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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쟁

9. 커피 업자들의 상황

한국의 커피숍 주인들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미국처럼 약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그동안은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간신히 운영해 나가고 있었지만 약탈이라니.어이가 벙벙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꼬.





휴.





여기저기 커피숍마다 곡 소리가 났다.





가뜩이나 현재 스페셜티 커피콩이 부족해짐에 따라 베트남 로부스타 종을 섞어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팔고 있는 형편이었다.





원래 로부스타는 믹스커피에나 이용되던 커피종이다.





그런 커피종을 아메리카노에 섞을 지경이 된 것이다.





그러자니 소비자들의 짜증섞인 불만의 소리가 높아졌다.





'이 돈주고 이 따위 커피를 사먹어야 해?'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안 먹으면 되잖아.'





하지만 커피중독자들에게는 커피없는 하루하루란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그런 시간.





커피는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약방에 없어서는 안 될 감초처럼,





하루의 일상 속에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들은 로부스타 종만으로 된 커피라도 감사히 먹어야 할 지경에 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커피 카페에서 이들은 불만의 글을 쏟아냈다.





'왜 국가는 나서서 아무런 일도 안 하는 걸까?'





'이재팔 박사의 그 거지같은 커피나 로부스타 커피나 그게 그거야.'





'우리 동네 커피숍은 이재팔 박사네 커피 쓰는 것 같던데.'





그러자 모두 한결같이 딱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차라리 베트남 커피가 낫다는 것이다. 이재팔 박사의 한국산 커피보다는.





그러자 이재팔 박사네 커피콩을 먹는다는 사람은 아무 댓글도 달지 않았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며칠이 지나고서야 이런 댓글이 달리고 그는 카페를 탈퇴해 버렸다.





도무지 뭔 소리인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쫌생이 같은 회원 한 명이 빈정상해서 탈퇴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뭐, 이 세상엔 별 희안한 사람이 다 있으니까 말이다.





영선씨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 진짜 커피 마시고 싶다.'





커피매니아인 영선씨는 매일같이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이뤄지지도 않을 거면 꿈이라도 꾸자. 뭐, 꿈꾸는데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힘든 일이었다.





별다방에서는 '로부스타' 종으로 아메리카노를 뽑아서 팔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그렇게 된 지 이미 몇 달이 되었다.





영선씨는 로부스타 커피의 그 텁텁한 맛에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커피 가격은 이제 한 잔에 만원으로 올라갔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만원인 것이다.





만원을 내고 로부스타 커피로만 추출한 커피를 마셔야 하다니.





아. 살기 퍽퍽하다. 퍽퍽해.





만원을 내고 텁텁한 커피를 들이키자니 힐링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열이 받는 것 같은 그런 심정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커피숍의 호구 노릇을 해야 하는 걸까요?'





누군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그 다음으로 푸념의 글이 쭉 이어졌다.





그러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에디오피아, 브라질 커피 모두 구할 수가 없는 걸 어떻게 해요. 우리 좀만 참아봅시다.'





그런 점잖은 댓글이 올라오자, 모두가 침묵했다.





'이런 확. 불이나 질러버릴까 보다!'





오마이갓!





누군가가 모두가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던 바로 그 것을 글로 말해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게시판은 얼음이 되었다.





그리고 그 회원은 경고를 먹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의 심정에 동감하는 그런 현실. 바로 그것이 한국 커피 시장이 처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언제라도 광포한 커피매니아들이 일어날 법한 상황.





문을 닫을까.





산청의 '지구별 커피숍'이 기억나는가?





사람들에게 십만원에 에디오피아 커피를 판 그 인간.





말은 안했지만 사실 그 에디오피아 커피도 로부스타 커피가 살짝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그들의 눈을 가렸던 것이었고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의 만행이 알려진다면.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는 폭도들이 자신의 카페에 들이닥치는 그런 험악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잠조차 편하게 자지 못하게 된 그런 실정이었다.





산청의 지구별 커피숍 운영자인 김영우씨는 매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외지에 있던 커피숍이라 그동안 비축해 놓았던 스페셜티 커피를 커피 순례자들에게 비싸게 팔아 생활을 유지해왔던 터였다.





