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겠다는 후배에게
긴 말을 해줄 수는 없었다.
스스로를 돌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후배가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까
그가 떠난다고 해서
조금 더 견뎌보라던지
내년은 괜찮아질 거라던지 하는 조언들은 조금 주제넘은 것 같았다.
다만 많이 생각해 보고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하라고 했다.
그치만 당장 너무 힘들다면, 무조건 참는 게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힘들어 죽을 것 같다고 토로하는 나에게, 선배는 그랬다.
'일 년만 참으면 되는데 뭘 그래'
일 년은 별 게 아니라는 듯이.
인정받는 선배의 정답 같은 그 말이 뇌리에 맴돌았다.
지금 당장이 지옥인데, 일 년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일까.
하루도 버티기가 버거운데, 무조건 참는 것이 미덕인 걸까.
말 한마디로 견뎌낸ㅡ 하나뿐인 내 스무 살 청춘을
그 선배는 보상해 줄 수 있을까.
'그때 참으랬잖아요'라며 나는, 그 선배를 원망할 수 있을까.
대답은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후배에게
더 이상의 조언을 거두었다.
옳고 그른 건 없을 테니, 지금 결정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영원히 모를 일이니ㅡ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결정을 하라고, 그렇게만 답을 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