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멋대로 만평 100회 (7)

100회 채워 볼까?

by 서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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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메모하라고 준 화이트보드가 재난(?)의 시작이 되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3

(2) 화이트보드에, 느닷없이 만평을 그리고 말았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5

(3) 이명박, 내 30대를 통째로 집어삼킨 자

https://brunch.co.kr/@seochanhwe/76

(4) 너무나 당연히, 아는 것과 그리는 건 전혀 달랐다

https://brunch.co.kr/@seochanhwe/78

(5) 그의 낯짝

https://brunch.co.kr/@seochanhwe/84

(6) 자격이 없으면 입을 다물라?

https://brunch.co.kr/@seochanhwe/85

(7) 100회 채워 볼까? <<< 현재 글

https://brunch.co.kr/@seochanhwe/86




백판만평을 그리기 시작한지 한 달만에 40여회차가 나왔지만, 기세는 서서히 그리고 명확히 꺾이고 있었다. 한 달을 넘겨 슬금슬금 안 그리는 날도 생기면서 조금씩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마음에 오기를 깃들게 한 건 다름아닌 반응들이었다.


정치적인 관점이 드러나는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동조자만 찾을 리야 만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덧 빈번히 찾아오는 반응들은 피로도를 높였다. 반응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일단 첫째는 낙서 수준에 지나지 않는 만화를 올리는 행위 자체를 조롱하는 경우다. 만평이라고 올리려면 매체 연재라는 자격과 그에 걸맞은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뭘 믿고 무슨 목적으로 이런 걸 그리는 건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둘째는 이명박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즐거워서 그릴 뿐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그냥 네가 이명박이 싫을 뿐 아니냐는 것이지. 그리고 셋째는, 팩트를 체크한다며 이 자료 저 주장을 마구 들이대는 경우다. 셋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또 결국은 명확하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구구절절 늘어놓은 말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듣보잡은 닥쳐”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공공연하게 노무현 지지를 천명하고 있었다. 자연히 정치적 입장의 반대자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노무현 지지는, 지금의 문재인 지지도 마찬가지지만 오른쪽의 자유당, 왼쪽에선 당시 진보신당을 비롯해 지금의 정의당과 민중당 계열에 서 있는 이들, 그리고 그 외에 기존 정치 세력이라면 다 잘못됐다고 우기는 이들까지 통째로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그 때엔 그랬다. 노무현이 제 몸을 던지며 주춤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노무현 때리기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전국민 스포츠였고, 지지자라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흔들리다 이탈해가기 일쑤였으며, ‘노빠’는 가장 안전하게 쓸 만한 멸칭이었다. 이 시기 한 자리 해 먹으려고 작정하고 들어온 이들 대부분은 지금에 와서는 그 누구보다도 노무현과 문재인을 극렬하게 공격하는 입장에 서 있으니 권력욕과 인정욕이란 참 부질없는 노릇이다. 어쨌거나 노무현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온라인에서 생각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그 때엔 스스로를 사방천지의 아귀들에게 먹잇감으로 주는 길이었다. 사실은 ‘만평을 그려서’가 실제 이유는 아니었는데, 그 와중에 몹시 어설픈 그림으로 만평이랍시고 올리고 있으니 더더욱 가소로웠을 터다.


다만 내가 이 당시 조금 놀랐던 까닭은, 정말 우스운 수준이라면 무시를 하면 그만일 텐데 굳이 그러지를 않더라는 데에 있었다. 실수라도 조금 나올라 치면 그걸 지적한다고 난리가 났고, 이번엔 비슷하게 그린 것 같다고 한 마디 적어놓으면 이게 비슷하단다~라며 들고 가서 흔들고 있기 일쑤. 이 때의 이글루스 뉴스밸리는 이미 지금의 일베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전락한 상황이었지만 그 때의 나는 아직 달관을 할 수 있는 정도로 마음이 단단하지만은 못했다.


이런 자발적 서북청년단 놀이가 횡행할 즈음 되니 좌측에 속한다는 친구들은 덜 맞기 위해서라는 빌미로 논리와 사실관계만을 앞세우는 경향이 생겼는데 문제는 문맥과 상황을 보지 않고 지엽적인 오류를 검증하러 다녔다는 데에 있다. 이런 경향은 오래지 않아 좌우를 막론하고 퍼져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 천지가 됐다. 이런 친구들의 포화는 정치 이슈에 관해 가슴 가는 대로 움직이면 그만이었을 뿐 작정하고 흑백을 가리려고 글을 남기는 게 아니던 사람들에게 향했다. 자연히 사람들은 들볶이다 지쳐 다른 공간으로 떠나갔고 공격자들은 사소한작은 승전보들에 취해갔다.


나 또한 이후 박근혜 당선과 함께 “거 봐라 깔깔깔”이란 비아냥 속에서 이글루스를 떠났지만, 이 시점에는 살짝 오기가 발동했다. 그게 세상의 법칙이라도 되냐? 정도 감상이라고 할까. 제깟 것들이 뭐라고 하든 100회는 채우고 보자. 명색이 백판만평이라 이름 붙였으면, 때려치울 땐 때려치워도 백 번은 해보고 봐야지?


마음을 다잡았다. 100이란 숫자가 이젠 목표가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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