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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Oct 27. 2024

그런 날이 있었다






훨훨 날고 싶다가

웅크리고 숨고 싶다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그 순간 순간을

따라가지 못하는 찰나가 되는 그런 날


손에 잡힐 것 같다가

움켜쥐고 놓지 않다가

한줌 흙이 되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눈 먼 새가 되어

그저 부리로 쪼아대는 허공을 원망한 날


휘청이는 바람따라

꼿꼿하게 서성이는 나무를 지나

한 마리 나비가 되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


꽃과 노니며

너른 들판을 끝없이 날고 있는

끝없는 자유로움을 멍하니 바라보던 날


숨조차 쉬기 버겁다가

낮은 탄식을 내뱉어 보다가

바다 멀리 외딴 섬이 되고 싶은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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