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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Oct 04. 2018

학교와 마을, 앎과 삶의 유쾌한 시공간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 이연희_충현중학교 교사

교사가 떠나도 아이들은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갑니다.


광명 8경중 1경, 도덕산 정상 (사진 : 광명시청 홈페이지)

  나는 광명에서 37년째 살고 있다. 광명에서 초, 중, 고를 다 나왔는데 어느덧 내 아이들도 여기서 자라고 있다. 게다가 동네 어디를 가든 내가 가르친 제자와 항상 마주친다. 항상 광명이라는 지역은 ‘언젠가 떠나겠지’하는 동네였다. 초등학교 때 반에서 많은 아이들이 소위 학군 이사를 위해 ‘서울’로 전학 갔다. 그렇게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떠난 동네에서 나는 광명 이 선생으로 지내고 있다.


  교사가 되어 만나게 된 우리 동네는 예전처럼 거쳐가거나 떠나가는 동네는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그러하였듯이 지역에 대해 몰랐으며, 정체성은 서울 어디인가 걸쳐있었다. 지역에 대해 내가 광명에서 살아온 시간들도 교사로서 내가 성장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시간들이라 할 수 있다. 막상 광명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보니 내가 지내온 이 마을과 내가 가르치는 것이 아무런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배움도 내가 이곳에서 자랄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것과 아무런 관련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혁신학교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앎과 삶이 함께 하는 배움인데 정작 일상적으로 내가 살아가고 마주치고 만나는 것이 배우는 것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아이들은 마을에서 사는 게 아니라 집에서 산다. 나 또한 그렇다. 철저히 분절화된 아파트라는 거주 문화에서 때로 낯 모르는 이웃은 두려운 존재마저 되기도 한다. ‘이웃사랑’은 이제 ‘불조심’ 표어처럼 식상하다. 오죽하면 이웃에 대한 공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을까 싶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자 학교가 위치해 있는 마을로부터 공동체적인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학교교육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가족도 핵가족화되고 있고 그 가정조차도 불안정한 요즘, 공동체의 가치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학교는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학교는 마을에 위치하면서도 마을에서 섬과 같다. 마을 주민 자녀의 대다수가 학교에 다니고 있어 학교와 마을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마치 학교가 위치해 있는 마을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공간처럼 존재한다.


  내가 떠나도 이곳에서 한동안 살아갈 아이들에게 지역과 마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곳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있는 아이들은 자신들에 대해 ‘서사’와 ‘정체성’이 있다.  내가 배우는 것들은 내가 살아가는 곳이 아닌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닌 삶에서 구현되는 아이들은 배움에 흥미가 있고 배움이 취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에 대한 노력과 실천

 왜 마을기반 융합 수업이 필요한가? -  마을기반 융합교육의 필요성과 목적

   
아이들은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학교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의 배움은 전혀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에서 경험되고 실천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교육적인 반성이 일어나면서 마을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시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인다.

    마을기반 융합교육의 필요성과 목적을 살펴보자. 학습 생태계 확장을 위한 마을 교육과정의 개념과 실천 방안이라는 연구조사에 참여했는데, 이 논문을 참고로 내가 정리한 마을기반 융합교육의 필요성과 목적은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다.


<마을기반 융합교육의 필요성과 목적>

 가. 삶과 관련 있는 배움 : 아이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것과 전혀 관계가 없는 지식을 배울 때 아이들은 무력함을 줍니다. 내가 살아가는 곳과 배우는 것을 관련 지음으로써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나.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수업 : 학생들이 구체적인 장소나 실물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 가깝고 쉬운 장소 : 언제든지 가서 조사와 인터뷰 현장답사가 가능합니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곳을 발견하기 적당합니다.

 라. 낯설게 하기에서 묘미가 있는 곳 : 익숙한 곳을 낯설게 보는 데에서 오는 지적인 자극과 창의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 우리가 떠나도 아이들은 남는다.

