’, ‘기억’, ‘상실’의 이야기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이 다르다면, 그 글은 언제나 ‘처음’이 되겠지요.


5장. 기술의 문장이 아니라, 심장의 문장

우리는 글을 쓸 때 너무 자주 기술에 매달립니다.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떤 표현이 예쁠까, 어떻게 하면 더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예술이란 결국 기교보다 시선의 문제이며, 문장보다 태도의 문제입니다. 문체는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서 흘러나옵니다.


뒤샹이 변기에서 예술을 발견했듯, 작가는 일상의 문장 속에서 의미의 심장을 찾아야 합니다. 하루의 대화, 사소한 기억, 놓쳐버린 표정 하나에도 ‘심문(心文)’이 숨어 있습니다. ‘심문(心文)’이란, 머리로 쓰는 글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문장이라 제가 이름 붙인 저만의 글쓰기 방식입니다. 논리보다 체온이 먼저 닿는 문장, 그것이 바로 글의 심장, 심문입니다.


마음이 식으면 문체도 식습니다. 진심이 뜨거운 사람에게는 어떤 문법도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글이 ‘기교의 문장’으로만 남으면 독자는 감탄하지만, ‘심문’이 되면 독자는 감응합니다.


6장. 문체는 사람의 영혼을 닮는다

문체는 성격의 그림자입니다. 급한 사람의 문체는 호흡이 짧고, 신중한 사람의 문체는 여운이 깁니다. 감정의 파동이 빠른 사람은 문장도 짧고 강하게 끊깁니다. 감정이 깊은 사람은 문장을 길게 품고, 쉼표 하나에도 여백을 남깁니다. 따뜻한 사람의 문장은 둥글고, 논리적인 사람의 문장은 단단합니다. 그래서 문체를 바꾸는 것은 곧 ‘사람을 바꾸는 일’입니다.


작가의 문체 비교

김훈: “나는 쓴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한다.” => 단단하고 절제된 문체

공지영: “세상이 나를 밀어냈다. 그러나 나는 그 세상 안을 끝내 사랑했다.” => 감정의 파동형 문체

박완서: “가난이 우리를 붙잡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배웠다.” => 서정적 회고형 문체.


7장. 심문으로 다시 쓰기 – 글의 심장을 되살리는 법


심문을 쓰려면, 먼저 자기 내면을 탐색해야 합니다. 문체는 결국 ‘당신이 누구인지’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심문을 훈련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1.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명료화하라 – 감정을 숨기면 글은 죽습니다.
2. 호흡으로 문장의 리듬을 조율하라 – 쉼표와 마침표로 감정을 조각하세요.
3. 사건보다 감정의 결을 먼저 써라 – 독자는 사건보다 감정의 맥을 읽습니다.
4. 자기 목소리를 찾을 때까지 써라 – 문체는 ‘반복의 열’에서 나옵니다.


8장. 논리보다 리듬으로 써라

“좋은 글은 이유로 읽히지 않고, 리듬으로 읽힌다.”

핵심 개념: 이독성(利讀性, Ease of reading)

문장 사이에 보이지 않는 ‘호흡의 선’이 있어야 한다.

문장의 의미는 논리로 연결되고, 감정은 리듬으로 이어진다.

논리의 틈을 리듬이 메운다. (이게 ‘징검다리 문장이나 단어’의 확장 개념이에요.)


예시:

“그날의 바람은 차가웠다. 아니, 내 마음이 먼저 식은 건지도 모른다.”
‘아니,’라는 접속 하나가 논리의 틈을 메우는 리듬의 징검다리.


글은 의미의 흐름(논리) + 감정의 파동(리듬)으로 이루어 놓으면 이독성이 생긴다.


저는 젊었을 때 한시(漢詩)를 좋아했습니다. 엄격한 운율과 글자수의 제약 안에서 의미를 응축하는 방식에 매력을 느꼈던 저는,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알게 모르게 글의 리듬을 상당히 중요시합니다. 정확한 대구(對句)의 문장들이 서로를 비추고, 그 뒤를 잇는 짧은 문장이 여운을 남기기도 하지요. 리듬이 살아 있는 문장은 짧아도 깊고, 길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즉, 리드미컬하게 정확한 대구를 이루는 문장과, 그 뒤를 받치는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의 자유로운 변주를 언제나 염두에 두며 퇴고해야 합니다.


