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가까운 노래> 연재 글 발행일이지만, 브런치 작가 활동 1주년 기념 글로 대신하겠습니다.
작년 8월 23일에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고 며칠 후 첫 글을 발행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 이상 발행해서 이 글까지 총 71편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시 짓는 마음> 연재를 완료했고, <심장에 가까운 노래>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과입니다.
작가님들의 첫돌 기념 글을 보면서 1주년 기념 글 쓸 날이 오기를 고대했습니다. 1년 동안 글을 쓴 작가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5개월 차에 쓴 <브런치 운영 5개월 차의 기록>에서는 브런치 초심자로서 감상을 나누고 브런치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오늘은 브런치와 함께한 1년을 되돌아보며 대화하듯이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두서없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검색어가 OO이라니"
글이 쌓이다 보니 발행일이 아니어도 조회수가 높은 날이 종종 있습니다. 독자가 검색을 통해 제 글을 찾아오기도 하고, 지난 연재 글을 거슬러 올라가며 보기도 합니다. "유입키워드"를 보고 웃게 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검색어는 "꼴값 자작시"입니다. 제 글 <이름 짓는 마음>에 포함된 단어들입니다. 제 글을 다시 보고 싶은 독자가 기억을 더듬어 검색한 줄 알았는데요. 며칠 후에 깨달았습니다. 개그맨 조세호 님의 자작시를 검색한 것이었다는 걸요.
<이름 짓는 마음>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무명의 자유를 사랑합니다. 눈치 볼 것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유명한 작가이기라도 했다면 부끄러워서 발행하지 못했을 글이 여럿 있습니다. 글을 발행하기가 망설여질 때 이런 말을 되뇌곤 합니다. 내게는 지켜야 할 이름도 잃을 명성도 없다. 무명작가의 특권을 누리자. 꼴값도 괜찮다.
"브런치가 가져온 변화"
꼴값 얘기 나온 김에 미신 얘기도 좀 해보겠습니다. OO 세가 되면 운이 트일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나이가 된 게 재작년이었는데요. 그해 연초에 누가 그러더군요. 그런 건 만 나이로 따져야 한다고요. 1년을 더 기다렸습니다. 기대하면서 작년을 맞이했는데, 한 해의 반이 지날 때까지 신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마음만 편해지는 게 아닌가.
변화라고 할 만한 건 재작년 말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것뿐이었습니다. 글 쓰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긴 했지요.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 시가 제 삶에 들어왔고 브런치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습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달리 보이고 삶이 풍성해졌습니다. 글로 남기니 시간이 흐르는 것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불혹을 넘어선 지 한참 됐지만 이래서 불혹이라고 하는구나 싶게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 인터넷으로 본 토정비결에서는 제가 귀인을 만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평생을 같이 가는 은인이 단 한 사람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여름 한국에서 여러 문인을 만났고, 몇 번 좋은 자리에 초대받기도 했습니다. 호의를 베풀어주신 분들을 대하며 이분이 귀인이시구나, 했습니다. 지난달 대학 강의 제안에, 저분도 귀인이시로구나, 했지요. 만나는 모든 분을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귀인이 되어주신 걸까요. 평생 은인이 될 단 한 사람, 그분은 과연 누구일까요. 혹시 브런치에서 만나게 될까요?
"댓글을 통한 사유의 확장"
어느 작가님 말씀대로 브런치는 작가와 1대 1 북토크가 가능한 공간입니다. 저도 이곳에서 작가님들과 댓글로 소통하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배가본드 작가님은 <댓글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라는 글에서 '댓글과 대댓글을 통한 사유의 확장'을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댓글과 대댓글이 97개인 그 글을 옮깁니다.
