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충주시 오송에 있는 궁평지하차도에서는 일어나선 안될 일이 또 일어났다. 부산에서 두 번이나 재현되었던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의 목숨이 희생된 것이다.(7/18 07:30 기준) 지난 2021년 가을, 부산 초량지하차도에 물이 차서 3명의 희생자가 나왔을 때 아래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또 똑같은 글을 써야 할 것 같다.(초봄의 산불부터 장마철(아니, 이제는 우기라 불러야 할 것 같다.)의 집중호우, 늦여름의 태풍,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의 산사태 등등, 한반도의 기상 이변이 매년 반복됨에 따라 어떻게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그에 따른 인재도 계속 반복되는지 모르겠다.
위에서 나는 지하차도에서 자동차가 침수되었을 때는 '레스큐 미'라는 도구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라고 썼는데 이번 궁평지하차도에서 판박이 사고가 재현되었음에도 그것을 휴대해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호~ 통재라~ㅠㅠ)
(자동차에 휴대해서 비상시 차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는 작은 도구 '레스큐 미')
운전자들 모두 비상시를 대비해서 이것에 관심을 갖고 자동차에 비치해 두었더라면 14명이라는 안타까운 희생자들이 발생하진 않았을 텐데 3년 전과 판박이로 되풀이된 이번 사건을 보니 정말 아쉬운 점이 많다. 언론에서는 이제 다른 해결책(?)으로 침수가 될 것 같은 지하차도나 터널로 진입할 때는 미리 자동차 창문을 열어서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던데 어떤 곳이 침수가 될지 미리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매연이 가득 찬 터널이나 지하차도로 진입하면서 창문을 열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리저리 생각을 해봐도 가장 좋은 해결책은 지하차도가 침수될 것 같으면 사전에 미리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안내방송과 차단 시설을 가동하는 것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고 정해진 매뉴얼이겠지만 지난 3번의 인재(2014년 부산(2명 사망), 2020년 부산(3명 사망), 2023년 오송(14명 사망))속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켜지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터널 내 배수펌프의 고장. 이 두 가지 것들은 안전을 위해 사전에 점검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골든타임에 제 역할을 못한 것들이다.
우리는 계속되는 기상 재난 속에서 언제쯤이면 이런 시행착오들을 개선하여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매년 큰 비가 내리는 걸 알면서도 사전에 이렇게 중요하게 점검되어야 하는 것들을 놓치고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나서야 대통령이나 그 밖에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현장을 방문해서 소방 119 구조대원들이 악전고투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브리핑을 받고 나서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되돌아가는 일들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결국은 '물'이다. 물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더 낮은 곳으로 흘러 모이게 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물고기처럼 아가미로 호흡할 수 없기 때문에 물이 호흡기를 막으면 숨을 못 쉬게 되고 당연하게도 사망하게 된다. 그러니 물이 모이는 저지대에 있는 사람은 대피시켜야 하고 사람이 사는 저지대로 물이 흘러갈 수 없도록 예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많은 사망자가 생겼다. 오송의 지하차도가, 서울의 반지하 방이, 그리고 부산과 여주의 하천변이 바로 그런 곳이 아닌가? 그렇게 미리 대비하고 대피하지 못해서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그제야 우리 소방관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내린 많은 비로 얼마나 많은 소방관들이 비상에 걸려 밤에 잠도 못 자고 고생을 했을까?
많은 사상자가 생긴 오송과 예천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부산에서도 학장천에서 실종된 60대 여성을 찾기 위해 지난주부터 많은 소방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학장천 실종자 수색 구간)
붉은 선으로 표시된 곳은 학장천 실종자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을 만한 경로를 그린 것이다.(저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미리 알립니다.) 그분이 실종된 학장천을 물론 낙동강이 흐르는 사상구과 사하구를 거쳐 바다까지 부산의 소방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부산의 바다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소방정대에서도 소방정을 활용해서 다대포와 가덕도 앞바다 일대를 수색하며 실종자를 며칠째 찾고 있다.
많은 비가 온 뒤라 바닷물이 뒤집어지고 너울도 일어 파도가 거칠었지만 전국적으로 실종자를 수색, 구조하는 일에 모두가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 15km 상류에서 발생한 실종자를 찾는데 이렇듯 비상이 걸렸으니 피해가 심한 다른 지역의 소방관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당비번도 따로 없이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단 한 사람의 생존자라도 살리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소방관은 불만 끄는 소방관이 아니라 여름철 우기 때는 물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재난을 막는 수방관(水防官)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생각해 오던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이 아니라 여름에는 슈트를 입은 수방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고온과 온난화 그리고 극한 호우에 대비하여 슈트를 입은 우리를 이제는 수방관(水防官)으로 불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