9장. 수필, 작가의 품격이 드러나는 문학

저는 글빵연구소에서 여러 번 수필이 왜 좋은 문학인가를 강의했습니다. 오늘 마지막 강의에서 수필을 다시 한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수필은 문학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가장 인간적인 장르입니다. 왜냐하면 수필은 허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써야 하는 문학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이 상상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예술이라면, 수필은 진실 속에서 인간을 발견하는 예술입니다. 그래서 수필은 기술로는 쓸 수 없습니다. 작가의 사유, 품격, 인격이 자연스레 스며 나와야만 합니다.


수필은 작가의 격조와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학입니다. 한 문장의 결, 한 단어의 선택에도 그 사람의 삶의 깊이와 인품이 배어납니다. 다시 말해, 수필은 그 사람의 ‘인간됨’을 감추지 못하는 장르입니다. 아무리 세련된 문장을 쓴다 해도, 마음의 진실이 담기지 않으면 독자는 금세 알아봅니다.


그래서 수필은 문장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합니다. 작가의 내면이 맑을 때 문장이 빛나고, 사유가 깊을 때 문체가 단단해집니다. 수필은 결국 철학이자 정신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품격이며, 자신을 성찰하는 태도의 문학입니다.


많은 이들이 소설을 통해 인물을 만들고, 허구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 하지만, 수필은 허구를 벗겨내고 나 자신으로부터 진실을 길어 올립니다. 그것이 어렵지만 수필을 쓴다는 것은 글을 통해 인간을 닦는 일이며, 삶을 문장으로 정화시키는 과정입니다.


글의 마지막에 다다른 지금, 우리가 써야 할 것은 더 잘 쓴 글이 아니라, 더 진실한 글입니다.


10장. 미야의 수필 사랑

다음은 글빵연구소의 첫 강에서 제가 한 말입니다.

“처음엔 시를 쓰고, 그다음엔 소설을 쓰고, 마지막엔 수필을 쓴다.”


문학계에는 이런 말이 있죠. 이는 문학을 대하는 태도와 인생의 깊이에 따른 작가의 성장과 진화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수필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 자기 자신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 때 쓰게 됩니다. 사유의 깊이와 언어의 담백함이 핵심입니다.


이런 구조는 박완서 선생님이나 이어령 선생 같은 작가들이 실제로 수필에서 인생의 정수를 보여준 예시로 자주 언급되며, 교양 강좌나 작법 수업에서도 인용됩니다. 일부 강사나 작가들이 변주해서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 감성으로, 소설상상으로, 수필진심으로 쓴다."


수필은 ‘자기 성찰’의 고도화된 훈련이다

수필을 써본 사람은 어느 글이든 쉽게 ‘변주’가 가능하다


그래서, 비록 제가 정통수필을 정통으로 잘 쓰는 작가가 아닐지언정 저는 가장 진솔한 문학인 수필을 사랑합니다. 허구를 빌려 진실을 길어 올리는 소설 또한 위대한 문학이라 생각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진솔하고 마음을 울리는 문학이 수필이라고 믿습니다. 단지 문학적으로 제대로 쓰기 어려운 장르이기에 많이 연구되지 않고, 많이 읽히지도, 쓰이지도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수필을 사랑하시고, 많이 공부하며, 많이 써주셨으면 합니다.


11장. 미야가 생각하는 문학(文学)과 문악(文樂)의 경계

‘음악(音樂)’은 ‘즐길 락(樂)’이 들어가 즐거움을 주는 소리, 예술로서의 소리를 뜻하는 반면 ‘음학(音學)’은 소리의 원리나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적 분야를 의미하겠죠. 그래서 우리는 감상하고 표현하는 예술을 ‘음악’이라 부르지 음학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제가 1강에서 "우리가 브런치에서 주로 쓰는 에세이가 문학이 아닌 ‘문악(文樂)’ 이라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음악이란 악보와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먼저 충분히 연습하고 익혀야 비로서 자유로운 즉흥 연주도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쓰는 브런치 글들도 결국은 감정의 표현을 넘어서는 ‘문악(文樂)’이 되려면, 기본기를 갖춰야 비로소 울림과 전달력을 가질 수 있다고도 말씀드렸지요.