"브런치 생활의 어려움"
꺼내기 불편한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브런치에 가입할 때 SNS의 성격이 있는 플랫폼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그저 글 쓰려는 목적으로 가입했는데 이곳은 단순히 글만 쓰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작가들 사이에 교류가 활발한 작가 커뮤니티였습니다. 당황했습니다. 고요한 절간에 작은 방 한 칸 얻었는데, 그 방이 광장 한복판에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난감함이랄까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상주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아주 오래전이고, 페이스북 계정을 닫은 지 십여 년 됐습니다. 인스타 계정조차 없는 원시인입니다. SNS를 이용하지 않다 보니 브런치의 SNS 같은 성격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품앗이하듯 라이킷을 누르고 맞구독하는 방식이 창작활동의 본질을 흐린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저 역시 작가님들의 호의에 호의로 응답했습니다. 구독자와 관심작가 수가 늘고 읽어야 할 글이 늘어나면서 즐거움과 함께 피로도 쌓였습니다. 아이가 아무리 예뻐도 아이 키우는 일은 힘든 것처럼요. 물론, 다른 작가와 교류하지 않고 꾸준히 창작활동 하는 작가도 많지만, 그 또한 쉬운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브런치 작가가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람꽃 작가님의 브런치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을 담은 글 <뭐가 문제일까?>를 옮깁니다. 작가님과 비슷한 성향이어서 매우 공감되는 글이었습니다.
"글은 수준이 아니라 취향"
곧 책으로 나올 한서율 작가님의 문장, "글은 수준이 아니라 취향입니다"를 좋아합니다. 글이란 수준이 아닌 취향이니 구독에 있어 조금 더 자유로워져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수의 작가가 여러 장르, 여러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 역시 다양한 소재로 수필을 썼고, 요즘은 시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저를 구독한 독자가 제가 발행한 모든 글을 흥미롭게 읽을 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시를 즐겨 읽지 않는 독자가 있겠고, 미국 이야기에 관심 없는 독자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작가 구독보다 관심사에 따라 매거진, 브런치북 구독이 활성화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구독과 관심작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담은 CJbenitora 작가님의 글 <비워서 더 채운 어느 날>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모든 브런치 작가의 글이 찐 팬을 만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함께하고 작가님의 소신과 결단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글을 옮깁니다.
"최초의 독자와 최후의 독자에게 쓰는 편지"
어느 작가님이 "나는 내 글을 읽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읽고 또 읽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글을 누가 조회하거나 라이킷을 누르면 그 글을 다시 읽곤 한다고 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면서 미소 지었습니다. 저도 제 글을 수십 번씩 읽습니다. 읽다가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고 걸리는 게 없으면 흡족하게 감상합니다. 울면서 쓴 글을 읽을 때면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눈물짓기도 합니다.
내 글은 나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최초의 독자이며 내 글을 가장 많이 읽을 독자인 나에게 글 쓸 때의 마음을 담아서 보내는 편지요. 또한 최후의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내 글은 살아 숨 쉬며 어딘가에 있을 최후의 독자에게 가닿을 테니까요.
"글로 나누는 마음"
글이 쌓여가면서 이제는 새로 발행한 글을 "글 랭킹" 첫 페이지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식 같은 글들이 순위 다툼 하는 것을 즐겁게 지켜봅니다. 모두 공들여 쓴 글이지만, 유독 오래 고심해서 쓴 글, 눈물로 쓴 글, 애정이 가는 글을 더 응원하게 됩니다. 그런 글이 상위권에 올라오면 흐뭇합니다. 독자가 내 진심을 알아봐 준 것 같아서요.
'라이킷'은 '마음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어느 작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제게 귀한 마음을 남겨주신 분들과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성실히 쓰겠습니다.
돌떡을 대신해 나누고 싶은 음악이 있습니다. 요즘 제가 일할 때 자주 듣는 재즈 피아노 연주곡 모음인데요, 그중에서도 스텔라 장의 노래 <L'Amour, Les Baguettes, Paris> (사랑, 바게트, 파리) 연주를 특히 좋아합니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댓글이 있어서 웃게 됩니다.
"사랑, 성심당, 대전"
성심당 대신 '튀소'를 써야 맞다고 다른 분이 첨언하더군요. 튀소는 성심당 대표 빵, 튀김 소보로입니다.
저도 하나 보탭니다.
"사랑, 젓갈, 강경"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