 바. 공동체성과 민주주의를 훈련하기에 좋은 장소 : 자신의 삶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기도 교육연구원(2017). 학습생태계 확장을 위한 마을교육과정의 개념과 실천방안>  

  경기도 교육연구원에서 2015년에 했던 ‘마을교육공동체 개념 정립과 정책방향 수립 연구’에 따르면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개념이 바로 ‘마을에 관한 교육’, ‘마을을 통한 교육’, ‘마을을 위한 교육’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을에 관한 교육’(learning about community)은 학생이 속해 있는 마을과 지역에 대하여 배우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학생들이 마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자연적, 문화적, 산업적 특수성과 발전 양상을 배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마을지도를 만들고, 마을의 다양한 역사나 문화를 학교에 소개하는 일도 마을에 관한 교육이다. `

 
 ‘마을을 통한 교육’(learning through community)은 그 지역사회의 인적·문화적·환경적·역사적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 형태를 말한다. 학생들은 마을의 교육 인프라와 자원을 통해 배운다. 재능기부자들이 학생들을 위해 직업교육을 시키고, 문화·체육 시설과 기관들은 학생들을 위한 사회적 배움터가 되며, 마을의 생태계, 기업, 농장 등은 훌륭한 교육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마을을 위한 교육(learning for community)’은 학생들이 지역사회 발전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미래 진로 역량을 키워주는 활동이다. 그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환경적 기반을 근거로 하는 문화, 자원, 사회, 경제 등의 학습은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이루고 자연스러운 관심을 유발한다.  마을을 위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 이웃과 공동체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게 되고, 이러한 고민과 배움의 결과는 그 지역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출처 : 경기도 교육연구원(2015). 마을교육공동체 개념 정립과 정책방향 수립 연구. 수시 연구 2015-6호.>


마을기반 융합교육 사례

 1. 현장체험학습과 연결 : 마을에서 만나는 조선시대 양반 이야기

   역사교사로 지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작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였다. 서 광명에 있는 역사유적지를 중심으로 학교 선생님들과 융합교육 프로젝트를 했다. 그 프로젝트가 ‘마을에서 만나는 조선시대 양반 이야기’다. 마을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 프로젝트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할 자료는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학생들의 마을 체험 활동을 적극적인 융합 수업으로 운영한 사례이다. 교사들이 마을의 다양한 배움 요소들을 학생들의 체험과 결합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현장체험학습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할 때 교사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들의 ‘안전’ 문제와 까다로운 절차를 고려하면서 의미 있는 체험학습을 설계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마을과 연계한 융합 체험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관광의 대상이 아닌 내가 사는 주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들의 문제와 연계하여 공부하며 접근하는 융합적인 현장체험학습으로 마을을 바라볼 수 있도록 현장체험학습을 기획해 볼 수 있다. 마을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이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현장체험학습을 융합적으로 기획하는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을기반 융합교육을 위한 준비


   우선 2학년의 교육과정과 학교 주변의 마을 요소를 고려하여 주제와 내용을 설계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참여 주제를 다양하게 개설하고, 되도록 소규모 그룹이 되어 학생들의 활동 몰입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방향을 정했다. 교사들이 사전 답사를 통해 서로 융합 주제를 함께 구상하고 체험학습 진행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 간의 활발한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졌고, 마을 분들과 함께 수업을 함께 기획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미술 선생님 경우에는 충현박물관 큐레이터 분과 함께 조선시대 초상화에 대해  토론하고 학생들과 초상화 그리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지역의 국궁장에 가서는 지역 국궁장 사수분에게 협조를 구하고 직접 활을 쏘면서 조선시대 양반과 활쏘기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몸으로 느껴보았다. 아이들의 배움을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이 만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마을 분들이 아이들이 배움을 위해 적극 나서 주시는 모습들이 감사했다.

마을 박물관 큐레이터와 학생들의 수업 함께 기획 (좌),  사전 답사를 통해 학생들의 체험미리 해보기 (우)


융합주제 선정 및 학습 과정 설계


사전 협의와 지역 답사를 통해 주제를 “마을에서 만나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로 선정하였다. 우리 마을의 문화유산 등을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여러 교과를 통해 알아보고 입체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것에 교사들이 동의하였고, 적은 소수 인원이라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자신의 흥미와 준비도에 따라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사전 학습으로 역사시간에 조선 전기 및 이원익 등에 대해 실시한 후 체험학습 주제를  공지하여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하였다. 참여하지 않는 과학 교과 등에서는 체험학습  안전지도 등을 지원하고, 참여 교과에서는 선정된 주제를 심화시켜 진행하도록 하였다. 감상문과 활동 결과물은 역사 수행과제에 반영하고, 다른 과목은 진행 활동에서 나타나는 여러 정의적 능력에 대해 평가하여 생기부에 기록하기로 하였다.

