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과 더불어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다
용문사에서
언제나 잊지 않고 찾아오는 이 계절에
용문사 은행나무도 투명한 듯
노랑빛으로 화답한다.
평탄한 산책길을 마다하고
굳이 사잇길로 가자하는 홍 여사
흙길인 것은 좋은데
군데군데 가파른 나무계단이 걱정된다.
서울에서 온 반가운 벗을 위해
홍 여사 자신이 힘든 것 보다도
벗에게 예쁜 길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모양이다
이런 홍 여사의 마음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손을 꼭 잡고 오르는 산속 오솔길엔
홍여사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하다
올 초만 해도
천 년을 지켜온 은행나무는
볼 엄두조차 못 냈었는데
평탄한 산책길도
중간쯤에서 쉬다가 발길을 돌렸었는데
자청해서 숲 속 사잇길로 가자하는
홍 여사가 대견하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좋아진다고
한꺼번에 낫는다는 것은
우리 욕심일 수 있다는 것을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위해
이 화려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반가운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은 당신
그런 홍 여사를 나는 사랑한다
한 번도
그냥 스쳐지나 간 적 없는 이 계절은
많은 발길들을 이곳으로 모으고
우리 홍 여사의 마음도 들뜨게 한다.
오늘
젬마와 함께한 이 산행
홍 여사의 마음은 가을빛으로 가득 차고
벗을 만난 즐거움이
온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따사로운 햇살이 정겨운 이 계절에
투명한 하늘빛까지 아름답고
도미니카가 젬마에게 선물한
용문산의 가을빛은
더더욱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반짝인다.
2012년 10월 13일
서울에서 벗이 온다고
아침부터 들떠 있는 홍여사...
우리 집을 방문하는 벗들에게
천 년 세월을 거슬러온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여 주고 싶어 한다.
홍여사를 보기 위해
이곳까지 온 벗들이 많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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