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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내가 읽은 것들

정말 힘겨운 한 달이었음..

by 뉴욕사서

일단 내가 1월에 읽은 책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제임스 윌리엄스의 <스토너>

그리고 시작은 했으나 끝내지 못한 Salman Rushdie의 <Knife>와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송희구 저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1월이었다.


<소년이 온다>를 1월 북클럽 책으로 선정하고,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고 있는 <소년이 온다>를 그야말로 원서로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설렘과, 2024년 12월 한국에서 일어난 일(대통령 비상계엄령 선포)과도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이 책을 선정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 선정 당시 도서관에서 대여가능 한 권수가 가장 많았던 것도 이유 중에 하나!)


책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이 책은 2017년에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을 때 읽으려고 시도했던 책이다. 그러나 다 읽지 못했다. <채식주의자>도 나에게 적지 않게 충격적이어서 그랬을까. 작가님의 책을 연달아 읽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시작했던 것 같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내용인데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묘사되는 장면들이 너무 잔인하고 눈앞에 생생히 그려져 책을 읽는 내내 구역질이 나 들어 책을 반도 채 읽다 말고 덮었었다.


그렇게 기억 한편으로 잊혀졌던 책을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다. 이번에는 꼭 읽어야지.


나이가 들면서 내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건지 이번에는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한강 작가님의 책을 아주 오랜만에 읽는 거라 글이 주는 무게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소년이 온다>는 교과서와 언론 매체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뻔한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책일 거라 생각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는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다. 내가 이해한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 내가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 중에 하나였다면 과연 나는 그들과 함께 뛰쳐나가서 민주화를 외칠 수 있었을까. 어땠을까. 그럼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먹고 사는데만 급급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질문들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북클럽 전 어느 정도 다른 생각들의 대립을 예상은 했지만 이 책을 아직도 남아 있는 지역감정, 남과 북의 이야기 현 정권과 야당의 대립구도로 읽히기도 한다는 게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북클럽은 원래 다양한 의견을 나누려고 참여하는 거긴 하지만..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문제는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무거운 솜옷을 입고 바다에 빠져 한없이 가라앉는 느낌. 그래서 한 동안 긍정적이거나 발랄하고 나의 에너지를 확 쏟아부으며 읽어야 하는 책들은 전혀 읽지 못했다. 자기 계발, 동기부여 책, 다른 무거운 내용의 소설 등.


그래서 읽기 시작한 책이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이 책은 12월에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가진 책 중에 유일하게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책이었다. 이 책 덕분에 나의 독서 권태기를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을 해야 했던, 우리들의 잊으면 안 되는 과거, 그리고 동호의 엄마의 마음이 너무 절절해 눈물을 훔쳤다면, 스토너를 읽으면서는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이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내가 읽은 책으로 내 기억에 새겼다.


눈물을 흘려야만 좋은 책은 아니지만 나는 올해 딱딱해진 나의 마음을 다시 말랑거리게 만드는 게 신년 목표 중에 하나인데 그 부분은 성공한 듯하다. 후유증이 이렇게 오래갈 건 예상 못했지만.


읽지 못한 두 책은 다시 나의 리스트에 올려 두었다. 언젠가 또 <소년이 온다>처럼 읽게 될지도 모르니.


책을 읽는 게 언제나 기쁨과 설렘만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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