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보석 4
2주째 딸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오늘은 늦잠을 잔 딸 덕분에 11시가 아닌 12시쯤 센터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무도 없다. 전원을 켜고, 생명을 불어넣자, 센터의 공기는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운동 전 준비운동은 운동의 효과를 높여주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몸을 풀어주었다.
맨손 스쾃과 PT체조를 3세트씩 한 후, 딸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하라고 이야기해 준다. 오늘도 딸은 러닝머신을 탄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을 보면서 가볍게 걷는다. 뭐가 되었든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기에 오늘도 파이팅을 외친다.
마흔이 넘어가면 근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올바른 자세로 정확하게 호흡하기 위해 몸의 소리에 집중한다. 모든 동작을 15~20개를 하고, 1분을 쉰다. 그렇게 3세트를 마치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천천히 체온이 올라감을 느끼며, 겉옷을 벗는다. 체온을 1도만 높여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는 아주 큰 목표보다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근력운동을 마친 후에는 유산소 운동을 통해 지방을 태운다. 주로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은 인터널 러닝과 천국의 계단이다. 딱 30분만 하면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모녀의 운동은 1시간 반 만에 끝났다. 운동 후 딸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거나 사준다. 오늘 딸이 선택한 점심 메뉴는 우리 동네 맛집 '상봉칼국수'다. 집에서 살짝 떨어져 있지만, 열심히 운동한 딸을 위해 이 정도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제법 있다. 자리에 앉아 오늘 운동을 하며 보았던 영상이나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점심이 많이 늦었다. 벌써 2시네. 여기는 3시까지만 영업하는 거 알지? 1시간 만에 다 먹을 수 있지?"
"에이, 엄마도 참 아무리 속도가 늦어도 1시간은 안 걸려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참, 저녁에는 뭐 해줄까?"
요즘 딸과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주제는 음식 메뉴 정하기다. 두 달간의 긴 겨울방학에 딸은 학기 중에 못 읽었던 책과 미완성한 뜨개를 완성하기로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맛있는 음식은 행복을 두 배, 세배로 가져다준다.
모자를 푹 눌러쓴 여성분이 들어온다. 사장님은 우리 옆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우리는 손님을 의식하며 목소리 톤을 살짝 낮추었다. 따뜻한 칼국수를 후루룩 소리 내며 먹고, 겉절이를 먹으면 짭조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면과 김치가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만들어낸다.
옆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자꾸만 나를 쳐다본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상대를 알아볼 수 없었다. 다시 칼국수에 집중해서 먹는데 또다시 낯선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손님을 쳐다보자, 그녀의 입술이 움직인다.
"저..... 혹시....... 새벽.. 여행님?
새벽여행은 온라인세상 속에서 나를 부르는 이름이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아도 기억이 없다. 근데 이 목소리가 낯설지 않다. 뭐지? 당신은 누구인가요? 머릿속에서는 그녀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대망님이다.
"어머, 작가님 어떻게 저를 알아보셨어요? 우리 오프라인에서는 딱 한번 만났고, 벌써 1년 전의 일인데."
"새벽여행님의 목소리로 알아봤죠?"
"제 목소리요? 우연히 이렇게 만나다니 너무 신기해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우연한 만남에 놀라워하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3년 12월 15명의 작가님들과 함께 전자책 <2년간 새벽 5시, 16명의 이야기>를 출간했었다. 16명의 작가님들 중 한 분인 조승옥 작가님이다. 우리는 2024년 1월 출간 기념회 이후 만나지 못했다. 우연한 만남의 기쁨을 작가님들에게 전하기 위해 폰을 열어 작가님과 셀카를 찍고, 단톡방에 올렸다.
잠잠하던 단톡방이 갑자기 활기를 띠며 부럽다, 보고 싶다는 말들로 가득 채워졌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우리는 언제 어떤 식으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옛사람을 만나 옛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르겠다.
"딸 엄마 목소리가 그렇게 인상적이야?"
"당연하죠. 엄마 목소리는 한번 들으면 딱 각인되죠. 강렬해!"
"뭐어?"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우연한 만남으로 평범한 일상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또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