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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Jul 12. 2016

#1_'쿨하다'는 것

'쿨하다'는 것의 진짜 의미


士내女내 #1_'하다'는 것     


뾰족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며 일 하나는 야무지게 하는 사람

대다수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 영화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


그래, 저 모든 것들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나란 여자는

소위 말해 냉정하고 쿨한 여자였다.


학창 시절부터 나의 롤모델은 위풍당당 커리어 우먼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꽁무니 빠지도록

당대 최고의 오빠들을 따라다닐 때,

그저 날이 밝으나 어두우나, 내 손은 펜을 꼬옥 쥔 채 놓지 않았다.


"유미야, 다음 주 주말에 우리 젝스키스 오빠들 콘서트 한다는데 보러 갈래?"

"시험기간도 끝났는데 같이 놀러 가자~"


딱히 관심이 없었다.

미워한다면 미운 정이라도 들었을 텐데

잘생긴 오빠들, 아니 남자라는 동물들에게 나누어줄 애증이란 감정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크고 작은 그룹들로부터 열외대상이기 일쑤였던 나.

고맙게도 이런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주었던

몇몇 친구들은 십년지기를 넘어 지금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


"유미 너, 우리가 오빠들 보러 사방팔방 뛰어다닐 때 공부만 하더니 결국 이리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었네. 하 나도 그랬어야 하나."

"괜찮은 학벌에 좋은 직장까지. 

중간에 쉴 틈 없이 탄탄대로만 달려온 유미 넌,

딱 2-30대 직장인들의 우상이지."

"그래도 가끔 보면 너무 일만 하는 거 같애. 하나부터 열까지 빈틈이 너무 없어.

그래서 남자들이 못 다가오는 건가..."


사실 '위풍당당 커리어 우먼'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에는'모든 것에 쿨해지기'가 있었다.

내 맘대로 세운 전제조건인지, 어렸을 적 스크린을 통해 배운 것인지는 가물가물. 

하지만 내가 여태 잘 지켜온 조건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요즈음 나를 쿨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 나타났다.

마음이 뒤숭숭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공과 사는 구분하자는 내 굳은 신념을 위협한 그는

최근 입사한 옆팀 남자 직원이다.


이 남자는 나에게 '쿨하다는 것'은 뭘까,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다.

아마 쿨하게 대했던 모든 것들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이었겠다.


무관심 속에 피어날 리 만무한 오빠들을 향한 응원

기승전-'자 울어'라고 말하는 듯한 뻔해 보이는 각본들

더불어 설레임, 공감, 동정, 애증, 사랑 등

감정이란 범주 안에 포함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난 쿨했던 것 같다.


눈 앞의 '위풍당당 커리어 우먼'이라는 홍당무만을 쫓으며 정신없이 달리다가

감정이라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엮이지 않으려 해도 자꾸 엮이고 마는 이 남자 직원

언제부터인가 그의 행동이, 그의 생각이 궁금해지고

보이지 않는 그의 하루마저 보고 싶어 지기 시작했다.


우연의 장난인지 그가 사는 집은 심지어 내 옆 아파트다.

하루는 먼저 탔던 버스에 뒤따라 탔던 그의 뒷모습을

말없이 빼꼼 바라본 적도 있었다.

그러다 그가 돌아볼 땐, 자칫 눈이라도 마주칠까 황급히 시선을 돌렸고

얼음장 같았던 내 심장소리는 그날따라 유독 크게 들렸다.


자꾸만 신경 쓰인다. 이러한 내 마음을 그는 아는 건지

알고서도 모른 체 하는 것인지 혹은 정말 모르는지.


결국 난 '쿨하지 못하게' 한마디 던져버리고 말았다.


"얘들아, 최근에 내 옆팀으로 새로 입사한 남자 직원이 있는데,

어제 복도에서 나랑 마주쳤거든. 그런데 뭐라고 했는지 알아?

'옷이 참 예쁘네요. 퇴근하고 어디 약속 있으신가 봐요?'

이거 무슨 의미일까? 너넨 혹시 알겠니? ㅠㅠ"

 


본 에피소드는 한창 연재를 진행 중인 로맨스 소설 '士내女내'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현재까지 발행 된 에피소드 목록입니다. 차례대로 읽어보면 더욱 재밌습니다 :)

1편 - #1_'하다'는 것

2편 - #2_'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럼

3편 - #3_오작동! 내 이성적 사고회로

4편 - #4_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5편 - #5_설레임,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6편 - #6_넌, 이런 내 맘 알까?

7편 - #7_너라는 우주에 첫걸음

8편 - #8_시나브로 길들여지기

9편 - #9_보통남자? 보통이 아닌 듯

10편 - #10_보통여자? 내게는 다른 걸

11편 - #11_이 밤의 끝자락

12편 - #12_갈피와 타이밍

13편 - #13_참 묘한 '첫 통화'


- 퍼피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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