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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디즈니성을 만나다

유럽여행기 3편 / 독일 휘센

by 이순열


어린시절 극장에서 디즈니 영화 시작 시그널에 등장하는 숲속의 공주성를 만날때 마다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오랜시간 그 판타지에 빠진적이 있었다.


성의 오리지널이 독일 휘센에 위치한 노이슈반 슈타인성 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참으로 많은 시간이 지난뒤였다. 백마 탄 왕자가 공주를 만나러 가는 심경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4백여 킬로미터나 되는 먼거리를 자동차로 한달음에 달려 휘센에 도착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평원에 펼쳐진 야생화의 군락이 우리를 마중했다. 아득히 보이는 알프스의 설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는 청명하다 못해 서늘하기 까지 하다. 엘지의 에어컨 브랜드 휘센이 이곳의 지명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추측을 해본다.



호수가에 자리잡은 마을은 독일 최고의 휴양 도시답게 고급스런 레스토랑과 호텔로 가득하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노년의 부부들이 손을 잡고 호숫가를 산책하는 모습이 여유롭고 평화로와 보인다. 나도 저들의 모습을 닮고 싶다.


스위스에서 보아온 에메날드 빛 호수와는 다르게 청록색 물빛은 약간은 탁해 보이긴 하나 알프스를 배경으로 동화속에 나옴직한 원색의 아름다운 집들이 연잎들이 떠다니는 호수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풍경은 한폭의 유화를 펼쳐놓은 듯 하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호수가를 반짝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은 그 맛과 향이 일품 그 자체다.



알프스에서벽을 맞이하다.


다음날 맞이하는 휘센의 새벽은 청량함과 고요함 그 자체다. 은은하게 들리는 종소리에 잠이 깨어 호텔 발코니로 나가니 멀리보이는 알프스 자락은 구름을 휘감은채 안개속에서 자신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들리는 새들의 지저김은 높고 낮은 각양각색의 화음을 이루어 눈을 감으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새들의 합창을 듣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몸과 마음의 힐링이던가?

피부로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의 감촉이 잠자던 나의 세포를 깨운다.


30분을 간격으로 울려대는 성당의 종소리는 세속에 갇혀 살던 나의 영혼을 깨우는 듯 하다..


디즈니 성 오리지널을 만나다.


휘센 도심에서 자동차로 10여분을 달리니 우측으로 어린시절 부터 눈에 익숙한 성, 일명 잠자는 숲속의 공주성, 노이슈반슈타인성이 산정상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 아득하게 보인다. 예상은 했지만 독일의 유명 관광지 인지라 테마파크에 온 듯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디즈니성의 원조 노이슈반슈타인성


셔틀버스를 타고 여분을 가파르게 경사진 숲속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가 차에서 내렸다.

사람들의 무리에 휩쓸려 언덕으로 오르니 절벽과 절벽 사이로 구름다리가 놓여있고 수백미터 아래로는 에메랄드 빛 계곡물이 흐르는데 바라보니 현기증을 일어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아찔하였다.


다리의 난간을 잡고 고개를 들어보니 아스라히 보이는 호수를 배경으로 순백의 백조를 닮은듯한 우아한 모습의 노이슈반 슈타인성이 자태를 드러냈다. 나도 모르게 탄성과 함께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 바이에른 군주였던 루드비히 2세가 산 정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성을 짓기 위하여 평생을 바친것을 보면 그는 분명 낭만주의자 또는 몽상가 였을것이다.


성에서 바라본 계곡 위 다리
다리에서 바라본 계곡

어린시절 오랜시간동안 동경하던 디즈니성의 오리지널을 직접 대하는 감흥이 바로 이런 것 이던가 ? 유럽의 많은 성을 만나봤지만 유독 이 성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순수 했던 시절의 로망이었기 때문 일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성을 보기위해 산길을 돌아서 올라기니 멀리서 봤을때의 우아한 모습과는 달리 직벽 성곽이 위압감을 느끼게 하였다. 성 내부를 관람하기위해 입장권을 샀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 관광객줄 때문에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을 가까이서 본 모습
호엔슈방가우 성은 루드비히 2세의 아버지이자 바이에른의 선제후인 막시밀리안 2세가 지은성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서 언덕위에 세워진 다소 소박해 보이는 성이 노이슈반 슈타인성의 모태인 루드비히 2세의 아버지가 세운 호엔슈방가우 성이라고 하였다. 아버지의 성보다도 더 크고 화려한 성을 세우겠다는 탐욕의 결과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성이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중국에서 진시왕의 탐욕으로 세워진 만리장성이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것 처럼.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휘센의 도심으로 나왔다. 7시를 채 넘기지 않은 저녁 이른 시간임에도 거리는 벌써 텅 비어있다. 독일의 다른 도시들 보다도 더욱 품위있는 건물들과 잔잔하고 은은한 조명이 휘센이 고급 휴양지임을 알리는듯 하다.


간판으로 뒤덮힌 우리의 혼란스러운 거리가 생각나 나를 드러내기 보다는 간판 조차도 남을 배려하는 그들의 성숙한 문화가 부럽기만 하다.


휘센의 중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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