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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Aug 13. 2016

#3_오작동! 내 이성적 사고회로

그동안 몰랐던 또 다른 나


士내女내 #3_오작동! 내 이성적 사고회로


아니나 다를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했거늘

날 오랫동안 알았던 친구들이지만

입이 여럿이니 나오는 의견들도 제각각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관심 없는 여자에게 괜히 칭찬 안 해.

이건 필히 그남자가 유미 너한테 호감이 있다는 거야.

그린라이트의 향이 난다 야."


"내가 볼 땐, 그남자 최근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잖아.

그저 누구한테나 잘 보이려 내뱉은 달콤한 말 아닐까?

아는 사람들도 없고 외롭잖아."


그 어떤 말도 내가 해석하기에 따라 다 맞는 말이다.

결국 내 마음먹기에 따라 결론도 달라지는 법.

언제나 그랬듯 판단과 행동은 나의 몫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머릿속을 자꾸 간지럽히는 한마디를 친구들한테나마

밖으로 드러내어서 그럴까,

고민의 무게는 한층 가벼워졌고

그 어떤 결말에도 조금은 의연하게 대할 수 있을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이건 겨우 예고편이었던 걸까,

개의치 않던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어버리듯

이 의도치 않은 사랑은 어느새 내 마음속 깊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옆팀이지만 그가 앉는 자리에

내 시선이 머무르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고  

매번 퇴근할 때마다

내 집 근처에 사는 그의 퇴근 여부와 걸음걸이를 몰래 살핀다.

이성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그남자에 대한 내 관심은

이제는 이성을 넘어 내 감정선마저 위협하는 존재가 돼버렸다.


"요 이주 전에 입사한 옆팀 이규민 대리 있잖아.

매일 정장 재킷에 너무 단정하게 입고 오는 거 아니야?

우리 회사 저렇게 깐깐하지 아직 낯설어서 그런가 봐."


"아니, 뭐 단정해 보이면 좋죠.

난 깔끔해 보이고 보기 좋던데. 덩달아 인물도 더 사는 거 같고~"


"우와~ 한대리가 다른 남자 직원 칭찬하는 거 처음 봐.

남자 얘기만 나오면 항상 시큰둥 조용했는데 신기하네."


"그냥 우리 회사 직원이니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인과관계를 무시한 채 무엇인가를 감추며 뱉는 단어 '그냥'

매번 어떤 일이든 논리적으로 설명해왔던 내가

감정을 앞세워 그를 두둔하기 시작한다.

그를 향한 호감이라는 감정으로.


다른 것들은 몰라도 그남자에 관한 것이라면

더 이상 내 이성적 사고회로는 정상적으로 작동치 않아.

안전한 것보다 위험한 스릴을 좇고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자꾸 들추어낸다.

때로는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스킨십의 농도에 대해 상상해보고

나만의 연극무대 위에 그를 남자 주인공으로 세워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 감성적 사고회로마저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것


"유미 씨, 점심 맛있게 먹었어요?

제가 집에서 귤 가져왔는데 되게 맛있어요.

같이 먹을래요?"


"네? 아, 저 점심 먹고 배불러서 괜찮습니다."


아, 마음은 웃고 있는데 겉으론 정색.

몰래 가다듬었던 상냥한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더 머무르고 싶은 시선은 황급히 등을 돌린다.

어쩌지, 내가 너무 심했나.


"저기요, 그래도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


뒤늦은 후회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없애보려

수줍은 미소와 함께 감사인사를 건넸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오게 된다면

못 이기는 척 꼭 같이 먹어야지, 밝게 웃으면서.

그때만큼은 내 사고회로가 정상가동되기를.


그이가 천천히 내 마음속에 스며들었던 것처럼

그와의 관계에도 조금씩 진전이 있겠지?

그래, 주저하지 말고 한 번만 더 다가와줘요.

나 해치지 않으니까.



본 에피소드는 한창 연재를 진행 중인 로맨스 소설 '士내女내'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이전 에피소드 목록이며, 전편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차례대로 읽어보면 재밌을 듯싶습니다.


1편 - #1_'하다'는 것

2편 - #2_'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럼

3편 - #3_오작동! 내 이성적 사고회로

4편 - #4_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5편 - #5_설레임,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6편 - #6_넌, 이런 내 맘 알까?

7편 - #7_너라는 우주에 첫걸음

8편 - #8_시나브로 길들여지기

9편 - #9_보통남자? 보통이 아닌 듯

10편 - #10_보통여자? 내게는 다른 걸

11편 - #11_이 밤의 끝자락

12편 - #12_갈피와 타이밍

13편 - #13_참 묘한 '첫 통화'


- 퍼피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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