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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의 브런치 글빵 연구소 19강

22화. 마지막 한 줄의 철학 – 작가의 태도와 글의 품격

by 미야


어제가 우리의 고유 명절, 추석이었습니다. 연휴 동안 다들 평안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시대와 함께 달라지는 명절의 풍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집은 이제 차례를 생략하고 가족끼리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성묘만 다녀오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가족이 함께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셨더군요. 저희 집은 여전히 송편으로 조용히 차례를 지냈습니다. 오랜만에 빚은 송편을 여러분께도 한 조각 나누어 드립니다.


✦ 제19강. 마지막 한 줄의 철학 – 작가의 태도와 글의 품격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장폴 사르트르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는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극작가·평론가였습니다. 특히 그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는 실존주의 철학을 정립했지요. 철학뿐 아니라 문학 활동도 활발했는데, 소설 《구토》, 희곡 《닫힌 방》, 자서전 《말》 등에서 인간의 자유·불안·책임을 문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글을 쓰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작가에게 글의 본질은 태어나지 않습니다.
쓰는 행위 그 자체가 본질을 만들어냅니다.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인가 보다, 어떤 문장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인가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한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그 문장은 곧 ‘나의 실존’이 됩니다. 글은 생각의 기록이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기 때문입니다.


19강은 글쓰기 ‘기술’의 완성이 아니라, ‘작가정신’의 완성 단계입니다. 그럼으로써 이제 글은 문장이 아니라 존재의 기록이 됩니다. 자! 오늘의 강의를 시작합니다.


1장. 글은 끝에서 완성된다

제가 글빵연구소 강의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퇴고의 기술적인 부분들을 수도 없이 강조라며 계속 짚어드렸습니다. 퇴고는 문장을 다듬는 일이라면, 마지막 한 줄은 작가의 철학을 남기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초고는 ‘이야기’를 닫지만, 완성된 글은 ‘생각’을 남깁니다.

초고: “나는 울었다.”

완성: “그날의 울음은 이제 나를 울리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은 글의 결론이 아니라,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여야 합니다. 글을 마무리할 때 “이 글을 통해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를 자문하세요.


2장. 작가의 태도 – 겸손과 확신 사이

좋은 글은 확신으로 쓰이되, 독자를 설득하려 들지 않습니다. ‘내가 옳다’는 문장은 닫힌 문이지만, ‘나는 이렇게 느꼈다’는 문장은 열린 창문이 됩니다. 작가의 언어는 주장보다 공감의 온도를 가져야 합니다. 독자는 작가의 지식보다 진심의 결에 반응합니다.

예시:
“우리는 늘 사랑을 잃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교훈이 아니라, 독자에게 사유의 여백을 남깁니다.


3장. 문장의 품격은 ‘침묵’에서 나온다

많은 작가가 문장을 잘 쓰려 하지만, 사실 품격 있는 문장은 ‘말하지 않는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침묵의 여백, 설명 대신 여운으로 닫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예시:
“그날 이후, 나는 꽃이 지는 소리를 들을 줄 알게 되었다.”

이 문장은 무엇이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문장은 설명이 아니라 ‘감각을 남기는 도구’입니다.


4장. 퇴고의 마지막 단계 – 나를 지우는 일

장폴 사르트르는 1964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작가는 제도에 예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로 상을 거부한 일화도 유명하지요.


그에게 글쓰기는 권력이나 명예의 수단이 아니라, ‘자유의 실천’ 그 자체였습니다. 저 역시 사르트르처럼 거대한 철학을 품을 순 없지만, 글쓰기를 인간의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그의 사유에 공감합니다. 저 또한 사르트르식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지향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제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다고 가정한다면—하하—저는 아마 사르트르의 가르침을 끝까지 따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노벨문학상을 거부할 자가 사람이 인류 중 몇 명이나 될까요?~^^;; )


퇴고의 마지막 단계는 결국 ‘자유로운 문장’을 남기는 일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문장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문장. 그 자유 속에서 작가는 더 큰 책임을 짊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글의 품격이며, 사르트르가 말한 “실존하는 작가의 태도”입니다.