이제 미야의 글빵연구소 총 20강 강의를 통해 글쓰기의 기본기는 충분히 익히셨으니 모두들 문학을 음악처럼 다룰 줄 아는 진정한 작가 ‘문악가(文樂家)’ 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12장. 그리고, 당신도 이제 진정한 작가입니다.

우리가 20강 동안 배운 것은 문장의 기술만이 아닙니다. 내가 쓴 글이 문학예술이 되는 것은 화려한 문장력에 있지 않습니다. 작가만의 고유한 철학, 사유, 여운이 여러분의 글을 예술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어떻게 쓸 것인가’가 아니라 ‘왜 쓰는가’, 그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가’였습니다. “예술은 변기에서도 태어날 수 있고, 바나나에서도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한 문장에서도 태어날 수 있습니다.”


글의 심장은 문장이 아니라 마음에 있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감정, 당신이 바라본 세상, 그것이 바로 당신만의 ‘심문(心文)’입니다. 이제 펜을 들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문장은 내 안의 심장이 쓴 문장인가?”그 물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입니다.


13장. 내가 브런치에서 글빵연구소를 시작하게 된 진짜 이유

저는 아버지께서 평생 시나리오 작가를 양성해 오신 분이었고, 제 주변에는 언제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woogie 작가를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이 제 곁에 있었기에, 저는 오히려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열망이 없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일은 나와는 먼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woogie 작가가 3년 동안 브런치 활동을 권유했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철옹성과도 같은 완강함이었죠.


그러나 올해, 저는 결국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에는 강력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진짜 이유는 인간의 추악한 면을 고발하는 글을 쓰기 위함이었습니다. 다만 그 글을 쓸 때까지는 제 필력과 사유가 충분히 무르익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향후 2년의 시간을 계획했습니다. 그래서 그 준비 과정으로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유대를 쌓으며, 언젠가 제가 쓰게 될 그 글이 더 공감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글빵연구소’라는 프로젝트가 탄생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글쓰기 공간이었지만, 어느새 작가와 독자가 진심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유대가 형성되었고, 그것이 제가 브런치를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023년, 저는 한 길고양이 구조하고, woogie 작가와 함께 입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끔찍한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해 죽이는 사이코패스와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 사건의 전 과정을 기록했고, 고발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습니다. 결국 그 사람을 구속수사로 법정에 세우는 데까지 갔지만, 허술한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그를 집행유예로 풀어주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확신했습니다. ‘인간의 추악함과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의 시선을 고발하고 풍자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사명감을요.


14장. 묘나리자 캐릭터의 탄생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한 초반부터 두 단계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 단계가 바로 ‘묘나리자’연재 계획입니다. 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풍조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위대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고양이는 예술이다”라고 말했듯이, 저도 고양이를 예술적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 말과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 '모나리자'의 정신을 빌렸습니다. 저는 저희 집 첫째 고양이 키티를 모나리자 그림에 섞어 ‘묘나리자’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죠. 고양이를 단순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 중 하나의 상징이자 은유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희집 키티와 모나리자의 콜라보 캐릭터

한낱 하찮은 동물로 보지 않기 위해 상징과 은유를 묘나리자라는 캐릭터에 담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독자들의 시각을 깨우고 싶었지만 초보작가로서 훌륭하게 써 내려갈 자신이 없었기에 다른 연재부터 시작했습니다. 먼저 다른 연재로 문장력을 다듬고자 한 것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미야, 판도라 상자를 열다", "미야의 사적인 우주", "미야의 글빵, 오늘의 브런치", "미야의 브런치 글빵 연구소", "미야의 음악살롱", "너를 만나려고 했나 보다" 등을 먼저 연재했던 것입니다. 언젠가 제 문장이 충분히 단단해지고 시선이 깊어졌을 때, ‘묘나리자’를 시작하기 위해서였지요.


