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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Oct 21. 2023

'나의 단점'이 '나만의 강점'으로 뾰족해진 순간.

번지수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영리하고 센스 있어요.

지난 글 <이력서 관리, 서핏 하나로 "끝.">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 글의 BGM으로는 소년세계의 W를 권합니다. 


활짝 열린 마음 가는 데로
굳게 닫힌 세상 가운데로
붉게 물든 입술로
너는 소리치듯 노래하라 

- 소년세계 가사 中





지난 이야기


책 <모든것이 되는법>에서는 다능인을 성향에 따라 4가지로 분류한다. 그중 나는 구조와 규칙성을 중요시하는 '아인슈타인' 유형이라 판단했다. 풀타임 직장(또는 사업)을 다니고, 남는 시간에 자아실현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며 시간관리를 하는 유형이다. 책에서는 아인슈타인 유형의 다능인이 성장할 수 있는 2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1번. 겹치는 분야에서 일하기

2번. 열린 조직에서 일하기


첫 번째 <1주 1글> 실험을 통해  

나의 이키가이는 '글쓰기'라는 걸 또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여러 종류의 글쓰기를 시도해 보았고, 나는 '작사'에 가장 집중하고 싶었다. 손 놓았던 작사를 다시 시작하니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잡고 싶은 초심이 들끓었다. 


두 번째 <아인슈타인 접근법> 실험을 통해서는 

본업과 자아실현이 서로 도움 되는 환경을 마련했을 때, 그 시너지와 임팩트는 어떨 것인가 확인해보고자 했다.





'겹치는 분야'에서 

'열린 조직' 찾기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며 '작사가'의 꿈도 병행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두 개의 원을 겹쳐 그렸다. 그리고 원 안에는 직무명 대신 'IT'와 'K-POP'이라는 산업명을 중심에 썼다. 이렇게 그리고 보니 명쾌했다. K-POP과 관련된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 프로덕트 매니저 일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바로 원티드로 들어가 

'케이팝'을 검색했다. 


그러자 케이팝과 관련된 수많은 직군을 뽑는 회사들이 보였다. 해외 팬덤의 아이돌 포토카드 직거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도 보였고, 보컬과 댄스를 라이브로 가르칠 수 있는 플랫폼도 보였다. 엔터사에서 아티스트와 팬들의 소통을 돕는 앱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앨범부터 굿즈와 공연 예매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커머스 앱도 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기회는 많았고, 가까이 있었다. 



그중 나는 케이팝 관련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대시보드 제품이 가장 눈에 띄었다.


현재는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이를 유료화 및 B2B로의 피봇을 앞두고 있다. 작사가는 케이팝을 만들어내는 '공급자'에 가까운데, 기존 공고들은 케이팝의 '소비자'인 팬덤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위 공고의 제품은 케이팝 생산자의 문제해결을 위해 존재하기에, 나와 방향성이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PM으로서도 사업기획부터 제품의 제로투원을 함께 도전해볼 수 있는 시기라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해당 제품을 운영하는 회사는 이미 다능인이 여럿 돋보이는 조직이었다. 

대표님은 여행작가, 칼럼니스트 등 직장을 다니실 때부터 글쓰기를 해오신 다능인이셨고전 마케터 분은 현재 다능인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의 호스트이기도 했다. 



프로덕트 매니저와 작사가. 

여기라면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준비한 서류를 넣었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원래 1차 면접은 같은 팀이 될 실무자분들이 들어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대표님으로 면접관이 바뀌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사가인 프로덕트 매니저가 있었다니!" 신기하고 궁금해서 면접 순서를 바꿨다고 말씀 주셨다. 실제로 면접을 2시간 반 가까이 봤다.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 "그럼 대학은 혹시 어디 나오셨어요?"
- "저..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K-pop 전공 나왔습니다."
- "우와! 거기 들어가기 어렵잖아요." 
- "우와.. 맞아요.. 그랬죠..."
- "예고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시네요?"
- "네! 고등학교 3학년 과정 대중음악사 가르치다 코로나 때문에 그만뒀습니다."
- "오 그럼 사의찬미부터 시작하나요, 축음기부터 시작하나요?"
- "... 대표님 사의 찬미를 어떻게 아세요???"

그동안 나는 프로덕트 매니저 면접을 보면서, 내가 예고·예대를 나왔다는 학력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류에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을 가르친 경력도 사실 프로덕트 매니저와는 무관했기 때문에 서류에 적어만 두었을 뿐, 면접에서 따로 질문받은 적이 없었다. 


반대로 해당 제품은 케이팝을 만드는 사람들의 문제해결을 돕는데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인 지원자는 많아도, 작사가인 나처럼 '케이팝을 만든 경험'이 있는 지원자는 없었다고 한다.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영리하고 센스 있어요."


나처럼 IT와 음악. 그 교집합에서 오래 고군분투해오신 다능인 선배님(?)을 만나니, 프로덕트 매니저로 취업을 준비하고 일해왔던 것뿐만 아니라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노력해 왔던 모든 과정에 대해 알고 공감해 줄 수 있었다.



감사했다.
그리고 그때 배웠다.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방향성이 같은 환경을 만나면
'나만의 강점'이 될 수 있구나.




가제: <퇴사하고 광명찾기> 


ep. 1: 퇴사가 고민될 때, 회사와의 관계를 연애에 대입해 보자

ep. 2: 그렇게 시작된 갭먼스 또는 공백기

ep. 3: 출근 대신 출석하는 삶

ep. 4: 드로우앤드류가 내게 건넨 조언

ep. 5: 다능인도 준비가 필요해

ep. 6: 이력서 관리, 서핏 하나로 "끝." 

ep. 7: '나의 단점'이 '나만의 강점'으로 뾰족해진 순간.

이전 06화 이력서 관리, 서핏 하나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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