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감정을 걸러내지 않고 쏟아 놓은 아들 저격 글에 대한 응원 글을 보면서...이토록 게으른 내가 스스로를 대변하는 일에는 어찌나 그리 발이 빠른지...무안해집니다.
아들 때문에 곧 죽을 듯 얘기하더니 오늘은 헤헤거리고 있는 이유는 비록 지각일지라도 아들이 학교를 갔기 때문입니다.
사실 의료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는 미인정 지각은 지각이든 결석이든 감점 점수에 큰 차이가 없어요. 그렇더라도 혼자인 이 시간에 행복이란 단어를 만지작거립니다. 아무 일이 없어서 행복합니다.학교에서 종일 버텨야 할 아들에 대한 생각은 치워버리겠습니다. 오늘은 카페로 도망가지 않고주방에 앉아 오드리 헵번의 'Moon River'를 무한 재생하고 있습니다. 난잡한 탁자 위 물건을 한쪽으로 치워두고,역시나 뭐가 많은 거실로의 시선은 외면합니다.
여전히 뭐가 할 게 많지만모든 생각을 멈추려 애를써봅니다. 이 순간이 절박하게 소중하기에사수하며 가만히 있겠습니다.
두 시간 후면 작은 아들이 옵니다. 자신의 일상이 너무 심심하므로 엄마가 그 시간을 책임지라는 녀석. 큰 놈 아직 진행형인데 작은놈 빠싹 뒤따라 붙었네요.
뭐 두고 봅시다.
안타까운 뉴스가 많았던 지난주.
감사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기를.
이번 한 주도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썼는데 친정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노인 빈곤은 특정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척척 내 드릴 수 있는 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또다시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이 방에서 수전이 뭘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쉬고 나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양팔을 쪽 뻗고 미소를 지으며 밖을 내다보았다. 익명의 존재가 된 이 순간이 귀중했다.
여기서 그녀는 네 아이의 어머니, 매슈의 아내, 파크스 부인과 소피 트라우브의 고용 주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친구, 교사, 상인 등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똑같아. 하지만 가끔은 매슈 롤링스의 아내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 외에는 내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 난 지금 여기에 있어. 만약 다시는 식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난 여기에 있을 거야... 정말 이상하지!
그녀는 창턱에 몸을 기대고 거리를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꼈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