 체험학습을 기획할 때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반이 6 학급이었는데 주제는 10개를 개설하였고 되도록 적은 인원이 참여하여 체험활동의 집중도를 놓이도록 했다. 다만 조선 시대 사람들과 무예만 조금 인원이 많았는데, 인원이 많이 오더라도 강제 조정하지 않고 담당 교사 숫자를 늘리고 모둠을 둘로 나누어 활동을 기획하여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자료 :  2학년 마을 기반 체험학습 기획서>
음악 : 이원익의 자취가 남아있는 충현박물관에서 직접 양반들의 음악을 감상하고 악기를 연주해 보면서 조선시대 양반들과 음악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체험학습을 기획한다.

미술 : 오리 이원익의 초상화(이원익 영정)를 통해 조선시대 초상화의 특징을 알아보고 이원익 초상화 그리기 체험을 해본다.

체육 : 조선시대 양반들이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했던 활쏘기를 지역의 국궁장의 도움을 받아 직접 체험해 본다.

역사 : 이원익이 자취가 남아있는 이원익 종가와 설월리 답사를 통해 이원익의 생애와 양반들의 거주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다.

도덕 : 충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원익과 지인들의 서간문을 통해 유교 윤리와 우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원익 종가의 정자에서 직접 편지를 작성해 본다.

한문 :  충현서원에 대해 알아보고 지역에 있는 오리 서원에서 서원 학생이 되어 서원 체험을 진행한다.

영어 : 충현박물관 사전 답사 결과 박물관 설명문에 영문 안내문이 빠져있었다. 영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영문 설명문을 공동으로 제작하여 박물관에 보낸다.

민화 : 지역의 민화 그리기 자격증이 있는 미용실 원장님이 양반들이 즐겨 보았던 민화를 직접 그려보는 일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국어 : 학생들이 지역에서 체험활동하는 활동을 취재하여 기사문으로 작성하는 활동을 진행함

수학 : 조선시대 양반들에 대한 통계 자료를 분석하며 오리 이원익에 대한 내용을 주령구 만들기로 정리해 본다.


현장체험학습 진행


   실제로 마을기반 융합교육을 각 주제 별로 학생들이 선택하여 진행하였는데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었기에 학생들의 참여도와 집중력이 높았다. 오리 이원익 선생님의 탄금대 이야기를 통해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긴 음악과 서민이 즐긴 음악과 춤을 충현박물관에서 감상했다. 공연은 지역주민이 직접 공연 기부하였다. 그리고 조선시대 사람들이 즐긴 음악을 직접 연주해보는(단소 불기) 활동도 했다.

단소불기 활동(좌), 마을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국악공연(우)


  체육교과에서 제안한 ‘조선시대 사람들과 무예’에서는 양반들이 평소에 신체 단련 활동으로 많이 했던 활쏘기를 지역의 국궁 단체의 기부로 직접 체험해 보았다. 지역에서 국궁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는데 도움을 주었다. 평소 국궁장에 아이들이 오지 않는데 중학생들이 마을에 함께 찾아 주어서 고맙다 하시면서 재능기부를 해 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조선시대 사람들과 무예(좌), 활쏘기 시범을 보이는 마을 분들(우)

 그리고 미술시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오리 이원익 영정을 충현박물관에서 감상해 보고, 이원익 초상화를 자유롭게 그려보는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의 개성과 상상력이 더해진 다양한 작품들이 그려졌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참여해 만족도가 높았다.
  
