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웃지 않았다. 웃음이 사치처럼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의 농담에도 어색하게 입꼬리만 올렸고, 거울 속 내 표정은 늘 무표정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괜찮냐고 물었지만, ‘괜찮아’라는 대답조차 힘들었다. 웃는 얼굴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너무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다시 웃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웃음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 비롯된다. 억지로 미소를 지을 수는 있어도,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그 웃음은 금세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먼저 웃음을 되찾기보다, 웃음을 막고 있던 마음의 돌덩이를 치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돌덩이는 상처였고, 불안이었고, ‘괜히 웃었다가 다시 무너질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처음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아침에 마신 커피가 유난히 향기로울 때, 창밖 하늘이 예쁘게 물든 걸 봤을 때, 짧게라도 ‘아, 좋다’는 마음이 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 ‘좋다’는 마음이 쌓이자,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아무 이유 없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이 생겼다. 웃는 연습이 아니라, 웃음이 피어날 여유를 주는 과정이었다.
웃음을 되찾는 건 마치 오래 닫혀 있던 창문을 여는 일과 비슷했다. 처음엔 빛이 너무 눈부시고, 바람이 낯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빛과 바람이 방 안 공기를 새롭게 만든다. 내 마음도 그랬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조금씩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그 따뜻함이 결국 웃음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웃어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웃음을 목표로 삼으면, 오히려 더 웃을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웃을 수 있는 상황이야?’라는 검열이 마음속에 생겨났다. 그래서 나는 웃음을 목표로 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하기로 했다. 나를 몰아붙이지 않고, 나를 탓하지 않고, 잠시라도 기분이 나아지는 순간을 허락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웃음은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피어나는 것이라는 걸. 예전의 웃음을 되찾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맞는 새로운 웃음을 키우는 것이다. 그 웃음은 과거보다 조심스럽고, 때론 작지만, 그만큼 깊었다. 억지로 만든 표정이 아니라, 내 안에서 흘러나온 마음이었다.
이제 거울 속의 웃는 내가 낯설지 않다. 여전히 완벽히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웃을 수 있는 나를 만났다는 게 큰 변화다. 웃음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다시 살아가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웃음을 지켜주려고 한다. 더 이상 잃지 않게, 그리고 언젠가 그 웃음이 나를 더 멀리 데려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