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
8번째 작품은 필립 K. 딕의 중편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야. 책에선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소수 보고'라고 번역하는데 이 글에서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을 거야. 이 작품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로 이미 많은 사람에게 익숙할 거라 생각해.
주인공은 경찰 소속 '프리크라임(Pre-Crime)' 부서의 관리 국장 '존 앤더튼'이야. 앤더튼은 평생 엄청난 일을 해왔어. 그의 재임 중 '범죄와의 전쟁'을 넘어 지난 5년간 살인 사건은 단 1건밖에 발생하지 않았고, 중범죄 발생률은 99.8%로 낮췄지. 이는 대중이 접하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범죄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야. 쉽게 말하면 범죄자를 미리 알아내서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체포하고 격리 수용소에 가둬버리는 거지. 범죄자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하고 윤리적으로 맞나 싶기도 하지만 결과가 확실하니 사회는 이들을 신뢰해.
앤더튼은 30년 전 이 시스템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고 직접 프리크라임을 설립한 인물이기도 해. 영광의 순간을 보내온 그에게도 이제 경력을 마무리할 시점이 찾아왔어. 후임자가 될 것이 확실한 젊고 매력적인 인물 '에드 위트워'가 그의 사무실로 찾아오지. 이때 앤더튼의 반응은 그리 멋져 보이진 않아. 인간적이라 볼 수도 있고. 늙어버린 자신의 육체와 그를 비교하며 이상한 질투의 감정을 느끼고 수십 년 후배인 그에게 끊임없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 긴 경력을 쌓았음에도 위협 같은걸 느꼈나 봐.
넘치는 의욕을 가진 위트워는 프리크라임의 분석 시스템과 업무 현장에 호기심을 가져. 앤더튼을 따라 분석 부서에 도착한 위트워는 눈 앞에 펼쳐진 기이한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소름 끼치는 공간이기도 한 이곳에선 대중이 접하는 모든 정보를 수집. 분석. 비교하는 중장비가 가득했고, 3명의 예지 능력자가 고정된 의자에 앉아 계속해서 입을 웅얼거리는 모습을 보여. 이들은 흡사 좀비 또는 식물인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예지 능력자들의 웅얼거림은 모두 기록되어 카드로 만들어지고 이 내용을 토대로 미래 범죄자를 예측해서 체포하는 거였어.
새로 만들어진 카드 뭉치의 내용을 확인한 앤더튼의 얼굴이 심상치 않아. 미래 살인 범죄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했기 때문이야! 당황한 그는 누군가의 음모로 위험 상황에 처해 있음을 직감해. 순간 국장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위트워와 다른 부하 직원들, 심지어 자신의 비서였고 여전히 프리크라임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부인까지 공범일 거란 의심을 시작하고. 이성을 잃은 앤더튼은 당연히 자신이 살해할 대상을 위트워로 생각하지만 자세히 카드를 확인하니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인물을 살해한다는 내용을 확인해. 그 이름은 '레오폴드 캐플런'.
호화스러운 저택에 사는 캐플런은 서반구 연방 동맹군 장군 출신으로 영-중 전쟁이 끝나고 동맹군이 와해됐을 때 퇴역한, 나이가 70세나 된 노인이야. 곧 캐플런과 앤더튼은 마주해. 캐플런도 앤더튼이 자신을 살해할 것을 알고 있었어. 어떻게 알았을까? 경찰 조직이 아닌 군을 통해 정보를 확인했던 거지. 자신의 생존에 위협을 느낀 캐플런이 도주를 준비하고 있던 앤더튼을 납치한 거였고. 이 혼란 중에 프리크라임의 수장은 위트워로 금세 바뀌어 버리고 앤더튼은 다시 한번 좌절하지. 캐플런은 앤더튼을 그대로 경찰에 넘겨버리려고 해.
여기서 한 가지를 생각해보면 좋겠어. 앤더튼은 프리크라임을 만든 사람인데 누군가의 음모로 자신이 누명을 썼다는 걸 밝혀내면 그동안의 수감자들과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은 어떻게 될지 말이야. 그야말로 시스템을 붕괴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 아닐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
짧은 이야기지만 사건과 상황의 전개가 굉장히 빨라서 흥미로웠고 생각해볼 내용이 많은 작품이라고 느껴졌어. 공공의 이익을 지향하며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는지, 사회 안에서 큰 힘의 견제와 균형을 어떻게 맞춰 나갈지 하는 거대 주제부터, 오랜 시간 고수한 개인의 신념과 생존의 문제가
눈 앞에 펼쳐졌을 때 나는 어떤 쪽을 선택할지 등에 대해서 말이야.
소설이 세상에 나온지 벌써 64년(1956년)이 되었어. 영화가 나온지도 18년(2002년)이나 되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작품인 마이너리티 리포트! 꼭 챙겨보면 좋겠어.
이야기 소개
#7. '수호자' - 필립 K. 딕
https://brunch.co.kr/@philstori/196
#6. '바빌론의 탑' - 테드 창
https://brunch.co.kr/@philstori/195
#5. '인류 과학의 진화' - 테드 창
https://brunch.co.kr/@philstori/194
#4. '이해' - 테드 창
https://brunch.co.kr/@philstori/193
#3.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스콧 피츠제럴드
https://brunch.co.kr/@philstori/191
#2. '리츠칼튼 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 - 스콧 피츠제럴드
https://brunch.co.kr/@philstori/190
#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