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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는 Sep 02. 2023

#5 작은 나무 위 위태로운 나날, 하온님의 서사

“시도할 수 있단 것만으로 감사해요.”



#작은 나무 위, 위태로움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 치매 걸린 조부모님과 우울감에 외출조차 힘들어하는 엄마를 돌봤어요. 신용불량자인 친척 문제와 조부모님 오토바이 사고 뒷수습까지, 모든 책임이 저에게 쏟아졌어요. 처음엔 가족에게 힘이 될 수 있단 게 좋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 지쳤어요. 마치 한 그루 작은 나무 위에 올라서서 어떻게 내려갈지 몰라 동동거리며 떨고 있는 사람 같았어요. 언제쯤 이 시간이 끝날까 막막했어요.   


#흘러감과 순리

  하나 둘 끝나가겠지, 모든 게 순리라 생각하며 받아들였어요.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주간보호 센터에서 일과를 보내시고, 심한 우울감에 힘들어하던 어머니도 조금씩 안정을 찾고 계세요. 긴 시간이 지나 이젠 상황이 많이 정리되었어요.



#심리학, 여러 제한에도 택한 이유

  경제적 부담과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이버대학 편입을 택했어요.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부담이 있어요. 좋아하던 친구와 오랜 관계 유지가 어려웠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관계가 멀어지는 이유를 제게서 찾게 되더라고요. 상처받기 두려워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먼저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해요. 성장환경과도 연관되는데, 조현병, 우울증 등을 겪는 지인들을 품어주는 관계를 맺고 있어요. 심리는 주변인을 위한 선택이기도, 저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어요. 제 꿈과 연결되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죠.      


#기댈 곳 없는 막막함

  막막함에 떨던 시점, 혼자라 느껴졌어요. 의지할 곳이 필요해 내 편이라 여긴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놨어요. 그런데 돌아온 답은 ‘네가 더 잘 해야지.’였어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고, ‘이러다간 내가 미치겠다.’란 생각이 들 만큼 강한 저항감과 우울감이 밀려왔어요.



#꿈, 수용의 경험을 제공하는 소통 공간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꺼내고, 설명하지 않아도 제 일로서 충분히 설명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제 꿈은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단 것 자체로 가치 있어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친구로서 경험을 나누고, 어려움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싶어요.  

                  


#시도할 수 있음에 감사한 현재

  요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지 않아 경제적인 문제로 스트레스가 있어요. 그럼에도 뭐든 하려고 발버둥 칠 수 있단 것 자체에 감사해요. 예전처럼 앞을 막는 게 많지 않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단 것만으로 행복하거든요.     




이상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는데 왜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을까?’싶은 할머니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서 장사하고 싶어요. 주변엔 산과 바다가 있고, 끊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잔잔한 대화가 오가는 가게에서요.







(인스타그램 @modun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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