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1인기업가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1인기업가 생존기 (8) 자유를 찾아

by 너굴양


얼마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다. 헤드헌팅사였다. 구인구직 시즌이 되면 가끔 연락이 온다.

첫직장이었던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나온지 3년이 넘었지만, 간간히 마케팅 홍보 포지션으로 제안이 오곤 한다.


1인기업가에게 유혹(?)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헤드헌터의 메일이다. 그리고 각종 협업을 제안하는 메일이 또한 그렇다.

일이 없어 불안할 때는 메일이나 연락 하나에도 하늘공원 갈대마냥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연락이 온 곳은 정중히 거절하고 나서야 내가 왜 1인기업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이 시리즈를 읽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아주 우연하게 1인기업이 되었다. 그 때는 1인기업의 개념도 모르고 '나는 프리랜서다!'하고 외치고 다녔더랬다.

3개월만, 6개월만, 1년만 하던 것이 3년째가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더 버텨보고 싶다. 어떻게든 버텼더니 조금씩 할만해지고, 조금씩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요즘 이런 저런 일을 벌이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 일이 잘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은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상의 이유던 마음이 해이해졌던 계속 공장을 돌리지 않으면 안된다. 멈췄다 다시 뛰려면 시간이 걸린다. 회복에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다.

마냥 마음놓고 일할 수 없는게 1인기업가의 숙명 같은 것인데 나는 왜 다시 직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애쓰는걸까?


간단하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자유! 그놈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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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회사에 다니면 반복되는 업무에서 벗어날 순 있지만 평소에 하지 않았거나 할 필요가 없었던 일도 하게 된다. 회사는 연말정산을 해주었는데 이제는 내가 홈텍스에서 세금 신고를 하고, A4지를 직접 사야해서 지인 사무실에서 한웅큼 얻어오기도 했다. 행정처리, 계약서 등 중요하지만 너무나 귀찮고 싫은 일도 해야한다. 물론 영업도 직접하고 홍보와 마케팅도 직접한다. 그리고 회사는 구속이기도 하지만 울타리가 되어준다. 어디어디의 정과장이면 우리 회사 사장님부터 이사님 부장님 다 이름을 팔며 다닐 수 있다. 회사 이름이 내 이름 같고 내가 사고치면 회사가 감싸준다. (물론 나갈 때 되면 세상에 그런 남이 없다, 회사는 쿨하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기업은 자유롭다. 나와 나의 일,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쓸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가?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지만 나만의 패턴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시간을 더 쓰는 날도 많다. 결정적으로는 월급을 포기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과,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울타리 안에 있는 것 중에 전자를 택한 것 뿐이다.


출퇴근에서도 자유로워진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출퇴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출근하던 시절에는 기본 1시간을 썼다, 왕복으로는 2-3시간을 쓰는데, 처음에는 책도 보고 신문도 보다가 이내 쪽잠을 자거나 업무를 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은 집에서 30분 이상 거리로는 일하러 가지 않는다. 홍대, 광화문, 시청, 종로 모두 30분 안에 도착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이번에 새로 입주한 코워킹 스페이스는 우리집에서 버스가 한번에 가고 20분이면 여유롭게 도착한다.

대학 졸업할 때 부터 광화문 언저리에서 일하고 싶다고~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결국 근처로 오게 되었다. 정작 직장생활 할 때는 한번도 이런 빌딩숲에서 근무하지 않았는데 1인기업이 되어 일할 곳을 선택하고 넥타이부대 사이로 다니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광화문 언저리에서 일하게 된게 10년 걸린 셈이다. 그것도 직장인이 아닌 1인기업으로...사람 일은 참 모르는 것 같다.

무엇보다 출퇴근에서 아끼는 에너지를 일에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12417550_10154283461969587_7951123297138197867_n.jpg 홍소장님이 찍은 청계천 사진, 점심이나 오후에 산책하기 참 좋다


을지로로 나오기 전에는 집이나 근처 카페를 애용했는데, 집에서 일할 때는 유혹이 많지만 눈곱만 떼면 출근이라는 점이 좋았고, 카페는 다니기 좀 번거로워도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재미, 동네 분위기와 카페 인테리어, 사람들에게서 받는 영감이 도움이 된다.


페이스북 <1인기업가다>그룹에 '1인기업가로서 좋은점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많은 댓글이 달렸다. 웹툰으로 그리겠다고 했는데 몇개만 먼저 소개하자면

'낮잠, 평일에 여행, 사람 눈치 보지 않기, 디지털노마드, 평일 조조영화, NO월요병' 등이었다.

결국 많은 댓글을 가로지르는 키워드는 '자유'였다. 자유를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하지만 결국 나의 삶을 직접 설계하는 기쁨이라는 건 누구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댓글.jpg 댓글에서 뭔가 신남이 묻어나지 않는가...


가끔 주변에서 묻는다. '출구전략'이 있냐고.

'그런거 없어! 존버야!'라고 호기롭게 외치던 일도 있었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는데, 나의 결론은 이렇다.

지금 하는 일을 잘 하는게 최고의 출구전략이다.


직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1인기업으로 오래오래 해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가장 좋은 전략인 것이다.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회사와 계약하는 것, 많은 1인기업가와 협업하는 것, 그게 나의 출구전략이다.


그러니 1인기업가 여러분, 자유를 마음껏 누리시길. 그리고 함께 걷는 이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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