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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Sep 24. 2016

#7_너라는 우주에 첫걸음

이 남자의 우주 속, 첫걸음을 내딛다

사진 출처: ⒸCastleski/Shutterstock

士내女내 #7_너라는 우주에 첫걸음


"안녕하세요."


자리에서 일어 선 그와

다소 어색한 인사말이 오갔다.

분명 매일 보는 사이인데도

낯선 사람 마주하듯 주변 공기는 딱딱했다.


깔끔한 셔츠에 단정한 팬츠.

출근복장과는 비슷한 듯 다르게

적당히 멋을 낸 그의 복장.

흘깃 위아래 훑고 나니

자연스레 띄어지는 내 입가에 미소.


이 남자와의 관계.

앞으로도 밝은 햇살이 비친다면

꽤나 불편한 이 다섯 글자가

'안녕'이라는 편한 인사말이 되어가겠지.


"오늘 날씨 많이 덥죠?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어가는 이 남자.

공백 없이 채워 넣는 말풍선들 치곤

무겁지 않아 좋다.


"네 많이 덥네요. 규민 씨도 많이 더우시죠?"


무더위를 공공의 적으로 몰고

주변 공기를 환기시키는 우리.

강해지는 결속력에 어느새 내 몸이 기운다.

이 남자는 왠지 날씨가 좋았다면 그에 맞게

좋게 시작했을 것 같은 유연함.


"유미 씨, 여기가 파스타 맛집이래요.

주변 사람들이 하도 맛있다고 하길래

언제 한번 꼭 오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네요."


이 남자,

그리 적지 않은 나이에 그동안 연애는 해봤을 테고,

연애 경험이 있다면 이런 유명한 파스타 맛집은

발도장은 한 번쯤 찍었을 수 있었을 텐데...

그래, 말 예쁘게 했으니 봐준다.


"그러게요, 저도 말로만 들어왔었는데

드디어 와보네요.

오늘 먹어보고 맛있으면 친구들한테 자랑해야겠어요."


사실,

나 친구들이랑 여기 와봤었어.

통통하고 쫄깃한 파스타 면발

진하고 고소한 크림소스

양초가 데워주는 화덕피자가 일품이지.

지금은 이게 좋다 저게 좋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보다

하나하나 다 받아주고 싶다.

고민하고 뱉는 너의 이쁜 말들.


"그런데 규민 씨, 저는 괜찮은데 지금 저녁 먹어도 괜찮아요?

5시면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요."


"저도 좋아요. 전에 버스에서 같이 얘기했을 때,

유미 씨 주말엔 보통 여유 있게 브런치 먹어서

저녁 일찍 먹는다 하셨었잖아요.

사실, 저도 그래요."


기분 좋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쁜 것만 아닌

부담스럽지 않게 내 눈을 응시하는 것도

흘려듣지 않았던 내 말들과 사소한 배려도

사는 동네에 이어 비슷한 생활패턴마저

마음에 든다.


"제가 오기 전 인터넷 검색해보니

이거랑 이게 인기가 제일 많대요.

주문받으러 오면

어떤지 한번 물어볼까요?"


함께하는 지금 시간을 위해

나만큼, 아니 나보다도 더 많이

준비하고 고민했을 이 남자.

잠깐이나마 상상해보니

감추기 힘들어지는 미소와 웃음.

저번에도 그랬듯, 나에게 집중하는 모습이

멋지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규민 씨는 예전 학생이었을 때,

어땠었어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가 살아왔던 시간들 속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앞으로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너의

과거 역시 궁금해진다.


지금은 어떠한 사람이며,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지금과는 다른 곳 다른 상황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행동할까?


너도나도 온전히 기억해내지 못할 만큼

방대한 네 우주.


설레이고 두렵지만 감히 나,

너라는 우주에 수줍게

한걸음 내딛어보고자 한다.


너로 인해 변해갈 나의 모습이

내 마음에 쏙 들기를 바라며.




본 에피소드는 한창 연재를 진행 중인 로맨스 소설 '士내女내'의 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이전 에피소드 목록이며, 전편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은 차례대로 읽어봐도 재밌을 듯싶습니다.


1편 - #1_'하다'는 것

2편 - #2_'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럼

3편 - #3_오작동! 내 이성적 사고회로

4편 - #4_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5편 - #5_설레임,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6편 - #6_넌, 이런 내 맘 알까?

7편 - #7_너라는 우주에 첫걸음

8편 - #8_시나브로 길들여지기

9편 - #9_보통남자? 보통이 아닌 듯

10편 - #10_보통여자? 내게는 다른 걸

11편 - #11_이 밤의 끝자락

12편 - #12_갈피와 타이밍

13편 - #13_참 묘한 '첫 통화'


- 퍼피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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