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 이사 허숙원 님 인터뷰
데이터 리터러시란 꼭 관련 업계 종사자만이 배워야 할 스킬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교양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인재’의 정의도 변하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 이사 허숙원 님은 ‘경험을 뛰어넘어 예측을 잘하는 사람’을 인재라고 정의합니다.
테크와 데이터 시대, 어느 기업에서나 채용하고 싶은 인재의 역량을 갖추려면?
헤이조이스 온라인 컨퍼런스 <’문과 출신’ 생존 치트키>에서 허숙원 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그전에 먼저, 인터뷰로 허숙원 님을 만나 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배민 마케팅실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허숙원이라고 합니다.
2006년에 LGAd (현, HSAd) 라는 종합광고대행사에서 글로벌 본부 AE로 커리어를 시작했고요, 그 후 1년을 채 못 채운 상태에서 NHN , 지금의 네이버에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에는 2013년까지 쭉 네이버에서 서비스 마케팅을 했는데, 일명 ‘카블지’라고 불리는 네이버 카페, 블로그, 지식iN 서비스 활성화 지표를 챙기는 업무들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경부터는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마케팅 리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동남아시아와 일본 시장에서의 서비스 런칭과 활성화 마케팅 액션을 진행해 왔습니다.
2018년에는 학업에 욕심이 생겨 회사를 퇴사하고, MBA에서 데이터 분석 수련 후, 2019년부터 일본에서 라인 파이낸셜 서비스 마케팅을 담당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밀접하게 먹거리 소비 활동을 펼치는, 배민 마케팅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이라는 말 속에 왜 ‘ing’가 붙어 있는지 생각해 보면, market(시장)이 ing(매 순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고객과 시장이 변화하면 당연히 조직도 그 변화에 가장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해야 할 텐데요. 따라서 모든 마케터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체감하기도 이전에 이미 업무 방식이 변화해 있는 경우가 허다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겪은 변화 중에 크게 체감했던 것을 한 가지만 꼽아 보자면, 무시무시한 속도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는 ‘인재’의 정의가 변화한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채용을 할 때 ‘지원자가 지원한 일과, 그 사람이 과거에 했던 업무의 유사성’, ‘지원자가 그 업무에서 냈던 성과의 경험과 크기’를 주로 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의미가 옅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눈앞에는 과거에 존재한 적도 없는 서비스가 무수히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인재를 ‘어떤 특정한 일을 이미 해 본 사람’이나 ‘특정한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지 잘할 것 같은 사람’이자 ‘왜 그렇게 생각이 드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즉, 경험의 유무를 떠나 앞으로의 일에 대한 예측력이 뛰어나고, 실험 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위 질문의 답변과 연결되는 대답일 텐데요. 지금도 채용을 열심히 진행 중이지만 저는 지원자의 ‘유사한 직종 경험’보다는 ‘지원자의 잠재적인 역량과 과거에 부딪혀 온 풍파, 그리고 풍파를 견딘 비결’을 중요한 역량으로 꼽습니다.
‘풍파’라는 말이 무섭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사실 성공만 해 본 사람보다는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이 더 인재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핵심 인재에게는 성공할 것 같은 일만 시키지 않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도 꼭 성공시켜야 하는 도전적인 일에 인재를 투입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중대한 일을 하다 보면 실패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데, 그럴 때마다 어떤 식으로 실패를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갔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각도에서는, 3개의 키워드를 만족시키는 사람이면 언제 어디서든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항상 말씀드리는데요. ‘스마트할 것’, ‘성실할 것’, ‘품위 있을 것’이 그 키워드입니다. 덧붙여 이 세 가지가 균형 감각 있게 모두 만족되거나, 향후 만족될 만한 가능성이 높을 것. 저 스스로도 매 순간 이 세 가지 중에 어떤 부분이 미진했는가를 회고하면서 스스로 인재의 범주에서 벗어나진 않았는지 점검하는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네, 당연히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임원이 되기 전까지는 ‘irreplaceable’(대체 불가함)을 항상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임원이 되고 나서부터는 ‘empowerment’(위임)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체 불가한 인재가 되고 싶던 시절에는 동료 마케터들이 주말에 쉬거나 밤에 술을 마시러 갈 때 저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논문을 뒤졌고요. 여러분들께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헤이조이스의 컨퍼런스에 참여하시는 것처럼, 저도 밤에 불 꺼진 도서관에서 스탠드를 켜 놓고 노트에 필기를 하면서 UX 교과서, 기초 통계학, 마케팅 실험 설계론을 읽고 또 읽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런 공부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틈날 때마다 조직 구성원 분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분들이 무슨 공부를 하고 계신지, 어떤 주제로 탐구 중인지가 제게는 더 중요한 주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이야 늘 정신없이 바쁘고, 우아하게 일하는 것은 한국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사치라고 생각되는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제가 필요한 인재에게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된 empowerment를 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역량을 적시하고 부족한 면이 있다면 채워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모든 구성원들과 1:1 면담을 합니다. 1회 이상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면담의 주제는 주로 자유이지만, 특정 주제가 있는 분들은 미리 문서로 정리를 해 갖고 오시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분들도 있고, 그냥 개인의 근황을 알려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 모든 시간이 제게는 큰 성장의 동력이 됩니다.