  한문 교과에 제안한 이원익이 세운 오리 서원 이야기를 배우고 직접 양반이 되어 서원 일일 체험을 해보는 활동도 했다. 지역에 예전에 오리 이원익 선생이 지은 충현서원을 본받아 오리 서원이 있는데, 오리 서원과 사전 협의 하에 서원에서 진행하는 고전 강좌를 함께 듣는 활동을 하였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양반들의 교육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원익 영정 그리기 활동과 완성된 초상화
오리 서원에서의 특강, 인문학자의 고전 강연


  ‘조선시대 유교 윤리와 친구’를 선택한 학생들은 이원익이 벗들과 나눈 서간문을 충현박물관에서 살펴본 후 조선시대 유교 윤리와 우정에 대해 알아보고 친구에게 편지를 써보는 활동을 하였다. 이 활동은 도덕교과와 관련이 있는데, 이 주제를 선택한 친구는 5명 정도였다. 체험학습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던 계기였다. 소수였지만 참여했던 친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원익이라는 인물을 우리 고장의 인물 정도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처럼 다른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고 손녀와 편지를 주고받는 다정한 할아버지로 다가설 수 있는 체험활동이었다.

충현박물관에서의 활동

  역사교과에서 제안한  ‘조선시대 양반의 삶’ 체험은 충현박물관에 있는 이원익의 종가와 주변에 양반들이 거주했던 지역을 답사하는 활동을 하였다. 조선 양반의 삶을 공간 답사를 통해 배우는 활동을 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웠던 풍수지리의 개념, 한옥이 구조 등을 융합적으로 활용해 조선시대 양반들이 공간을 유추해 보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답사활동
 활동 후 학생들의 반응

   활동 후에 학생들의 반응을 설문 조사하여 픽토그램으로 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체험활동에 만족하였고 신선하고 즐거웠다는 반응이었다. 초등학교 때에도 가본 장소였지만 다르게 만날 수 있었고, 학생들이 선택하여 체험할 수 있는 주제들이 많아서 만족도가 높게 나온 듯싶다.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 결과>


2. 마을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 : 마을이 학교다 프로젝트


    ‘마을이 학교다’는 마을에서 학생들이 직접 관심 있는 주제를 찾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프로젝트 활동이다. 주제 선정부터 해결 방식까지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활동했고 마을을 주제로 융합적인 활동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많이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였다.

   마을을 수업에 담는다고 했지만 막상 나도 마을을 어떻게 담아갈지 막막했다. 그래서 학교 근처에서 마을기업을 운영하시는 마을운동가분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분과 함께 마을 수업을 함께 기획하고 함께 마을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마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마을의 개념과 마을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 및 학생들의 활동에 조언을 해주시기로 했다.

   기존의 마을과 학교의 관계를 넘어서 마을과 학교의 관계에 대한 대안적인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모둠에서 택한 주제와 관련된 마을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해 다른 모둠과 공유하고 나누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기존 수업에서 배운 경제 개념과 다른 ‘사회적 경제’에 대해 알아보고 사회적 경제가 우리 마을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프로젝트 활동으로 구성하여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을 높이도록 했다. 주제부터 연구 방법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까지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기획하고 발표하도록 하였다.

<자료 : 마을이 학교다 프로젝트 전체 기획안>


준비 및 시작단계

  프로젝트의 준비 및 시작단계에서는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안내를 실시하고 모둠별로 주제를 탐색해 보도록 했다. 특히 정의적 영역 평가를 실시하여 학생들에게 마을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수업 준비도), 마을에 대해 알고 싶은 내용들(호기심)등을 생각해 보도록 했다.

<마을프로젝트 과정안 >
 주제 정하기 단계

  주제 정하기 단계에서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모둠을 선정하는 단계다. 우선 준비된 마을지도 여기저기에 나의 느낌을 표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을에서 공부하고 싶은 자신의 주제를 다양하게 제시했다. 주제를 몇 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주제를 제안한 사람을 중심으로 마을 프로젝트 모둠을 편성하고, 모둠을 편성한 이후에는 프로젝트의 목표 및 역할 등을 선정하여 정리했다.

<출처 : 수업 활동 까페, 3모둠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 : 마을에서 돈이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독서활동을 통해 주제 심화하기

  본격적인 모둠 프로젝트 활동으로 모둠 독서활동을 전개했다. 학생들이 주제를 깊이 이해하고 활동을 기획할 수 있도록 독서활동과 토론 활동을 했다. 또한 이를 통해 실천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기획했다.

