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어제는 직장동료의 결혼식이었다. 다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참석하는 성대한 결혼식이라고 말했다. 축사와 축시, 축가까지 총 19팀이 준비했다고 들었다. 직장동료가 만든 PPT에는 각 사람들을 소개하는 해시태그가 적혀 있었다. 이쯤 되면 축제였다. 축시로 가져갈 만한 시, 라고 생각하고 시집을 둘러보자 딱히 눈에 띄는 게 없었다. 나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죽음이 있었고, 그 죽음을 벗어난 시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산책」이라면 괜찮겠다 싶었다.
산책
찾고 있었지
겹겹이 쌓인 눈부신 꽃을
사라진 도시에서 안개 속에서 피고 지는
찾아다녔지
그가 본 것은
빛의 사원
주두에 기대앉아 쉬는
천사들
황금이 담긴 붉은
도자기
천국과 지옥의 문
순장된
예언자들
그가 찾는 건 이런 게 아니었어
그는 신비를 찾는 게 아니었다
그가 본 것은 소리 내며
따라오는
눈송이
숨죽이던 늙은 개
창에 꿰인 채
흔들리는 아이
의
옷
벌레의 울음소리로
엮은
양탄자
심해까지 울리던
종소리
그러나 그가 정말 원하는 건
그저 꽃을 보고 너에게
돌아가는 일이었지
김소형, 「산책」전문, 『좋은 곳에 갈 거예요』, 아침달
일터 사람들 앞에서 시를 낭독한 건 처음이었다. 두 분의 모든 순간이 산책 같기를, 그럼에도 결국 서로의 얼굴을 떠올리는, 축복에 가까운 삶이 되길 바란다, 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테라스를 꾸민 늘어진 천에 빗물이 모였다가 한 번에 쏟아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음식을 담고, 축가를 듣고, 박수를 치고, 가끔은 울컥대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스르륵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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