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멋대로 만평 100회 (6)

자격이 없으면 입을 다물라?

by 서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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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메모하라고 준 화이트보드가 재난(?)의 시작이 되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3

(2) 화이트보드에, 느닷없이 만평을 그리고 말았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5

(3) 이명박, 내 30대를 통째로 집어삼킨 자

https://brunch.co.kr/@seochanhwe/76

(4) 너무나 당연히, 아는 것과 그리는 건 전혀 달랐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8

(5) 그의 낯짝

https://brunch.co.kr/@seochanhwe/84

(6) 자격이 없으면 입을 다물라? <<< 현재 글

https://brunch.co.kr/@seochanhwe/85

(7) 100회 채워 볼까?

https://brunch.co.kr/@seochanhwe/86




백판에 만평을 그린지 한달 째쯤 되던 때 43회차(2011.01.31)가 나왔다. 43회의 제목은 <다 된 밥에 밥숟가락 올려 놓기> 편. 당시 삼호주얼리 호 구출작전과 소말리아 해적 소탕이 큰 이슈였는데, 어떻게든 청와대가 먼저 알리고 언론이 받아 쓰게 하려던 속셈을 들키면서 망신살을 자초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청와대는 어떻게든 다 무사히 구조됐다는 말을 만들기 위해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다쳤던 사실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의식 잃은 채로 귀국해 수술대에 오르는 와중에도 ‘주치의를 보냈다’ 같은 식으로 포장하려 들기도 했다.


20110131_다차린밥상에밥숟가락올리기.png 백판만평 43회


비단 이 건만이 아니다. 이명박은 매번 뭔가 건수만 있으면 미련맞을 만큼 “그거 다 내가 한 것” “사실 그거 내가 시킨 것”이라는 소리를 했다. 이명박은 매번 이 설레발로 그나마 칭찬받을 수 있을 법한 일조차 그르쳤다. 설레발을 떨다 보니 결국 일 처리 자체가 제대로 된 게 아니라는 상황이 뒤이어서 드러나는 일 뿐. “이거 다 내가 시킨 일인 거 아시죠?!”라고 외치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자기 보기에 멍청한 국민(!)들은 그걸 안 알아주는 데다 뒤탈은 계속 나니 답답하기도 했을 터다.


아닌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임기를 시작한 지 100일도 안 되던 2008년 5월 무렵 문화체육관광부 홍보 담당자 대상 교육자료를 통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낄 수 있다”라며 국민 여론 면에서 조작과 날조를 일삼을 것임을 천명한 바 있고, 실제로 이 기조는 임기 내내 유지됐다.



02100000012008052826_1.jpg 한겨레21(08. 05. 26) 입수, 보도 <부정적 여론 진원지, 적극적 관리 필요> 중


이 당시 나는 “대체 퇴임하고 나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러나”라고 적기도 했는데, 결과는 현재 보는 바 대로다. 이 때 43회차에는 밥그릇 세 개에 ‘자원 외교’ ‘원전 수주’ ‘해적 소탕’이 적혀 있다. 그 때엔 그나마 성과라고 생각했던 이들 이야기들 가운데 어느 하나 진짜 성과인 건 없었다. 이 조급한 설레발은 박근혜 정권기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성과로 내밀 수 없거나 내밀어선 안 될 걸 성과로 포장하려면 억지를 써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말 온 힘을 다해 세상을 속이고 싶어했다.


한데 이 43회차쯤 된 시점부터 시비가 붙기 시작했다. 자잘한 악성 덧글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한달 내내 이명박에게 화내는 모습에 슬슬 본격적으로 불편한 마음들이 들었던 모양이다. 일찍이 극우파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어가며 일베(일간베스트)의 프로토타입 노릇을 하기 시작하던 이글루스에는 지금도 이름을 대면 알 법한 유명한 괴물들이 슬금슬금 등장해 있었다. 이 부류 아이들의 외침은 디씨인사이드는 물론 지금의 일베를 지배하는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 모두는 너나 할 것 없이 등신이다. 너희만 깨끗한 척, 올바른 척 하지 마라”


이들의 해악은 한도 끝도 없지만, 그 가운데에서 사람들을 가장 괴롭혔던 방식은 성실한 들볶기였다. 촛불, 반 이명박, 반 극우 정서가 조금이라도 비치는 사람이라면 해당 계정을 성실하게 찾아 이죽임과 비아냥을 퍼부었다. 내 계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시비가 붙기 시작한 즈음이 이 43회를 전후한 즈음이었다. 이 아이들은 내게 말할 자격을 물었고, 그 자격이란 ‘정식 만평가가 아닌 사람이’ ‘매우 후진 솜씨로’ ‘만평이란 걸 그려서 올리는 행위’에 집중됐다. 당연히 그림과 연출이 엉망진창인 입장에서 비웃음의 포인트는 ‘이런 주제에’ ‘왜 이런 걸 올리나’가 됐다.


이건 만평 그리기를 마친 이후에 박근혜 당선이라는 소식에 이글루스를 때려치우던 그 시점까지 반복됐다. 고작 이런 낙서조차 자격이 필요하단다. 바꿔 말하면 데뷔한 거 아니면 하지 말란 소리고, 사실은 그조차도 아니고 이명박 비판하지 말란 소리다. 당장 저 43회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네가 싫어한다고 어찌 저리 유치하게 묘사하냐-였다. 전제가 참 교묘해서 무릎을 탁 치기도 했다. 게다가 이명박이 유치한 줄은 알았나 보다.


이런 일련의 협박은 나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민들이 겪은 일이다. 사람의 작동 원리를 위를 향한 욕망으로만 해석하며 의도와 저의를 캐묻고 비웃는 행태가 꽤 조직적으로 일어났다. 이들이 어디에서 와서 왜 이러고 있는가를 확인할 방법도 없고 이제는 몇몇 사이트가 아닌 사회 전반의 평균 수준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나, 분명한 건 이들의 방식이 누군가의 입을 틀어막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효과를 냈다는 점이었다. 모두가 논문 수준의 엄정함을 지니고 일정 이상의 자격까지 갖춰야 비판할 수 있다는 식이면, 그거 안 되는 아랫것들은 말도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런 식의 협박을 몹시도 성실하게 끊임없이 사소한 지점에서부터 반복했다.


슬슬 피곤하고 짜증스럽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들이 원하는대로 바로 때려치워주고 싶진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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