<'마을이 학교다' 독서활동과 주제연구 심화토론>

  교사에게 설명을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 마을 분과 만남을 통해 학생들은 주제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였다. 마을에 대해 나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서 무작정 동네 마을기업이었던 재활용 가게에 가서 마을 활동가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을 수업에 대해 논의를 드렸더니 흔쾌히 응하셨고 함께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셨다.  그리고 직접 수업에 오셔서 마을에 대한 특강을 진행해 주시기도 했다.

프로젝트 내내 학생들이 드나들고 도움을 준 마을가게 / 마을 선생님의 우리 마을 특강


 마을 답사(필드워크)

 학생들이 보다 마을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수업 시간 내에 필드워크를 진행하였다. 지역에서 사신지 50년 가까이 되시는 할머님께 우리 동네 역사와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이 새로 지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이었기에 동네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듣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또한 지역에서 꾸준히 마을 활동을 하시는 학부형님께도 우리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 할머니, 시민 운동가에게 듣는 우리동네 이야기

 학생들이 주제에 맞추어 이루어진 필드워크에는 학생들이 모둠별로 주제에 맞는 답사를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마을을 돌아다녀 보면서 마을에 대해 다른 시각 가져보고, 모둠 주제와 관련해서 마을 조사를 모둠별로 기획한 후 직접 인터뷰, 체험 등을 수행하는 단계를 가졌다. 방문 후기는 까페(수업시간에 운영하는 네이버까페)에 올리도록 하여 친구들과 답사 내용을 나누도록 했다. 이 단계에서 교사인 나도 잘 모르는 동네 여기저기 숨어있는 곳들을 학생들이 발견하기도 하고, 마을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생생한 과정을 거쳤다.

우리 동네 떡볶이 가게 아저씨께 듣는 전통음식 이야기, 우리 동네에서 발견한 사회적 기업
 탐구과정 중간발표 및 특강

  탐구 과정 중간발표는 특강과 겸해서 진행했다. ‘다른 내일을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강은 마을에서 다른 내일을 상상하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제안하고 다른 내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예로 대안경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와 다른 내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의 연계성을 이야기하고 학생들이 그동안 연구한 것을 중간발표하도록 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다른 내일과 학생들이 모둠별로 탐구해 온 내용을 연결시키면서 프로젝트의 중간과정 확인 겸 의미부여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수업 장면과 연구 주제 중간 발표
< 자료 : ‘마을과 함께 상상하는 서로 다른 내일’ 특강 수업 지도안>
발표 준비 및 최종 발표

  중간 평가를 바탕으로 모둠 발표 내용을 수정하고 발표를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하는 단계다. 컴퓨터실에서 함께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발표 자료를 준비하도록 하여 수행 부담을 줄이도록 하였다.

모둠 토론, 발표 수업 준비

 학생들의 최종 발표는 프로젝트 내용을 최종 발표하는데 함께 도와준 마을 분들도 오시도록 했다. 학생들이 모둠별로 초청장을 만들고 마을 분들도 함께 오셔서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실 수 있도록 하여 마을과 학교의 배움을 나눌 수 있도록 하였다.


 활동 돌아보고 평가하기

 학생들의 발표가 끝난 후 평가는 마을 프로젝트 활동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고 평가하도록 했다. 정의적 영역 평가를 통해 프로젝트 실시 전과 후의 학생들의 정의적 능력이 어떻게 향상되었는지 비교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서로의 활동에 대해 축하해주고 격려해 줄 수 있도록 하여 프로젝트에 통해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했다.

  마을기반 융합교육하고 나서 학생들이 마을에서 만나는 어른들에 대한 생각이 우선 달라졌다. 누구나 배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구나, 마을 분들의 삶이 우리에게 다른 배움을 줄 수 있구나 하고 느끼면서 마을 분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무엇보다 마을을 연구하고 마을에 대한 배움을 실천하면서 시민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도 학교 수업에 마을을 담는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시게 되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학생들이 마을 체험을 의미 있게 진행하기 위해 교사들의 협업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교사가 마을에 살지 않아 어려워요

  마을 기반 융합 교육하면 선생님들이  ‘교사가 그 마을에 살지 않아서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교사가 마을에서 살아가면서 수업을 재구성하면 아무래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마을을 만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마을을 떠나도 아이들은 이 마을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한동안 이곳에서 살아간다. 학생들이 소중한 시기를 보낼 이곳에 대해 학교와 교사가 수업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학생들이 자기가 배운 것을 마을에서 실천해보면서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학교의 중요한 역할이다. 마을을 통해 자신이 배운 것을 보다 생생하게 알 수 있도록 한다면 학생들의 배움은 살아있는 지식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교사가 마을에 살지 않더라도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배움을 구성한다면 마을을 중심으로 융합교육을 구상하는 것은 중요한 흐름이 되리라 본다.


