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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들어낸 질서

이지텍 백운섭 대표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구매력 있는 30~40대 여성 충성도가 높은 카카오스토리에 주목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각종 제품의 할인 정보가 카카오스토리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부작용도 있었다. 거래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시장 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탓이었다. 백운섭 이지텍 대표업계를 재정비하는 과정을 함께한 것은 소통 창구를 활짝 열어둔 카카오스토리였다.


 이지텍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기반으로 커머스 채널을 운영하는 온라인 유통회사. 2014년 백운섭 대표가 만들었다.

카카오스토리에서 ‘뭉치면싸다’, ‘육아공식’, ‘심쿵세일’ 등 16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뭉치면 싸다


여러 사람이 단체로 물건을 구매해 가격을 낮추는 ‘공동구매’ 방식은 온라인 유통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2010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 역시 공동구매 방식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해진 기간 내에 SNS상의 입소문을 통해 구매 희망 인원을 채우면 소비자가 파격적인 할인 가격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소셜 커머스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성장과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던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2014년을 기점으로 본래 성격과 다소 거리가 있는 ‘오픈 마켓(Open Market)’으로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예전부터 공동구매가 활발히 이뤄지던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는 소셜 커머스의 유행이 한풀 꺾인 후에도 공동구매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육아나 살림 정보를 나누는 주부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공동구매 열기는 꾸준했다. 누군가 발 빠르게 좋은 제품을 소개하면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이 여럿 모이고, 확보된 구매 수량을 내세워 판매자에게 가격 할인을 받는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고, 판매자는 많이 팔아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공동구매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다.


백운섭 이지텍 대표는 2014년 말 온라인 공동구매 열풍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하지만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에서는 예전부터 공동구매를 주관해온 운영자의 입지가 워낙 확고했어요. 후발 주자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었죠.” 그가 눈을 돌린 새로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바로 카카오스토리였다.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스토리의 ‘스토리 채널’은 관심 분야가 비슷한 구독자에게 꾸준히 콘텐츠를 노출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구매력 있는 30~ 40대 여성의 이용이 왕성했다. “사업 초기에 공략했던 공동구매 소비자층은 0~5세 자녀를 둔 주부였어요. 카카오스토리 주 이용자층과 거의 일치하죠.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느라 직접 마트에 갈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쇼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분들입니다. 반면 좋은 제품에 대한 정보는 누구보다 빠르죠.” 여기에 착안해 만든 카카오스토리 채널이 ‘육아공식’이다. 육아 정보와 살림 노하우를 전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하고, 적절한 타깃 광고를 집행해 구독자 수를 차곡차곡 늘려갔다. 현재 육아공식의 콘텐츠를 받아보는 구독자는 14만 명에 달한다.







좋은 상품을 

고르는 눈


백 대표가 성공적인 공동구매를 위해 그 다음으로 한 일은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수급하는 것이었다. 그는 판매자를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당시 방송에 나와 유명해진 유아용 가방이 있었어요. 그 가방을 육아공식의 첫 번째 공동구매 사례로 만들고 싶었죠. 그 가방을 만드는 회사 대표님을 찾아가 기회를 달라고 일주일을 설득했어요. 마침내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공급가를 확답받았지만, 구매 수량이 1000개 이상 확보돼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 하루 만에 1000명 가까운 인원이 모인 것이다. 


두 번째 공동구매 제품인 유아용 범퍼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무작정 찾아가서 가격만 맞춰주면 마음껏 팔아준다고 하니까 제조사 대표님들이 처음엔 반신반의하셨어요. 이후 실제 판매 성과가 생기면서 저희를 찾아오는 곳이 많아졌죠.” 좋은 제품을 고르는 안목과 발 빠른 추진력이 이뤄낸 첫 번째 성과였다.


현재 이지텍은 카카오스토리에서만 33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누적 223만 명의 구독자에게 쏠쏠한 공동구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 채널에 올라온 공동구매에 관심 있는 구독자가 댓글을 남기면 제품 구매와 결제가 가능한 별도의 페이지 주소를 안내받는다. 육아용품을 비롯해 각종 생활용품, 식음료, 농수산물, 의류 등으로 제품군도 한층 다양해졌다. 


인기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세한 제조업자나 소상공인의 품질 좋은 상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공동구매에 관심 있는 구독자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잘 아는 이지텍이 자체적으로 제품 촬영과 소개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대신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받는다. 품질은 좋지만 판매 방법을 몰라서 헤매는 소상공인에게 SNS를 통한 공동구매는, 불필요한 포장을 벗기고 제품의 알맹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인 셈이다.







남다른 가격의 

비밀


이지텍에서 지난 7월 한 달 동안 진행한 공동구매 중 특히 반응이 좋았던 제품은 영양제였다. 시중 판매가 11만8400원인 제품을 3만9800원에 팔았다. 70% 가까이 할인된 가격이다. 다른 상품들의 할인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조사에서 공급받는 가격은 다른 판매처와 동일하거나 얼마 차이 나지 않아요. 대신 저희는 공급가에 평균적으로 20%의 마진을 붙여 판매가를 설정하죠. 정말 최소한의 마진이에요.” 


