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난 손톱을 잘라내듯, 기억의 한 조각을 떼어냈다.
살다 보니 그런 기억의 조각들은 사실 한 조각이 아니었다.
모든 너를 떼어내고 나니 덩그러니 남은 내가 보였다.
20대에는 다 알까, 30대에는 다 알려나.
40대에는 괜찮아지려나, 50대에는 편안하려나.
60대에는... 70대에는...
지나온 곳들과 가야 할 곳들 사이에서 멍하니 서있다.
선명해지지 않는 나, 여전히 갈팡질팡인 내가 서글펐다.
다 안다 생각했던 것들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다.
자신의 경험과 지난 걸음들을 분명하게 소리 내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확신에 찬 눈빛, 내가 지금 뱉고 있는 말들이 맞다는 확신들.
그런 눈빛과 어투가 생경했다.
자신에게서는 종종으로라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사람들 틈에 대충 숨어 살아왔다.
너의 틈에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콧구멍만 내밀었나 보다.
길이 길인지도 모르고 걸었더니 지금에 다다랐고.
무수히 많은 너희들이 떼어내고 나니 내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