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굴양 May 06. 2016

학벌의 붕괴와 1인기업가의 시대

지극히 개인적인 1인기업가 생존기 (9) 계급장 떼고 붙자

얼마전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우리 애들한테는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요'라고 하셔서 내심 놀랐다. 오래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이 하실 수 있는 말일까 싶었지만 계시는 분야가 창업 쪽이다 보니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었다.


강남 엄마의 정보력과 자금력이 아이들의 학벌을 좌우한다고 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대기업이 관광버스로 신입사원을 실어나르던 때도 있었다. 미국 유학이나 석사, MBA 학위가 있으면 대기업이나 외국계 회사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날고기는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고, 영어만 잘하는 신입사원은 뽑히지 않는다. 대학은 '취업 인재'를 기른다고 인문계열 학과를 통폐합하지만 정작 일선에서 일하는 3년차 대리들은 '신입사원들이 뭘 배우고 왔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최근 사회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는 해산을 선언했다. 더이상 학벌이 삶의 안정성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학벌없는사회는 해산 선언문에서 학벌과 권력의 관계에서 빚어진 학벌사회는 이제 자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언문 전문이 실린 기사(허핑턴포스트)) 


1인기업이 된 이후 한달에 한번씩 '어떻게 들어간 대학인데...'를 읊조리는 모친의 시선을 모른체하며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학벌의 붕괴'는 정말 올 것인가?


요즘 <나는 1인기업가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더 많은 1인기업가들을 만난다. 1인기업 회식날 행사를 하면 회사에 다니면서 준비하는 분들도 심심치않게 만날 수 있다. 회사에만 다녔으면 몰랐을 정글같은 세계, 그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다독이고 정보를 나눈다. 하는 일이 중요하지 나온 학교는 묻지도 않는다.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오직 저 1인기업가는 어떤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지, 어떻게 수년, 십수년을 버티며 살아왔는지가 궁금할뿐이다. 


1인기업 회식날 4월 단체 사진, 이날도 많은 1인기업가들이 교류하고 정보를 얻어갔다


다시 교육 이야기로 돌아와서, 몇 년 전 유튜브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살만 칸(www.khanacademy.org)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MIT에서 수학한 그는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무료로 배포했고, 빌게이츠의 극찬을 받았으며, 2010년 구글의 '프로젝트 10의 100제곱' 공모전에서 세상을 바꿀 5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뽑혔다. 그는 '영상이 교육을 바꾼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한국에 온 이유는 수능을 준비하는 고3 학생의 팬레터(와 한국과자) 때문이었다. OMR카드 뒷면에 써내려간 영어 편지, 그녀를 비롯한 수많은 '김고난 씨(코난)' 팬들은 유려하며 재치넘치는 영어 팬레터를 보냈다. 한 팬은 '코난의 쇼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해요, 코난의 재치있는 입담 덕에 영어가 많이 늘었어요'라고 썼다. 내가 좋아하고 배울 수 있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유튜브에 널려있고, 양질의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내가 노력해 외국어를 한두개 더 할 수 있다면 접할 수 있는 정보량이 방대해지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다. 직접 정보를 찾고 편집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정말 많다. 나의 지인들 중에는 일본 축구를 보려고 일본어를 배운 사람, 영문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보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 있다. 


이것은 1인기업가들이 정보를 수집해 전문성을 쌓는 과정과 닮아있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 공부하고 그 전문성을 인정받는 시장에서 일하는 1인기업가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것은 일방적으로 소비하던 전통매체의 시대, 학벌 중심의 대기업시대가 끝나고 누구나 미디어가 되고 조직이 작아지는 시대가 왔다는 반증이다. 기존의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는 지식인들은 유학을 떠나 정보를 얻어왔다면, 지금은 누구나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논문을 사서 다운로드 받는 시대가 아닌가. 넘치는 정보들 중에 양질의 것을 고르고, 편집해 글을 쓰고 나만의 컨텐츠를 만드는 '에디톨로지의 시대(by 김정운 교수)'가 온 덕에 1인기업은 더 빨리 성장하고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전문성, 컨텐츠, 브랜드를 쌓으며 고객을 찾고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학벌과 스펙으로 조직에 들어가 수십년 살아남는 직장인은 줄고 있다. '학벌의 붕괴'와 함께 '1인기업가의 시대'는 이미 다가오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전 글은 아래 링크에서 보세요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1) 나는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왔나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2) 혼자 일하기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3) 일 없을 때 버티는 법

지극히 개인적인 프리랜서 생존기 (4) 살아남아야 도전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1인기업가 생존기 (5) 무빙오피스냐 보부상이냐

지극히 개인적인 1인기업가 생존기 (6) 1인기업가의 워크플로우 엿보기

지극히 개인적인 1인기업가 생존기 (7) 나는 왜 팟캐스트를 하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1인기업가 생존기 (8) 나는 왜 1인기업가인가




너굴양의 작업은

STUDIO HJ 공식 홈페이지

너굴양 페이스북 페이지

너굴양 그림일기 블로그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1인기업가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