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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

by 오롯하게

요즘들어 자꾸만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어쩌면 당신을 기다리기만 했던 버릇이 그대로 남아
그리움으로 가득차있던 시간들이 헛헛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당신은 잘 지내는 듯 합니다.

나 또한 그렇구요.

여전한 것들 사이로 묵묵히 변해가는 것이 있다면

서로에 대해 품고있던 그리움, 묵념, 이해와 기다림 그런 것들이 아닐지 싶습니다.


요즘들어 당신과 함께 보던

한 겨울 눈꽃이 생각나요.

추운걸 싫어하는 당신도 나와 함께 보는 눈꽃이라면

내 손을 잡고 맨발로도 달려나갔으니까요.

그때 내가 느꼈던건

분명한 사랑이었습니다.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신에게 받았던 사랑들이 모쪼록 떠오릅니다.

사랑의 크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그저 사랑이라면
먹다 흘린 빵 부스러기처럼 미세하고

한쪽 날개가 부러져 날지 못하는 산 새처럼 연약하고

어떤 새벽의 항구 앞 안개처럼 흐릿해도

전부 좋았습니다.

전부요.


막연하지만 애틋하던 사랑들이

지금 변해가고 있는 그리움과 묵념과 이해와 기다림

그것들 위로 다시금 얹어졌으면 합니다.

소리없이 변해갔듯,

다시 소리없이 변해오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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