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피파 Oct 20. 2016

#12_갈피와 타이밍

타이밍이란, 언제나 그렇듯

사진출처_영화 '아는 여자'(2004)


士내女내 #12_갈피와 타이밍


시곗바늘.

더 빨리 가라 빌어도

더디어라 빌어도

움직임은 언제나 일정하다.

시간이란,

의식하는 순간 페이스에 휘말리고 만다.

짧은 그녀와의 첫 데이트,

원망스런 이 시간을 거스르고 싶다.

그렇지, 현실은 원래 속마음만.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이네요.

지금 몇 시에요?"


도착하고만 그녀의 집 앞.

장기 관점으로,

이쯤에서 참고 쿨하게 보내야만 한다.

혹시 모를 연인관계로 발전하든

발전하지 않든.


"지금 11시요.

와~ 주말이라고 다 빨리 지나가는 건 아니던데,

오늘따라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묻는 말엔 대답하되,

좋은감정은 은근슬쩍 표현한다.

이렇게 힘들고 조심스럽다.

연인이라면

노골적으로 해도 무방할 애정표현들이.


"그러게요.

그래도 내일도 휴일이라 천만다행이에요.

많이 피곤하실 텐데 들어가서 푹 쉬셔요~"


그녀와 헤어지기 직전.

이대로 그냥 보내면

왠지 모를 후회가 남을 느낌.

모든 것엔 타이밍이 중요하듯,

이때가 아니면 안 될 듯했다.

후회 없을 한마디를 던지고팠다.

겁이날 땐 직구보단 변화구로.


"들어가는 것 보고 들어갈게요."


뱉고 말았다.

연애라는 게 아니 통상 인간관계라는 게,

저지르고 나면

후회가 없고자 한 행동들이

후회인 듯싶을 때가 종종 있다.

신의 한 수였다면,

'오 이 남자 착하네.

나 끝까지 안전하게 들어가는지 보고 싶어 하고.'

완전 악수였다면,

'이 남자 스토커야 뭐야 부담스럽게시리,

옆 집 살면서 집도 맘 편히 못 들어가게 해.'

방금 발언에 대한 옳고 그름,

그녀의 반응이 말해주는

결과론에 달렸다.


"규민 씨 괜찮아요, 바로 옆 집인걸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들어가세요."


오 좋다!

말풍선은 거절인데 뭐가 좋냐고?

전혀 싫지 않은 듯 환 웃고 있는

그녀 미소가 말해준다.

용기 내어 뱉었던 네 행동

정답이었다고.

수줍은 듯 모은 그녀 두 손은 보너다.


"걱정마요 바로 옆집이라 괜찮아요.

그럼, 공동현관문 열고 들어가는 것까지만 볼게요.

그래야 끝까지 잘 데려다준 것 같잖아요.

건물 안까지는 저 믿고 편하게 들어가요."


때론 언어보다 확실한 건 비언어적 표현.

감정의 통제를 받아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몸짓, 손짓, 표정 등,

그 어떤 신호보다 뚜렷한 경우가 다분하다.

그래서 그린라이트라 믿고

한번 더 고집 피운 거다.


또각또각.

한 걸음씩 내딛던 그,

공동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문득 궁금해진다,

작별인사를 나 이후 거기까지

무슨 생각며 걸었는지,

날 생각했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녀가 돌아본다.

한 번쯤은 돌아볼까 괜한 기대 중이었는데

마침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다.

구령에 몸이 반응하듯,

승천한 광대와 함께 치솟는 내 입꼬리.

힘차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녀 역시 빛나는 천사미소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그녀이기에

오늘 해야 할 일은 계속 이어진다.

애프터 연락을 취할지,

취한다면 언제 어떻게 보낼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녀와 나는 첫 데이트를 했지만

우리는 직장동료이자 이웃.

사내연애 실패경험이 있지만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드는 중.

어렵다.

원칙에 따른 업무들과는 달리

변수 투성이인 인간관계는.


"잘 들어가셨죠?

오늘 유미 씨와 맛집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시간 보내서 좋았어요."


그녀 톡을 기다리기보단

먼저 선수치기로 했다.

미쳐야 사랑한다, 사랑하면 미친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어려운 딜레마.

그래 이왕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미친 척 적극적으로 대쉬해 보기로 했다.


, 숫자 1이 없어졌으니 곧 답장이 오려나.

 



본 에피소드는 한창 연재를 진행 중인 로맨스 소설 '士내女내'의 열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이전 에피소드 목록이며, 전편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차례대로 읽어봐도 재밌을 듯싶습니다.


1편 - #1_'하다'는 것

2편 - #2_'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럼

3편 - #3_오작동! 내 이성적 사고회로

4편 - #4_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5편 - #5_설레임,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6편 - #6_넌, 이런 내 맘 알까?

7편 - #7_너라는 우주에 첫걸음

8편 - #8_시나브로 길들여지기

9편 - #9_보통남자? 보통이 아닌 듯

10편 - #10_보통여자? 내게는 다른 걸

11편 - #11_이 밤의 끝자락

12편 - #12_갈피와 타이밍

13편 - #13_참 묘한 '첫 통화'


- 퍼피파 -



士내女내
https://brunch.co.kr/magazine/sanaeyeonae

퍼피파의 브런치

https://brunch.co.kr/@puppypaw

보미의 봄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ichonfrise_bomi/   

보미의 봄이야기

https://brunch.co.kr/magazine/bichonfrisebomi


이전 11화 #11_이 밤의 끝자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