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거닐던
그 길에서
한 그루 나무가 된다
그대가
다시 찾아올까
우두커니 서서 그 길을 바라본다
그대의 눈이 무료하지 않도록
햇살을 빌려와
붉고 노랗게 채색하고
그대의 발이 아프지 않도록
낙엽을 빌려와
길 위에 한가득 쌓아두고
그대의 몸에 햇살이 닿도록
바람을 빌려와
앙상한 가지를 남기고
그대의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하얀 눈을 빌려와
길 위에 남은 아픈 흔적을 지우고
그대의 마음이 공허하지 않도록
하얀 서리를 빌려와
앙상한 가지에 예쁜 서리 꽂을 심는다
가을은 깊어가고
어느새 겨울은 하얀 눈을 따라 찾아오는데
그대는 그 길 위에 소복이 쌓인 한숨에 보이질 않는다
그 길에서
나무가 되고
다시 그 길을 거닐 그대를 기다리며
오늘도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서
한컷 치장하며 그대를 하염없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