그럼에도 수익이 나는 것은 재고 관리비나 창고 임대료, 유지비, 또 불필요한 홍보 마케팅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다른 판매처들의 경우 늘 재고가 확보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이에 따른 비용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공동구매는 필요할 때 살 수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공동구매 기간을 놓친 고객들에게 자주 문의가 오는데, 그때마다 같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다른 판매처를 안내해드려요. 물론 가격은 더 비싸겠지만요. 언제, 어떤 제품의 공동구매가 진행되는지 미리 공개하지 않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자 원칙이기도 해요.


 




성장통을 

이겨내다


백 대표가 이지텍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2015년은 공동구매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시기였다. 공동구매 정보가 게시되는 플랫폼이 카카오스토리뿐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SNS 채널로 확대됐고, 공동구매 한 건당 참여자 수가 1000명 단위를 넘어섰다.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사람을 모아 무통장 입금으로 돈을 받고 제품을 배송하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진 것이다. 


카드 결제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도입됐다. 공동구매 중개업자의 투명한 정산과 세금 납부가 필요하며, 시장 자체가 양성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공동구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소통 방법이 불분명한 것도 문제였다. 


공동구매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판매자가 아닌 카카오스토리 고객센터를 통해 불만을 표출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2016년 초에 고객 불만 접수가 많았던 일부 채널이 운영 제재를 받기도 했어요. 카카오스토리는 공동구매의 부작용을 예방하고자 내린 조치였겠지만 해당 채널 운영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이 사태를 보며 플랫폼사와 채널 운영자의 소통이 절실하다고 느꼈죠.”


여러 SNS 채널 가운데 현재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카카오스토리가 유일하다. 백 대표 역시 가장 소통이 원활한 플랫폼으로 카카오스토리를 꼽았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계정이 정지되어도 대부분 그 이유를 들을 수 없어요. 반면 카카오스토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센터를 통해 중재해주기도 하고, 채널 계정을 제재할 때도 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이런 소통 자체가 건전한 온라인 공동구매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시장의 질서를 

만들다


직원 4명으로 시작한 이지텍은 3년 사이에 40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했다. 기획팀과 MD, 물류, CS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좋은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수시로 주고받는다. “특히 카카오스토리 채널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톡스토어 등 카카오 플랫폼을 전담하는 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어요. 카카오가 저희에게 얼마나 중요한 파트너인지 짐작되시죠?” 


모든 상품은 같은 건물 2층과 4층에 위치한 자체 물류 창고에서 꼼꼼한 검수를 거친다. 택배로 배송하는 수량은 하루 평균 2000여 개. 부피가 큰 가구 등 제조업체에서 직접 배송하는 물량까지 더하면 하루에 수천 개의 제품이 구매 고객에게 전달된다.



스마트폰 알림이 쉴 틈 없이 울릴 정도로 매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백 대표는 2016년 4월 출범한 대한SNS운영자협회(KOSOA)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올바른 SNS 유통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이 협회에 소속된 정회원은 300개사다. “모두 카카오스토리를 비롯한 플랫폼에서 공동구매 기반 채널을 운영하면서 투명하고 안전한 상거래를 위한 규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어요.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정회원사에는 카드사 수수료 감면이나 택배비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죠.”


최근에는 SNS 유통 관련 입법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식당 영업을 하려면 관련 기관의 허가는 물론 위생을 비롯한 각종 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야 하는 것처럼, SNS를 기반으로 한 유통업체에도 확실한 허가 기준을 만들어 무분별한 거래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협회’라고 하면 SNS 운영자들의 권익만 추구하는 단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는 ‘상생’이에요. 카카오스토리가 잘되어야 공동구매 시장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저희가 좋은 상품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유통 질서를 확립해야만 카카오스토리 이용자가 이탈하지 않을 테고요. 파트너와의 소통의 창을 활짝 열어둔 카카오와 앞으로도 더욱 협력해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 9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9호 목차

파트너와 함께 업(業)을 개척하다 / Mason's Talk 

◼︎ Partners

장수 웹툰(長壽), 새 무대를 누비다 / Meen・백두 작가 
<독고>가 만든 기록들 / Meen・백두 작가 
모두를 위해 똑똑해진 택시 / 이석원 기사 
함께 만들어낸 질서 / 이지텍 (본 글)

태국 시장 문을 두드리는 한국 콘텐츠 / 콘텐츠 스타트업 글로벌 역량 육성 프로그램 

◼︎ with Kakao

카카오, 지구 편에 서다 / 다가치펀드 
카카오야 미래를 보여줘 / 제주 with Kakao 
기분 좋은 기부가 2000만 번! / 카카오같이가치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9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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