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고 일만하던 시절을 벗어나서 제대로 삶이라는 것을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지 1년이 넘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년 봄 꿈같은 인생 2막이 시작된다.
어쩌다 한번쯤 내 삶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직업적으로 타인의 크고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다. 50번째, 혹은 60번째 생일날에 구태의연한 생일파티말고 의미있는 전시회를 열어 기념식을 해보면 어떨까. 친한 친구들 몇몇을 초대해서 내 인생 중요한 순간들을 전시물로 꾸미고 연신 싸구려 샴페인을 터뜨리며 밤새도록 파티를 즐긴다면...
스무살 실연당하고 들었던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같이 들으면서 첫사랑 이야기를 실컷하고, 서른즈음 회사 다닌답시고 밤낮으로 일만했는데 그 때 만들었던 기획안이며 현장 사진들 모아놓고 진상치던 고객 얼굴 찾으면서 하소연도 하고 느즈막히 애기 키우면서 생긴 추억들도 한봇따리 풀어놓으며...
그렇게 내 안에 쌓아둔 모든 것을 다 털어내면 다음 날 아침 깨끗하게 빈 껍데기로 깨어나 기분 좋은 허기짐으로 다시 싱그러운 봄 냄새를 가득 품을 수 있을텐데.
그런 상상에서 시작된 것이 시니어 학교의 초기 디자인이다. 어느 순간 내 삶에 되돌아 볼 것이 생겼다고 느꼈을 때 충분히 스스로 격려하고 다독이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가 생길텐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여서 더, 더 많이 집어삼키다가 고장난 경운기처럼 멈춰서버리는 우리 삶이 서글펐다. 그렇다고 내가 달랐던 것도 아니었던지라 여느 경운기들처럼 땅이 울리는 소음을 견뎌내며 덜덜거리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작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을 줄이면서 난생처음 '쉬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고장난 기계처럼 그저 멈춰있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해야 옳을까, 아니면 어떤 것도 하고싶지 않았다고 고해야 옳을까. 어떻든 그 상태가 꽤 오래 갔다. 그리고 천천히 먼지도 걷어내고, 기름도 치면서 아주 천천히 말로 정리하기 힘든 어떤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상상만 하던 인생의 기념식을 못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열심히 이 일을 해왔는데, 까짓것 대수로울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차곡차곡 또 꿈을 꾸는 마음으로 작은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가 이제 내년 봄이면 세상에 나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실은 이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을 홍보하면서 너무나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 너무나 개인적인 진심이 담긴 소박하고, 소중하고, 또 가엾은 것이어서 누군가의 가벼운 비난도 스치기 싫은 감정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수 있을까. 앞으로 내가 천천히 꾸려나갈 꿈이 바로 내 발 끝에 닿아 있는데, 정작 나는 감히 내가 발을 내딛어야 할지 엎드려 손으로 어루만져야 할지 언감생심 안절부절하며 바라만 보는 심정을.
**내년 봄부터 경희대학교 글로벌미래교육원에서 시니어 인생학교 첫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모든 삶은 절대적으로 위대합니다. 감히 제가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위인도 아닙니다. 그저 여러 삶의 조각들을 이어서 위로와 축하의 순간을 엮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 안에서 저 또한 수없이 많은 위로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관심있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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