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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위에 글 Dec 03. 2024

나무가 된 나

너와 함께 거닐던

그 길에서  

한 그루 나무가 된다


그대가

다시 찾아올까

우두커니 서서 그 길을 바라본다


그대의 눈이 무료하지 않도록

햇살을 빌려와

붉고 노랗게 채색하고


그대의 발이 아프지 않도록

낙엽을 빌려와

길 위에 한가득 쌓아두고


그대의 몸에 햇살이 닿도록

바람을 빌려와

앙상한 가지를 남기고


그대의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하얀 눈을 빌려와

길 위에 남은 아픈 흔적을 지우고


그대의 마음이 공허하지 않도록

하얀 서리를 빌려와

앙상한 가지에 예쁜 서리 꽂을 심는다


가을은 깊어가고

어느새 겨울은 하얀 눈을 따라 찾아오는데

그대는  길 위에 소복이 쌓인 한숨에 보이질 않는다


그 길에서

나무가 되고

다시 그 길을 거닐 그대를 기다리며


오늘도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서

한컷 치장하며 그대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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