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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Jun 01. 2021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세요

로보아르테 ‘롸버트치킨’ 대표 강지영 님 인터뷰

기술을 잘 알아야만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코딩을 할 줄 알아야만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로보아르테 ‘롸버트 치킨’ 대표 강지영 님은 NO라고 대답합니다. 

강지영 님은 경영학과 출신으로 한때는 예능PD를 꿈꾸었지만, ‘로봇으로 치킨을 튀긴다’라는 발상 하나로 국내 최초, 로봇이 만드는 치킨집을 창업했어요.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활용하는 데 착안하는 법, 

나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동원해 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법이 궁금하다면 

헤이조이스 온라인 컨퍼런스 <’문과 출신’ 생존 치트키>에서 강지영 님을 만나 보세요! 

그전에 먼저, 인터뷰로 강지영 님을 만나 볼까요? 



안녕하세요, 강지영 님. 반갑습니다! 헤이조이스 멤버들에게 강지영 님의 커리어 중심으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로보아르테 대표 강지영입니다. 


저는 경영학과를 나와서 은행, 외국계 증권사 같은 곳에서 인턴 생활을 했는데, 원래는 콘텐츠 쪽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특히 예능 PD가 되고 싶었죠. 그래서 학생 때는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의 크리에이티브 팀 일을 증권사 인턴 일과 병행하기도 했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콘텐츠 위주로 10곳에 원서를 냈다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잠깐 다녔는데, 역시 PD가 너무 하고 싶어서 금방 그만두고 언론 고시 준비를 했죠. 그런데 그때 하필 방송사 3곳이 모두 파업을 해 갖고 채용 공고가 나질 않는 거예요. 부모님께서도 ‘일단 취업을 한 다음에 회사를 다니면서 PD로 원서를 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하셔서, 결국 동양증권이라고 하는 증권사의 IB(Investment Bank, 투자은행)에 들어갔어요. 


IB에서 처음 들어간 곳이 M&A 팀이어서, 많은 회사들을 볼 수 있었어요. M&A가 되게 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팀이었는데, 들어오는 딜들이 전부 성사되지는 않지만 딜을 보다가 꽂히는 게 있으면 몰입해서 일하는 게 제 성향과 맞았어요.  


그런데 ‘369 증후군’이라고, 직장인 3년 차, 6년 차, 9년 차가 되면 권태기가 온다고 하잖아요. 6년 차에 저는 그게 왔어요.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팀장님과 티 타임을 가졌는데, 제가 그렇게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었는지 바로 이해를 해 주시더라고요. 


퇴사 후에 좀 쉬다가,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박지웅 대표님이 심사역을 찾고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VC(Venture Capital)에 합류를 했어요. ‘내가 증권사에서 해 온 일을 접목해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곳에서 헤이조이스의 이나리 대표님도 만나게 되고, 헤이조이스에 투자도 하게 되고. 헤이조이스 오픈식 때 받은 귀걸이를 오늘 인터뷰 자리에도 하고 왔어요. 제가 또 굿즈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심사역으로 일하다가 갑자기 치킨을 로봇으로 튀기는 롸버트 치킨을 창업하게 됐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 답변에서 할게요. 



강지영 님께서는 원래 예능 PD 지망생이셨다가, 다양한 커리어를 경험하시면서 로보아르테 창업에 이르시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하시고 싶어 하시던 일과 지금 하시던 일의 분야가 완전히 달라지신 것 같은데요. 커리어를 계속 전환해 오시는 과정에서 작용한 계기라든지, 그러한 선택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강지영 님만의 성향이 있을까요? 


저는 기술이나 공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로봇은 더더욱 모르고, 치킨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치킨이 좋아서 롸버트 치킨을 창업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최근에, 올해 투자자 분들과 얘기를 하다가 깨달았어요. 저는 이 사업을 콘텐츠로 접근한 거예요. ‘이 기술로 치킨을 만들자!’ 이게 아니라, ‘로봇으로 치킨을 튀기면 겁나 재밌겠구만!’이라고 생각한 거죠. 거기에 꽂혀 갖고 자려고 누울 때마다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예능 PD를 하고 싶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사실 VC는 정말 좋은 직업이에요. 그런데 창업은, ‘이 직업이 좋은가, 좋지 않은가’를 따지지 않고 이 아이템에 너무 꽂혀서 하게 된 케이스예요. 