모든 퇴고의 끝은 ‘자기 지움’ 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렇게 썼다’가 아니라, ‘이 문장이 독자에게 닿을까?’를 묻는 단계. 글을 놓고 며칠 뒤 다시 읽어보세요. 그때 느껴지는 낯섦이 바로, 당신이 ‘작가로 성장한 증거’일지도요.

점검 질문

이 문장은 내 감정이 아니라 독자의 감정으로 읽히는가?

글 속의 ‘나’가 지나치게 앞서 있지는 않은가?

한 문장이라도 독자에게 생각할 틈을 주는가?


5장. 작가의 철학 – 끝내 쓰는 사람

사르트르는 “작가는 자신이 쓰지 않은 세계에 책임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퇴고하는 이유는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문장을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글의 완성도는 기술이 결정하지만, 글의 깊이는 태도가 만듭니다. 끝내 쓰는 사람, 끝내 다듬는 사람, 그리고 끝내 겸손하게 자기 문장을 바라보는 사람. 글의 품격은 결국, “나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오늘의 숙제

지금까지 쓴 글 중 하나를 골라 마지막 문장을 새로 써보기.

새 마지막 문장을 통해 작가로서의 나의 철학을 표현해 보기.


✦ 졸업작품 글 링크


졸업작품인 만큼 꼭 모두 읽고 댓글을 달아주세요!!!

보니또글밥상 작가님 졸업작품 -국화꽃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하여 본인의 삶을 늦게 피는 꽃으로 성찰하는 작품입니다

20번) https://brunch.co.kr/@tomboy1207/105

눈물과 미소 작가님 졸업작품-

21번)https://brunch.co.kr/@9a2ef54c21d3483/175

세렌뽕구작가님 졸업작품-

22번)https://brunch.co.kr/@pukupang/46

회색토끼 작가님 졸업작품-

23번)https://brunch.co.kr/@tpfpsldk920/43

글터지기 작가님 졸업작품-

24번)https://brunch.co.kr/@jdj0361/231

강윤희 작가님 졸업작품-

25번)https://brunch.co.kr/@yunny76/3

26번)이열하작가님 졸업작품

https://brunch.co.kr/@be118d7182434a1/28

27번) 정윤작가님 졸업작품

https://brunch.co.kr/@without258000/45

28번) 맨발청춘 작가님 졸업작품

https://brunch.co.kr/@fac7a3635c2a436/49

29) 조유상 작가님 졸업작품

https://brunch.co.kr/@8232c2af4f01400/168

30) 연하일휘 작가님 졸업작품

https://brunch.co.kr/@yeonha-ilhwi/224

31) 해이 작가님 졸업작품

https://brunch.co.kr/@haei-story/115

10번) 이은호 작가님 졸업작품 - 애증을 품었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 작품입니다.

https://brunch.co.kr/@hslee6281/514

11번) https://brunch.co.kr/@hslee6281/516

시니어더크작가님 졸업작품 - 앞으로 정통 수필을 쓰겠다는 출사표 같은 작품입니다.

12번) https://brunch.co.kr/@deok1511/209

13번) https://brunch.co.kr/@deok1511/208 드라마를 보며 본인의 삶과 연결지은 작품입니다.

능수버들작가님 졸업작품 - 이 글은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한 작가님의 생생한 회고 작품입니다.

14번) https://brunch.co.kr/@ggs4392/43

박영선작가님 졸업작품 - 글신의 영접을 받고 글을 사랑하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작품입니다.

15번) https://brunch.co.kr/@9835ccc38842403/64

보리아빠작가님 졸업작품 - 보리엄마와의 묘한 인연을 담은 작품입니다.

