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를 보며 어떤 우월감도, 어떤 열등감도 느끼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불현듯, 재채기가 나오듯 문득문득 내 안에서 나도 통제하지 못하는 열등감이 퍼질 때가 있다. 그것보다 더 싫은 건,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나보다 아래로 평가하며 느끼는 검붉은 우월감.
그런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자책의 시간이 찾아온다.
나는 왜 나로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왜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게 태어났을까.
왜 나는 평가받기를 두려워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게 판단하려 할까.
그럴 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위도, 아래도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려 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사회적 위치가 높든 아니든, 다 같은 사람이다.
언젠가는 모두 죽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우린 모두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이 세계에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마음에 새기면, 사람을 대할 때 움츠러들 일이 없어진다. 누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상대방을 재단하지 않게 된다. ‘너’와 ‘내’가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되새긴다.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같은 인간이라는 걸.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세상을 조금 더 너그럽고 평평한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다. 기억하자. 나는 누군가의 위도, 아래도 아닌 그저 옆에 있는 존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