그래서 저는 커리어가 완전히 달라졌다기보다는, ‘결국 하나로 쭉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어요. 증권사 M&A 팀에서 회사를 많이 본 게 VC 일에 도움이 됐고, VC 일을 하면서 뵈었던 영리하고, 영민하신 대표님들을 통해 받은 에너지가 결국 저의 사업으로 풀리게 된 거죠. 


제 특징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제가 좀 산만하거든요. 코파운더가 자주 하는 말이, “지영이는 매일 좋다 그래, 맨날 저게 제일 좋대.” 이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게 정말 제일 좋거든요. 제일 좋은 게 100개라서 그렇죠. (웃음) 좋아하는 분야가 100개라고 하면, 각 분야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즉,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는 것. 근데 그중 뭔가에 꽂히면, 관심이 있는 모든 것들을 조합해서 하나로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란 걸 최근 정말 많이 느끼고 있어요. 



‘로봇으로 치킨을 만든다’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국내 요식업 시장에서 생소하기도 하고, 관련 기술도 아직 발전 초창기 단계에 있을 것 같습니다. 창업하시고 경영하시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것을 강지영 님께서는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나라 치킨은 염지를 하거든요. 그래서 공장에서 이미 염지가 된 닭을 조각 내서 기계에 넣으면 ‘드르륵’ 하고 반죽-튀김-양념이 되어서 나오는, 일종의 자판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걸 6개월 안에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죠. ‘나한테 있는 아이디어를 실현해 줄 엔지니어가 어딘가 있겠지?’ 하고. 보통 우리나라에서 이런 거 한다고 하면 “청계천 가 봐, 거기에 다 있어.”라는 말을 들어요. 근데 가 보니까 다 없었고요. (웃음) 제 아이디어에 대해 다들 참신하다고 했지만, 실제 구현해 내는 방법에 관해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는 거의 없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중국 신천이라는 곳에 가면 그런 기계를 만드는 곳이 크게 모여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무작정 신천까지 찾아가서, 현지에 계신 한국어 하는 분을 섭외해서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미팅을 했어요. 마지막에 간 곳이 대공방(大公坊, 따공팡)이라는 곳이었는데, 우리나라 N15이라는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에서 협약이 돼 있는 곳이거든요. 거기에 가서 ‘치킨 만드는 로봇을 만들려고 한다’ 하면서 제가 캐드로 만든 조악한 그림을 건넸더니 “흠... 5천만원” 이러시는 거예요. 그때는 저는 ‘누가 5천만원씩이나 주고 이걸 사?’라고 생각했죠. 사실 지금 저희가 쓰는 로봇 팔이랑 이런 거 다 하면 한 5천만원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곳에서 굉장히 저렴하게 부른 건데,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한 거죠. 2018년 8월 그 시점으로 돌아갔다면 저는 바로 5천만원 냈을 거 같아요. 


5천만원을 쓰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서, 기술적인 구현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죠. ‘치킨을 꼭 자동으로 튀겨야 해?’라는 의문도 많았고요. 처음엔 6개월 만에 만들 줄 알았던 로봇을 6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삽을 뜨게 됐어요. 화성에 있는 공장도 찾아다니고 했는데, 사실 그때 기계를 결국 받지 못했어요. 사기를 당한 거죠. 지금은 이렇게 짧은 스토리지만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공대 나왔으면 직접 설계해서 만들었을 텐데’ 싶고. 다른 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길 때였는데, ‘난 대체 언제 만들지’ 하고 마음도 조급해지고. 자금도 떨어져 가는 와중에 사기까지 당하니까 ‘역시 접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2018년도 처음 창업했을 때 만난 협동 로봇 회사들이 떠올랐어요. 당시에는 협동 로봇이 2천만원대 초반으로, 너무 비싸서 안 했었는데 이제는 싸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2019년 10월, ‘튀김기에서 치킨을 튀기는 모션을 하는 로봇이라도 구현해 보자’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2020년 2월에 드디어 치킨 튀기는 로봇을 선보였으니까 4개월이 걸린 거죠. 보통 궁지에 몰리면 똑똑해진다고 하는데, 저는 그랬다기보다는 그전의 연속된 실패에서 얻은 지식들이 한순간에 확 각성이 돼서 뭔가를 해 내는 경험을 한 거 같아요. 