16번) https://brunch.co.kr/@boripapa/67

오즈의 마법사님 졸업작품 -효부로서 시어머니의 임종을 지켰던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17번) https://brunch.co.kr/@54664756c995479/91

My way 작가님 졸업작품 - 어릴 적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한 깊은 작품입니다

18번)https://brunch.co.kr/@bmt1023/341

빛나는 작가님 졸업작품 -글쓰기의 재미와 합평 속 퇴고의 험난한 길에 빠져드는 여정을 그린 솔직한 작품입니다.(작품 초반에 묘사된 인물 저 아니랍니다. 휴~)

19번)https://brunch.co.kr/@sohee290928/42

1번) 호주아재작가님 졸업작품 - 지금까지의 글빵연구소 강의를 총망라하여 글을 쓰고, 그에 대한 이론 정리를 한 감동의 작품입니다.

https://brunch.co.kr/@hojuaz/168

2번) 이일일작가님 졸업작품- 긴 호흡으로 본인의 삶과 인생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https://brunch.co.kr/@211/114

3번) 블라썸도윤작가님 졸업작품 - 훌륭히 글빵수업의 마무리를 짓는 감동의 작품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newlife135678/347

4번) 조선여인작가님 졸업작품- 홍시를 통해 할머니를 회고하는 작품입니다. 역시 수필 등단작가님의 작품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yunmiso520/181

5번) 조종인 작가님 15강 숙제 - 평론가다운 작가의 고유한 시선을 담은 작품입니다.

https://brunch.co.kr/@jjispace/163

6번) 고요한동산 작가님 졸업작품 - 삶 속에서 의미를 잘 건져 올린 좋은 수필입니다.

https://brunch.co.kr/@goyogarden/171

7번) 이디뜨 작가님 졸업작품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의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https://brunch.co.kr/@edithwhisper/95

https://brunch.co.kr/@edithwhisper/101

8번) 유연 작가님 졸업작품 -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의미를 깊이 사유한 작품입니다.

https://brunch.co.kr/@opallios/51

9번) 하빛선 작가님 졸업작품 - 오랜 기억을 끌어올려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https://brunch.co.kr/@habitsun0428/92


✦ 오늘의 숙제 - 글빵 연구소 졸업작품 제출 안 하신 분!

지금까지 미야의 글빵연구소에서는 글의 구조를 세우는 법, 상징을 활용하는 법, 도입부를 낯설게 쓰는 법, 비문 고치기, 문장의 복문구조와 병렬구조의 오류 검토, 생경한 글쓰기, 징검다리 문장 놓기, 글맥 잇기, 퇴고의 기술, 문법적 포인트 등 다양한 주제를 함께 배워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배운 내용을 복기하여 미야의 글빵연구소 1기 졸업작품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졸업작품 아직 제출하지 않으신 분들 계속 받겠습니다.


졸업작품 최우수작에 뽑히신 분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최우수작, 우수작, 가작을 뽑아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당선작들을 오랜만에 글빵으로 구워드리겠습니다.


✦ 믿도 끝도 없는, 설명도 없는 티저~!

✦ 중요한 공지- 글빵연구소

1. 졸업작품 발표회

10월 11일 11시-5시까지! 공간대여!

(*그 뒤로 2, 3차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시간 여유를 두고 오세요)


장소: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35 4층 그래피서울

안국역 3번 출구에서 436m

창덕궁이 보이는 곳에서 10여 분이 만날 예정입니다. 혹시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댓글을 남겨주세요.


2. 10월 24일~26일 제주도 글빵연구소 졸업여행

제주도에 계신 글빵연구소 작가님들과 함께 1박 2일 24-25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내려간 김에 저는 26일까지 제주도에서 놀다 올 예정이랍니다. 혹시 추가로 참여하실 분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미야의 글빵연구소 네이버 카페"가 있습니다. 글쓰기 공부가 필요하신 분들 어서 오세요!

https://cafe.naver.com/miyalab?tc=shared_link


✦ 미야의 마무리 한마디

오늘도 글빵 맛있게 드셨습니까? 출석호명은 오늘도 생략합니다. 수업이 끝난 뒤 자발적으로 댓글에 출석체크와 오늘 수업의 감상평을 남겨주세요. 라이킷도 꼭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응원이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


10월 14일!!!!!!!! 제20강 종강입니다. 졸업작품 발표회의 소식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글빵 아카데미 졸업식은 추후에 따로 하겠습니다. 다음 강의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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