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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희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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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호 Oct 29. 2024

이탈자

사람이니까

  5년 동안 텐트 없는 야영 팀을 인솔하면서 이런저런 사고가 없지 않았다. 지갑을 훔쳐서 몰래 달아난 사람도 있었고 참가자들끼리 잘못 시비가 붙어 주먹이 오간 일도 있었다. 도둑은 결국 잡혔고 싸움은 곧 끝났다. 밤새 먼저 하산해 버린 사람도 간간이 있었다. 그러나 한꺼번에 세 사람이 없어진 경우는 이제껏 없었다. 더구나 목요일에 모인 팀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진 적은 처음이다. 무사히 금요일을 시작하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귀욤, 정뱅, 싸지타가 없었다. 

  간밤의 일이 마음에 걸려 나희는 귀욤이 빠져나간 침낭을 샅샅이 뒤진다. 귀욤이 일어나 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자신이 어떻게 모를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두 번째 깼을 때, 평소처럼 일어나 돌아다니며 침낭을 하나하나 확인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후회도 든다. 귀욤에게 전화하려 휴대폰을 꺼내 보니 그녀로부터 문자가 와있다. “어제는 제가 부끄러워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오늘은 무슨 낯으로 작가님 얼굴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더군요. 먼저 내려가는 게 편할 것 같아요.” 나희는 귀욤의 메시지를 읽고 뜻을 알 수 없었지만, 심정은 헤아리기로 한다.

  “둘이 전부터 아는 사이였나 봐요. 실제로 만난 건 어제가 처음이라지만.” 싸지타와 함께 온 제스가 말한다. 정뱅이 싸지타를 데리고 해 뜨기 직전에 사라졌다고 전한다. “분위기가 둘이 묘하던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뭐, 짐승도 아니고. 전 이해 안 돼요.” 제스는 동료가 부끄럽다는 듯 선을 긋는다. 

  나희는 짐승이 아니니 사라진 거라고 이해한다. 사람이니까 여자와 남자는 어딘가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안전 문제도 있는데,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죠.” 나희가 전화를 건다. 두 사람 모두 받지 않는다. 

  제스는 자신이 나중에 연락해 보겠다고 하며 나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예상 밖의 실종자들이 생기는 바람에 하산 시간이 지체되자 꿀벌이 불만을 말한다. “회사가 여의도라 시간이 빠듯해요. 저 혼자라도 먼저 출발하고 싶지만 여기서 등산로까지는 길도 없고, 방향 잃어서 헤매기라도 하면 정말 낭패거든요. 좀 서둘러주실 수 없을까요?”

  사람이 셋이나 사라졌다고 꿀벌의 사정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나희는 그런 게 어렵다. 한참 전에 다 싼 짐을 멘 꿀벌은 정장 커버를 손에 든 채 발걸음을 산 아래 방향으로 옮겼다 돌아오길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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