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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민 May 03. 2024

차만 타면 눈이 감겨요

차를 타고 갈 때 나

차만 타면 이상하게 잠이 솔솔 온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차만 타면 고개를 저어가며 졸았다. 아끼던 동전 지갑도 잠결에 잃어버리고는 버스에서 내려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엄마는 내게 동전 지갑을 사주지 않으셨고, 버스 타기 전 손에 아무것도 쥐어주지 않으셨다. 잠결에 힘 풀린 손 사이로 이것저것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커서도 차만 타면 조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선배가 운전하는 차에서도 졸음을 참느라 고생 꽤나 했다. 옆에서 조는 후배를 안쓰럽게 여긴 선배는 휴게소에서 간식을 사주셨다. 간식에 홀랑 넘어간 나는 한동안 선배를 동경했다.


차에서 조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거리 운전할 때면 운전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먼 거리를 홀로 가다시피 해야 하니 말이다. 연휴를 맞아 언니가 있는 서울로 가는 차 안. 5시간 걸리는 거리, 30분 넘게 늘어지게 자다 깬 나는 머쓱한 마음에 뒤늦게 말을 건네지만, 동승자가 자는 게 익숙한 사람은 오늘도 그러려니 한다. 그 무던함이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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