1호점과 2호점 로봇이 다르거든요. 3호점은 또 다를 거고요. 기술을 잘 모르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해 보니, ‘정리’와 ‘도출’의 경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문과생들은 팀 미팅이나 페이퍼 워크를 통해 뭔가를 도출하는 경험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경영학과 때부터 팀 플레이를 통해 생각을 하나로 합쳐 나가는 일을 많이 해 왔고요. 그런 경험이 여기까지 오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기술을 오히려 잘 모르니까 이런 걸 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요. 기술에 관해 잘 알았으면 이런 가게는 창피해서 못 열지 않았을까요? (웃음) 



거의 모든 서비스가 IT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입니다. 이에 따라 소위 ‘문과 출신’의 비개발직군 직장인들은 “나도 개발/기술을 배워야 되나?” 같은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에 대한 강지영 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직접 개발이나 기술을 배우는 대신,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신 강지영 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기술 이해도는 설계된 도면을 보고 읽을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코딩을 잠깐 배우긴 했어요. 제가 직접 코딩을 할 건 아니지만, 짜인 코딩을 보고 이해하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아서요. ‘멋쟁이사자처럼’이라는 곳에서 배웠는데, 그때 강의해 주신 분이 문과 출신 개발자셨거든요. 그분도 시간이 엄청 걸렸다고 하셔서, 본격적으로 코딩을 배우는 것은 포기했죠. 


저희 사업과 관련해 이야기하자면, 저는 기술 이해도는 설계된 도면을 보고 읽을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해요. 엔지니어 분들은 ‘깔끔하게 오류 없이 되게 하는 것’에 집중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일단 먼저 하고 나서 오류가 있으면 수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푸드테크 업체들도 각 대표님들의 성향이 묻어날 텐데, 저는 기술이 달린다는 것에 대한 창피함이 적거든요. 대신 ‘사업으로 빨리 돈을 벌어야지’ 같은 생각을 해요. 그래서 1호점을 무모하게 열 수 있었던 것 같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조롱도 많이 받긴 했지만요. 그래도 ‘일단 오픈하고, 모자란 건 수정하고, 수정해서 더 좋은 걸 만들면 된다’ 이건 제가 선택한 순서잖아요. 지금은 프로토타입을 벗어난 수준이라도 해고 시행착오를 몇 번 겪다 보면 완성된 제품이 나올 거예요. 그러면 저는 바로 프랜차이즈로 진행할 생각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는 저도 기술자라고 생각해요. 직접 막 코딩을 하는 건 아니지만, 코딩이라는 게 결국 나름의 논리를 계속 만들고 펼쳐 나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기술에 관해서도, ‘그걸 구현해 주는 사람과 대화가 될 정도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콘조이스에서 강지영 님의 강연을 들으면 ‘이것 하나는 얻어 갈 수 있다!’ 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헤이조이스 멤버들이 잘할 수 있는 게 네트워킹이잖아요. 필요한 일을 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 주변에 있을 거예요. ‘그분들을 영입해서 내 아이디어를 함께 실현시켜 나갈 자신이 있다, 이 아이템은 될 것 같다’라는 확신이 있다면 창업을 해 볼 수도 있겠죠. 


‘나는 기술자가 아니니까, 기술에 대해 잘 모르니까 못 할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든다고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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