에디오피아 커피 한 잔에 십 만원을 내면서 손님들 표정이 얼마나 황망했는지 그는 잘 기억하고 있다.





자기가 그걸로 재미를 봤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광고에서는 오만원이라고 때리고 사람들이 도착하면 며칠 사이에 가격이 훌쩍 뛰었다며 십만원으로 배를 뻥튀기해 온 것을.





혹시 사람들이 거기에 앙심을 품고 약탈해가면 어쩌지.





김영우 씨는 정신과를 찾았다.





"선생님, 요새 잠을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의사에게 자신의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놓았다.





"사실은 제가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오마이갓!





뭐지?





왜 이 의사의 눈이 반짝거리는 거지?





갑자기 의사가 말을 시작했다.





김영우씨가 아직 말을 끝내기도 전이었는데 말이다.





"혹시...... 혹시.......... 구할 수 있습니까?"





의사가 그에게 물어온 말은 구할 수 있냐는 거였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말이 아닐 수가 없다.





"네? 뭘요?"





김영우 씨는 딴청을 피웠다.





그리고 자기가 번짓수를 잘못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새끼는 커피 중독자인 것이다.





잘못걸렸다간 피본다.





하지만 그가 사는 지역의 정신과는 이 곳 하나 뿐이었다.





아, 정신과 진료받으러 도시로 나가야 하나?





그는 속으로 갈등했다.





아니, 이 의사 새끼가 갑자기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선생님!"





의사가 오히려 그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구할 수 있습니까?





뭐라도 다 하겠습니다.





저희 병원의 vvip 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진료는 무료로 다 받게 해드리겠습니다."





그 의사는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사실.





사실.





김영우 씨는 소량의 스페셜티 커피를 가지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이건 절대 못 주지.





그건 약 10킬로 그램의 포대에 넣어져 있었다.





그 커피를 생각할 때마다 김영우 씨는 입에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 커피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다.





약탈자들이 자신의 커피숍에 들어와서 그 커피를 뺏어갈까봐 말이다.





이 의사놈은 어떻게 처리하지?





아.





내가 여기를 왜 와가지고.





"수면제가 필요하시다고 했죠?"





의사는 거의 부르짖다시피 그에게 이야기했다.





"다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다음에 오실 때 딱 십그램이라도 좋으니까 스페셜티 커피 좀 가져다 드릴 수 있으신가요?"





의사가 말했다.





"없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김영우씨는 단번에 말했다.





그러자 의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런 젠장!'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는 말없이 방 뒤쪽에서 밤에 수면을 돕는 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게 그 약봉지를 거의  내던지시다시피 했다.





"삼 주 후에 뵙겠습니다."





기계적인 어조로 그의 목소리는 바뀌어져 있었다.





아까의 그 반짝이는 눈빛은 이미 다시 예전의 총기를 잃은 때로 돌아가 있었다.





약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온 김영우씨는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휴.





안도의 한숨이었다.





잘못하다가는 의사놈한테 발각될 수도 있었잖아.





그의 병은 깊어만 갔다.





그는 자다가 헛소리를 했다.





"안돼! 안돼!





내 커피!"





그러면서 잠에서 깰 때도 있었다. 식은 땀을 흘리며. 그리고 시원한 창고 안에 있는 커피가 잘 있는지 확인하러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게 잘 있는 걸 보고 오면 그제서야 다시 잠이 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토막잠이었다.





"야, 이 개자식들아!"





또 다시 그는 소리를 치면서 땀에 절어서 깨어잤다.





이번에는 약탈자들이 자신의 커피를 뺏어가는 그런 끔찍한 꿈을 꾼 것이었다.





그의 꿈 속에는 그가 십만원에 로부스타와 에디오피아 커피를 섞어가면서 팔았을 당시에 왔었던 손님들이 등장했다.





으,





으으윽.





한 잔의 커피를 손에 잡고 신음 소리를 내가면서 마시던 그 사람들.





그 사람들이 이제 좀비가 되어서 그의 가게를 습격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가게 안에 벽장을 가게 대문 앞에 갖다놓고 그 뒤에 숨어 필사적으로 좀비들이 들어오려는 것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밖에 좀비들의 숫자는 점차로 늘어갔고,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헉.





갑자기 심장마비가 오면서 김영우씨는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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