묘나리자는 귀엽고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선으로, 동물의 생명을 존엄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싶습니다. 그 정신을 자연스럽게 퍼트리기 위해 ‘묘나리자’는 이미 상표등록까지 마쳤습니다. 나중에 굿즈도 제작할 것이니까요. 제가 연재하기 전에 유사작품이 나올까 봐 저작권 신청도 끝냈습니다. 저작권 신청을 하고 나서 보니 명화 "모나리자"와 고양이를 섞은 이미지들은 온라인에서 군데군데 보이더군요.


그러나 남들이 단순히 묘나리자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글을 쓰거나 표현하다한들 이 강의 서두에 예시한 "바나나"를 붙인 행위가 왜 예술이 되는가 하는 것처럼 "묘나리자"의 그림이나 "묘나리자"라는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고양이를 예술이다"고 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과 온 지구인이 알고 있는 그의 "모나리자"명화에 저만의 시선을 얹어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저의 작품을 모방할 수는 있으나 고양이와 모든 생명에 연민을 품는 저의 정신을 훔칠 수는 없겠지요.


앞으로 묘나리자에서 제가 그리고자 하는 건 평범한 길고양이 이야기지만, 묘나리자의 은유로 생명과 인간의 윤리에 대한 예술적 선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글의 구조가 완성되는 대로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때가 되면,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묘나리자』의 연재가 마무리되면 그다음 단계는, 2년 안에 본격적으로 사이코패스의 악에 찬 얼굴과 그를 비추는 사회의 모순을 담은 소설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 작품은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제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그 사이코패스 연재에 있습니다. 글쓰기에 더 단련된 시기가 오면, 그때 조심스레 문을 열겠습니다. 그날이 오면, 부디 따뜻한 응원으로 함께해 주시길.


이로써, 개업식에서 말씀드렸던 커리큘럼의 모든 목차를 빠짐없이 강의록에 담을 수 있었고, 그 결과 글빵연구소의 연재를 무사히, 그리고 성황리에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강의는 끝났지만 아직 오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출처

마르셀 뒤샹, 〈샘 (Fountain)〉 (작품 설명/이미지, Tate). 타틀 갤러리

(이미지·설명 페이지: Tate — Fountain)


마우리치오 카텔란, 〈Comedian〉 (바나나 작품 설명/Wikipedia). 위키백과
(이미지·설명 페이지: Wikipedia — Comedian)


뱅크시, «Love Is in the Bin» (경매에서의 파쇄 사건 설명/Wikipedia). 위키백과
(이미지·설명 페이지: Wikipedia — Love Is in the Bin)


✦10월 24일~26일 제주도, 글빵연구소 졸업여행 공지

제주도에 계신 글빵연구소 작가님들과 함께 오는 24일과 25일, 1박 2일 동안 뜻깊은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내려가는 김에, 저는 하루 더 머물며 26일까지 제주에서 천천히 쉬었다 올 생각이에요.


✦2025년 10월 11일 미야의 글빵연구소 졸업작품발표회

장장 5개월 동안 함께 글을 쓰며 성장해 온 시간 덕분에, 제출해 주신 작품들은 모두 놀라울 만큼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작품을 우열로 나누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최종 선정은 제가 존경하는 김운 작가님과 Woogie 작가님께서 추천해 주신 여러 작품 중에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여 뽑았습니다.


✦수상작가

1등 호주아재 작가님 (만장일치 상)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제가 진행한 모든 강의의 내용을 충실히 복습하며, 그것을 작품 속에 온전히 녹여내기 위해 쏟은 성실과 노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습니다. 그 진심이 글빵의 모든 수강생 작가님들께도 전해져, 만장일치로 선정되셨지요. 수상패와 1등 선물은 제가 11월경 호주로 직접 찾아가, 손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호주아재님의 수상소감도 한 번 들어보시죠! 위의 파일을 누르면 다운로드되면서 호주아재님의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2등 유연 작가님 (김운 작가님 상)

후보작들 가운데서 김운 작가님께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낸 수필을 특히 높이 평가하시어 선정해 주셨습니다.


3등 고요한동산 작가님 (woogie 작가님 상)

후보작들 가운데서 수필적인 사유와 감성을 아름답게 녹여낸 작품으로, Woogie 작가님께서 추천해 주셨습니다.


