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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Oct 03. 2016

#10_보통여자? 내게는 다른 걸

평범하다 말하는 이 여자, 나에게는 특별해

사진 출처_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


士내女내 #10_보통여자? 내게는 다른 걸


"평범했어요."


애써 과대포장 하긴 싫었다.

아무리 잘 보이고 싶은 상대라도

수도 없이 나를 꾸미고 치장해도 

결국, 내 가면은 들춰지게 될 테니까. 


설령 나에 대한 기대치가 바닥을 치더라도

본연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로 했다.


"친구들한테 인기는 없었고

주로 동성친구들하고 놀았죠.

반에서도 딱히 주목받는 존재는 아녔어요."


'이성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단 말에 '이성'은 뺐다.

공부를 어느 정도 했는지도 말 안 하기로 했다.

항상 내 성적은 선생님들 관심사 밖인

중위권에 머물렀으니까.


"대신 라디오와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글 쓰는 것도 좋아하구요."


잘하는 것 대신 좋아하는 것들을 어필하기.

부끄럽지만 이 나이 먹도록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가수들 앨범 시디로만 가득 찬 서랍장이 세 개는 있어요.

 8-9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부터 최신가요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게 다양하게 듣고 좋아해요.

라디오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듣고 있는데

이따금씩 사연도 보내고 당첨돼서 선물도 받아요.

글 쓰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시, 소설, 수필 등

다양하게 쓰고 개인 공간에 공유하고 있어요.

언젠가 작가와 라디오 디제이가 되는 게

현재 진행형인 제 꿈이네요."


말하다 보니 은근 자랑처럼 들리는 것은 기분 탓.

만약 너무 자랑처럼 들렸다면 애교로 좀 봐줘요.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게,

자기자랑 없이 내 얘기를 하는 건 많이 힘든 일이니까.


"유미 씨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나만 혼자 너무 떠드는 것 같아 받은 질문을 돌려줬다.

한유미, 

눈 부신 외모만큼이나 과거도 이뻤을 것 같고

똑 부러지는 성격만큼이나 야무진 학생이었을 것 같다. 


"저도 평범했던 것 같아요."


응?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왠지 평범하다 얘기한 날 위해 맞춰준 느낌도 들었다.


"그저 공부밖에 몰랐던 것 같아요.

롤모델이 위풍당당 커리어 우먼이었거든요.

H.O.T나 젝스키스 아시죠?

친구들이 다 오빠~ 오빠 하며 따라댕길 때도

저는 뚝심 있게 공부만 했어요. 하하."


내 예상이 맞았다.

대다수가 맞다 해도 나만큼은 아니라

소신을 지킬 수 있는 야무지고 당찬 여학생.

소심함에 바라보기만 했던 같은 반 첫사랑을 만난 듯했다.

민망해하는 것 같은 그녀를 치켜세우기 위해

이쁘다는 칭찬을 우회해 귀엽다는 말을 건네었다.


"어렸을 적의 유미 씨,

왠지 귀엽기도 했을 거 같은데요?"


최근 들어 자주 쓰는 이모티콘처럼 

발그스름해지는 그녀의 두 볼.

너에 대한 내 마음도 더 달아오른다.


"혹시 어렸을 때 사진 있어요?

보고 싶어요."


만지작만지작,

그녀가 그 어떤 사진을 꺼내느냐는 상관없다.

열심히 사진을 뒤적거리는 동안

난 어떤 달콤한 말로 그녀를 기분 좋게 할지

열심히 고르고 선별하는 중이니까.


"와~ 유미 씨, 진짜 귀엽고 이뻤네요.

이 얼굴이 그대로 커왔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네가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러운지 칭찬하는 것.

내가 앞으로 환하게 빛내주고픈

너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뜨거웠던 하루 열기는 식어갔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은 열을 더해갔다.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알쏭달쏭함에 머리가 아프지만 가슴은 벅차다.

자리를 옮긴 근처 카페로부터 시원한 커피를 받고

그렇게 시나브로, 하루는 저물어갔다.



본 에피소드는 한창 연재를 진행 중인 로맨스 소설 '士내女내'의 열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이전 에피소드 목록이며, 전편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차례대로 읽어봐도 재밌을 듯싶습니다.


1편 - #1_'하다'는 것

2편 - #2_'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럼

3편 - #3_오작동! 내 이성적 사고회로

4편 - #4_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5편 - #5_설레임,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6편 - #6_넌, 이런 내 맘 알까?

7편 - #7_너라는 우주에 첫걸음

8편 - #8_시나브로 길들여지기

9편 - #9_보통남자? 보통이 아닌 듯

10편 - #10_보통여자? 내게는 다른 걸

11편 - #11_이 밤의 끝자락

12편 - #12_갈피와 타이밍

13편 - #13_참 묘한 '첫 통화'


- 퍼피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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