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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마음은 이렇게 작동한답니다 - 낙천적 개론서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읽고

스티븐 핑커의 책 중에 이 책을 제일 안 좋아한다. 『언어 본능』『단어와 규칙』은 언어에 대한 하나의 주제로 매우 깔끔하고 정갈하게 논의하고 (『단어와 규칙』이 더 일관성있어 더 좋아함), 『빈 서판』은 표준사회과학모델을 까기 위해 수많은 사례를 들어 방대한 책이 완성되었지만, 결국 핵심은 '인간은 선천성+후천성의 동물임'이라는 주제를 가지는 깔끔한 책이다. 이에 반해 이 책은 사례가 매우 방대하지만 그뿐, 주제가 너무 산만하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해서 정신이 없다. 이 방대한 양을 한 세 권 정도로 분책했으면 좋은 책들이 되었을 껄. 아니면 좀 줄여 쓰던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과학 분야의 책 한 권만 추천해 주세요"라고 나한테 물어 본다면, 이 책을 추천해 줄 수밖에 없다. 개론서 같은 인지과학 책 중 가장 나은 게 이 책밖에 없는 실정이니.


스티븐 핑커 컬렉션

1. 『언어 본능 

2.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현재 글)

3. 『단어와 규칙』

4. 『빈 서판』

5.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6. 『지금 다시 계몽』


목차에 나온 차례대로 살펴 보자.


How the Mind Works - Steven Pinker

1. 표준설비

마음은 모듈적인 설계로, 진화적인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모듈이 마음을 이해하는 출발점임 (좋다. 이 관점은 출발점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2. 생각하는 기계

언어, 신경망 이론(결국엔 틀렸다!), 마음의 정보처리적 관점에 대한 이야기


3. 얼간이들의 복수

진화와 본능. 물론 손이나 직립보행의 진화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의 진화 이야기다. 마음이 컴퓨터처럼 보편기계가 아니라 모듈화라는 얘기에 대한 출발점이다.


4. 마음의 눈

시각 정보처리에 대해. 왜 컴퓨터 비전은 물체를 인식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우리의 눈은 단순히 광자를 받아들이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뇌는 시각정보를 분석하고 통계낸다. 그 와중에 착시와 같은 실패도 종종 일어나지만, 그래도 삶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오류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5. 좋은 생각

Folk psychology와 folk physics에 대해. 왜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도 죽지 않고 생존하는가. 우리의 조상들이 그렇게 살아남아 진화하였기 때문에.


6. 다혈질

감정은 왜 필요한가. 역시 진화가 그렇게 만들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때론 죽이고 싶도록 미운 놈이랑 주먹질하다 그놈이 총을 쏴서 죽기도 하지만, 결국 감정은 생존에 대해 무언가 하는 역할이 있다.


7. 가족의 소중함

가족은 내 유전자가 얼마 정도 들어 있고, 우리는 유전자가 조종하는 '한낱'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리는 가족을 소중히 대한다. 특히 자식은 조카보다 2배 더 중요하다.


8. 인생의 의미

예술에 대해, 음악에 대해, 유머에 대해, 종교에 대해, 의식에 대해. 이쯤 되면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 주제로 묶이지 않은 짜투리들을 모아놓았다는 느낌.



읽을 때야 재미야 있었겠다만, 다 읽고 나니 무슨 얘기였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결국.....진화였나? 마음

이었나? 마음이 진화했다? 마음은 컴퓨터이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 또 하나의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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