공로상 반장 블라썸도윤 작가님, 부반장 오즈의 마법사 작가님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글빵연구소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반장님 공로패는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졸업작품 발표회 저의 이날 후기는 시간 날 때 따로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졸업작품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그 소중한 작품들을 한 권으로 엮어 책으로 발간하고자 합니다. 미제출자는 수상에는 제외되었지만 늦게라도 제출하여 주세요. 출판사에서 편집을 하시는 "잇고 작가님"과 상의하여, 출간 일정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2025년 10월 11일 졸업작품발표회 후기들

2등 유연 작가님- 글쓰기에 진심인 고민과 저와의 인연을 훌륭한 수필의 필치로 후기 남겨주셨네요.

3등 고요한동산 작가님- 변화하는 본인의 모습을 담은 진솔한 후기입니다.

보니또글밥상 작가님- 얼마 전 협성 독후감에 입선하신 작가님의 후기입니다.

눈물과 미소 작가님- 발표회 이후의 솔직한 심정을 담담히 적어주셨네요.

이디뜨 작가님- 진솔하고 감동적인 후기 감사합니다.

명랑처자 작가님 - 가장 빨리 올라왔던 후기 중 하나입니다. 감사합니다.

블라썸도윤 작가님 - 공로상을 받으신 반장님의 후기

졸업작품 발표회에 참가하지 못한 호주아재님의 추억글

호주아재님의 졸업작품 발표회 상상글


미야의 브런치 글빵 연구소 1기 함께했던 분들(도강한 분들 생략)
반장: 블라썸도윤 부반장: 오즈의 마법사

2025년 5월~10월

붓 하나의 마음 I 전용석, 보리아빠, HB, 박영선, 회색토끼,조원준 바람소리, 능수버들,달유하,오즈의 마법사,호주아재,빼어난 별,눈물과 미소,마음의온도,노랭이,시니어더크,조종인,장단,블라썸도윤,미친 PD,환오,allwriting, 글쓰는 글로자,김운,강선,아침엽서,My Way,킴미맘,이일일,고요한동산, 잔디아이,블루랜턴,유연,지온, 윤영,맨발바닥,윤슬,마스터INTJ,Woogie,창문수집가,별닮이진,보니또글밥상,소리글,La Mer 라메르,최정순,비나리,다시봄,회복작가 이서온,발자꾹,한아,오늘나,이숙자,관돌,바다로,꿍디쓰,깡단쓰,yyi,오하린,꿈그리다,마음은청춘,유영해,플랜비,찬란,이은호,세렌뽕구,운채,이경진 봄날의 달팽이,최미경, 군자란,BONO,하빛선,김별하,초록바나나,사랑의생존자,초록바나나,하빛선,연화일휘,고요한동산,소풍,윤슬 걷다,정아,조유상,정윤,잉크버스,슈퍼거북맘,잇고
Cecilia Jeon (청강), Eunice (청강), SRK (청강),글고수 (청강), 독자 (청강), 디젤폐차산업 (청강), 명규정훈시현파파 (청강), 모나리자 (청강), 미nk (청강), 희야(청강),이규리(청강),장정숙(청강) ,숲song 꽃song(청강), 선주원(청강),정유미(청강),희에일기(청강),태호김(청강),해달(청강),별똥별의기적(청강),아헤브(청강),수수밥(청강),도담도담J
패널: 소위

100분이 넘어간 이후로 너무 많아서 기록을 포기했습니다. 혹시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함께하신 모든 분들 호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야의 글빵연구소 네이버 카페"가 있습니다. 글쓰기 공부가 필요하신 분들 어서 오세요!

https://cafe.naver.com/miyalab?tc=shared_link


✦ 미야의 마무리 한마디

오늘은 마지막 강의이니 많은 댓글과 응원의 글 남겨주시면 저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결국 오늘도 퇴고하고 보강하느라고 날밤을 샜네요. 이제 종강으로 인해 밤새는 일은 적겠습니다. 하하!


지금까지 미야의 글빵연구소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 사랑합니다. 앞으로 미야는 글빵라디오에서도 만나요!


✦ 11월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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