중간관리자 이상의 조직장이 되면,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잠재력 있는 인재를 핵심 인재로 키워서 내가 없을 때에도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가는 조직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에서 ‘무슨 무슨 리터러시’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지요. 이 말을 듣자마자 “아, 이거다!” 하고 한 번에 알아듣는 분이 아직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최근까지 제가 이 단어를 어디서 주로 사용했는가 하면, ‘금융 리터러시’라는 말을 쓸 때였어요. 여러분 중에 어떤 분들은 기업의 재무제표 읽으면서 주식 직접 투자하시는 분들도 있고, 아니면 적금이나 예금 아니면 안 하겠다는 분들도 계신데, 금융 리터러시가 높으면 높을수록 투자자가 될 확률이 높고 부자가 될 확률도 같이 높아지거든요. 금융 리터러시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서요.
데이터 리터러시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보는데요.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 기본적인 데이터를 뜯어보는 습관을 가지거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사람들과, ‘그냥 난 이게 맞는 것 같아, 이걸로 가자!’ 이렇게 결정하는 사람들을 비교한다고 칠까요? 그러면 전자가 의사 결정에 실패할 확률이 적고, 만약 성공한다면 성공의 원인을 분석해서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그 성공 공식을 반복할 가능성도 높겠죠.
그래서 저는 데이터 리터러시란 꼭 관련된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만 배워야 할 스킬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교양에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업무와 연관 지어 설명하자면,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하고, 그 의심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데이터 리터러시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이 역량을 기르려면 매사 의심하고, 숫자를 판독하고, 대입하고, 비어 있는 공식을 예측해서 끼워 넣어 보는 테스트를 거듭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볍게는 파이썬 실무 교육을 한번 들으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기초적인 역량을 쌓는 것으로 시작해도 된다고 봐요.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금융의 역사부터 시작하기보다는, 그냥 일단 소액 투자를 해보면서 시작하는 것과 유사하게요.
저는 경력 대비 강의를 많이 해 본 편은 아닙니다. 늘 현업으로 바빴고, ‘남들 앞에서 강의를 할 시간에 내 공부를 더 하는 게 낫다’라는 다소 이기적인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강요에 못 이겨(?) 몇 차례의 마케팅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어떤 규모로 진행을 하건 빼먹지 않고 A/S 기간을 일주일씩 드렸습니다. 제 강의가 끝나고 추가적인 질문이나 고민 상담은 얼마든지 1주일 이내에 제 개인 이메일로 문의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것인데요. 경험상, 이렇게 한다고 해서 수백 명이 질문 세례가 쏟아진 적은 없습니다. 평균적으로 3~4분 정도가 질문을 하시고, 또 그중에는 메일로는 답변이 충분치 못해 저랑 컨퍼런스 콜을 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지금까지도 몇몇 분들과는 아름다운 인연을 쌓고 기회가 되면 취업을 알선(?)해 드리거나 실무 면접 코칭을 해드렸던 기억도 납니다.
즉, 얼마나 성의 있는 태도로 저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러분이 얻어갈 것은 무궁무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게 ‘좋은 마케터 추천 좀 해 달라’며 쏟아지는 포지션들이 몇 개나 쌓여있습니다.
두 번째는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고민 중인 분이 계시다면, 제 개인적인 경력 관리 비법을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강연에서 다루겠습니다. 꼭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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