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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질토마토 Oct 21. 2023

계절예찬론자의 일상

오늘의 오프닝 (210203)



계절은 흐르고, 

우리는 계절을 느낍니다.

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향기와 빛깔과 바람의 온도로

존재를 기억하게 하죠.    

 

겨울은

많은 것들이 

얼어붙고 말라버리는 

황무지 같은 계절이지만

그 안으로 

물을 채우고 싹을 틔우는, 

어쩌면 

숨은 생명의 철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신의 눈에는

계절이 지고 있나요, 

다시 피어나고 있나요. 

    

찬바람 사이에 핀 햇살이

대지를 달구고,

얼어붙은 강물이 

자연을 녹이고,

얼음 틈새를 비집고 

새눈이 고개를 드는 이 월.


많은 것들이 

추위를 뚫고 기지개를 켜고 있어요.     

우리 마음의 방에도

춥다고 밀어놓은 것들이 

다시 피어날 수 있게

먼지를 털고 

환기를 시킬 때가 왔나 봅니다.





2월을 좋아하는 나. 완벽한 시작은 아니지만, 시작에 가깝고 계절은 끝과 시작이 맞닿아있는 시절. 그리고 스키장을 막바지로 즐길 수 있는 달. 몇 년 전까지 겨울이면 스노보드를 타느라 스키장에 출근도장을 찍었더랬다.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눈 아래 초록잎이 삐죽 솟아난 게 보였다. 꽝꽝 얼어있던 물들이 졸졸졸 흐르는 게 보였다. 아직은 하얀 눈이 대부분이지만 눈 아래에서 저마다 솟아날 준비를 하고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몽글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나의 2월은 눈 아래 피어나는 생명이다. 새해가 되면 늘 마음이 바빴다. 뭐라도 하고 싶은데,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환경이 늘 원망스러웠지만, 이날 이후로 괜찮아졌다. 지금부터 노력해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새날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게 2월은 그렇다. 마음에도 일상에도 환기를 하는 달. 새로움을 준비하는 달. 내가 나를 아껴주는 달.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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