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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story Dec 29. 2023

아내를 보호하라, 한국사람으로부터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외국인 아내의 한국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기를 당하기 매우 쉬운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기당할뻔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사이즈가 다른데요? 괜찮다고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을 가던 아내는 촬영 (아내는 패션 관련 일을 한다)을 위한 하이힐을 깜빡했다는 것이 생각나서 가는 길에 신발 매장에 들렀다. 촬영에 잘 어울릴만한 하이힐을 골라 사이즈를 확인하고자 매장에 계신 분에게 사이즈를 물어봤다. 해당 직원 (혹은 사장님. 아내 생각으론 아마 사장님인 것 같다고 한다) 은 그곳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 사이즈가 있냐고 물어보았고 다른 직원이 확인하러 간 사이 아내에게 '일단 결재를 하자'라고 유도하였으나 아내는 일단 기다렸다. 사이즈를 확인하러 간 직원이 다시 돌아와 '그건 사이즈가 다 나갔어요'라고 말하는걸 아내가 똑똑히 들었는데, 직원분은 아내가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다른 사이즈를 그냥 주고선 빨리 결재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내는 '사장님 이거 사이즈가 달라요'라고 말했고 사장님은 '아니 비슷해 괜찮아요'라고 했다고 한다. 


사이즈가 다른데 괜찮으니 빨리 결재를 하라. 이게 무슨... 듣도 보도 못한 경험일까. 아내는 매장을 나와서 내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이즈를 보여주지도 않고 일단 카드부터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냐면서, 무슨 다른 사이즈를 주고 비슷하다고 괜찮다고 하냐면서 한국말이 서툴어 그 자리에서 항의할 수 없음을 한탄한다. 신발 한 켤래라도 더 팔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원래 그래요 (그럴 리가요)

렌털 스튜디오에 예약을 하고 촬영을 하다가 촬영이 지연되어 시간 연장을 해야 했었던 적이 있었다. 

스튜디오 사장님에게 시간 연장에 대해서 허락을 받고 추가 요금은 나갈 때 계산하기로 했고, 촬영이 끝나 나가면서 스튜디오에 계신 직원에게 추가 요금에 대해서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기존에 예약할 때 입금한 예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과 추가시간에 대한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아무리 계산해도 원래 금액보다 더 달라고 하는 것이다. 추가로 이용한 시간에 대한 추가요금에 더해 현장추가 수수료와 같은 개념이 추가된 것이다. 아내는 해당 직원에게 이미 사장님과 얘기를 해서 추가 요금 안내까지 받았는데 더 큰 금액이 나왔다고 열심히 설명하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원래 그래요' 뿐이었다. 


스튜디오에서 나와 내게 전화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 차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혹시나 정말로 '원래 그래요' 일수도 있으니 무작정 항의하기보다는 먼저 확인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해당 스튜디오의 이름을 확인하고 해당 스튜디오 홈페이지에 들어가 추가/환불 규정 등 적혀있는 모든 규정을 다 읽어보았다. 물론 '원래 그래요'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무언가 결재하는 데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라며 설명을 드렸고 사장님도 다시 확인해 보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내게 전화를 걸어 원래 요금보다 추가로 받은 6만 원을 돌려주신다고 하셨다. 


거의 일상이 되었다

아주 가끔 이용하는 택시부터 시작해서 이런 비슷한 일들은 지난 4년여의 결혼생활 내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나는 최대한 감정적으로 이런 일들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받아들이지 않도록 노력하기 위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항상 나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게 과연 '외국인'이라서 발생한 일일까 아니면 같은 '한국인'에게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일까? 아니면 '외국인'이라서 발생할 확률이 더 높은 것일까? 


과연 한국인을 상대하고 있었다면 그 신발 매장의 직원 (혹은 사장님) 은 사이즈를 보여주지도 않고 카드결제부터 할 테니 카드를 달라고 했을까? 과연 스튜디오의 직원은 대충 '원래 그래요'라며 추가요금을 부당하게 챙겼을까? 지금까지 내가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거주한 경험을 생각해 본다면, 큰 금액 혹은 큰 건의 사기 같은 것들은 들어보긴 했어도 이렇게 일상 속에서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외국인을 상대할 때에는 이상하게도 양심, 도덕, 윤리 등의 기본적인 것들이 더 작아지는 것 같다. 더 이상 외국인을 상대한다는 이유로 양심을 없애는 일은 없어지기를 바란다. 


절대로 모든 한국인, 혹은 외국인을 일반화할 의도는 없으니 혹시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Note

러시아 여성과의 결혼생활 시리즈

결혼생활 속에서 겪은 많은 에피소드 들을 글로 담아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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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러시아 여자와 결혼했다.

2. 러시아 여성이라는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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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야~ 이제 산도 글로벌 하네!

5. 외국인 아내를 둔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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