 특정 교과에게만 맞는 수업이 아닐까요?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역사과이니까 향토사로 마을을 접근하기 편한 거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물론 마을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 좋은 과목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과를 넘어서서 마을에 관한, 마을을 통한, 마을을 위한 수업들을 구상하다 보면 교과의 벽을 넘을 수 있으리라 본다. 마을에 대해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서 교과에서 가르쳐야 하는 내용 지식을 마을의 여러 내용 요소들과 연결 짓고, 마을과 배움을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할 것이다.

<2018 마을과 함께 하는 교육과정 – 2학년 교과연계 체험활동 기획>


초등학교 때 이미 다 한 거 아닌가요? -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기!

   어떤 분들은 초등학교에서 지역 교과서가 있어서 다시 중학교에서 반복해서 배우는 것이 힘들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있다 한다. 물론, 초등학교에서 지역교과서가 개발되어 있고 교육과정으로도 나와 있다. 학생들도 종종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마을교육을 진행할 때 이미 한 것이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을기반 수업의 묘미는 이미 다 알 것 같은데 낯설게 하는 것에 있다. 이것은 창의성의 중요한 요소 이기도하다. 학생들의 성장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마을기반 융합교육을 구성하고, 똑같은 장소와 내용이더라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다르게 바라보게 한다면 마을기반 융합교육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수업이 될 것이다. 특히 마을에서 학생들이 기획하고 구상하는 활동을 늘려간다면 마을기반 융합교육은 학생들이나 교사들에게 매우 큰 만족감을 줄 것이다.



마을과 학교 – 협력과 네트워킹의 유쾌한 시공간!

 시작이 쉽지 않지만 함께 해보시면 분명 아이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나 매력적이고 교육적 성장을 주는 과정이다. 또한 학교와 마을이 네트워크를 통해 배움의 생태계가 풍부하게 만들어진다.

   물론 학교에서 마을기반 융합교육 필요성을 공감하고 나누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마을을 경험해 보지 않고 잘 모르는 교사가 마을과 관련지어 교육과정을 기획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도 있었다. 하지만 동료 선생님들 몇 분과 함께 마을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을 시작하고고, 함께 학년 교육과정으로 시도해 보고 하면서 마을을 기반으로 한 마을 기반 수업에 대한 공감대를 더 넓혀가고 있다.
 

   마을마다 있는 학교가, 마을과 함께 한다면 학교의 교육과정은 더 풍부해지리라 생각한다. 학교를 만난 마을도 더욱 생기 있어질  것이다. 실제로 마을에서 잘 찾아보면 교과서 속 내용들을 풍부하게 만날 수도 있고, 요즘 그렇게 학교에서 고민하는 융합 주제 거리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마을에는 숨겨진 달인도 있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도움을 부탁하면 의외로 학교로 와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다. 마을에서 무의미하게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학교가 의미 있게 재구성하고, 사람과의 만남과 사물과의 마주침이 일어나는 배움의 장소였으면 좋겠다. 마을은 학생들이 자신이 배운 것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가장 좋은 공간이다. 또한 지역과 함께 할 수 있을 때 혁신학교에서 고민하고 있는 빛깔 있는 학교, 고유의 교육철학이 담긴 교육과정의 실현이 가능하리라 본다.




  <참고문헌>

경기도 교육연구원(2015). 마을교육공동체 개념 정립과 정책방향 수립 연구. 수시 연구 2015-6호.

경기도 교육연구원(2017). 학습생태계 확장을 위한 마을교육과정의 개념과 실천방안

박주희 외(2008). 학교 협동조합, 현장체험학습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잇다. 살림터.

박원순(2010). 마을이 학교다. 검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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