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
우리가 이번 잘츠부르크 여행을 오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사운드 오브 뮤직'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우리 가족 모두, 심지어 3살 윤서까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이다. 또 이건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한데, 영화 속 노래들은 내가 어린 시절 항상 엄마 목소리로 듣던 익숙한 음악들이었다. 언젠가 난 'Sixteen going on Seventeen' 속의 아름다운 가제보 안으로 가보고 싶었고, 오랜 소망이 이루어져 이번에 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두와 잘츠부르크에 오게 되었다.
아이는 지난 밤부터 기대에 차 있었다. 아이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니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나와서 그런지 금방 노래를 익혔다. 처음엔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도레미송'은 이제 제법 잘 부르고, 'Sixteen going on Seventeen'은 아직 음만 중얼중얼, 'So long, Farewell'은 얼추 따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우리는 윤서에게 "'도레미송' 언니가 노래를 부른 곳에 갈 거야"라고 했더니, 아이는 여행 내내 언제 거기를 가냐고 그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Sixteen going on Seventeen'을 찍은 곳에 가서는 자기도 아빠와 춤을 출거라고 내가 여행 가방을 싸는 동안 빙글빙글 소파를 돌면서 춤 연습을 했다.
잘츠부르크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그중에 제일 유명한 것은 Official Sound of Music Tour라고 이름 붙은 파노라마 투어 버스다. 큰 관광버스를 타고 4시간 코스 혹은 8시간 코스를 선택해 주요 장면을 찍은 곳들을 둘러보는 것인데, 우린 아이가 있기 때문에 짧은 4시간 코스를 선택했다. 내 예상대로 역시나 잘츠부르크에는 나처럼 '모차르트'보다 '사운드 오브 뮤직' 때문에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아침 일찍 모이는 장소에 갔더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 있었다. 하루에 두 번씩, 이렇게 매일 365일 관광객들이 영화 속으로 빠지기 위해 몰려든다.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정말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마을 전체를 먹여 살려 주고 있구나 싶었다.
투어 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본 트랩 가족들의 저택, 정확히 말하면 그 저택의 뒷면 촬영을 한 장소에 갔다. 그러니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본 트랩 대령 가족들의 집은 앞면과 뒷 면의 장소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이 투어를 하면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 들을 수 있는데 난 그런 이야기를 듣는게 정말 재밌었다) 호수 너머에 있는 저 저택은 사유지라서 가까이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저 호수와 저택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이들이 배를 타고 놀다가 엄한 아빠를 보고 놀라 호수에 모두 빠졌던 장면이 상상이 되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본 트랩 대령의 첫째 딸 리즈와 우편배달부 랄프가 천둥 치며 비가 쏟아지는 날 'Sixteen going on Seventeen'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던 가제보.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했다. 원래 이 가제보는 다른 곳에 있었는데,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영화사에서 잘츠부르크 시에 이 가제보를 기증을 했다. 잘츠부르크 시는 1991년, 이 가제보를 복원에서 지금의 새로운 장소로 이동을 시켰다. 비록 가제보 문은 닫혀 있어서 안에 들어가서 춤을 추겠다는 아이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 본 트랩 대령의 첫째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이 'Sixteen going on Seventeen' 곡을 살리기 위해 첫째 딸 리즈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버스는 이어서 영화 속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줄 때 등장했던 푸실 호수, 마리아가 처음 살던 수녀원을 차례로 지나 마리아와 본 트랩 대령이 결혼식을 올린 성당이 있는 몬지(Mondsee) 마을을 향했다. 영화 속에서 그 둘은 수녀원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이 작은 마을의 멋진 성당 안에서 촬영했다. 몬지 마을에서는 휴식 시간이 있었는데 우린 성당 앞 예쁜 까페에서 My Favorite Things에도 나오는 사과 스트루들(Apple Strudel, 독일어로는 '아펠슈투르델'이라고 부름)을 먹었다. 이제껏 오스트리아 와서 먹었던 스트루들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
투어가 끝날 무렵 다시 잘츠부르크 시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영화 속 장면과 실제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는 재밌는 영상을 봤는데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영화를 다시 보고 싶었다. 이미 여러 번 본 영화지만, 이번에 새로 보면 예전에는 안보이던 장면이 보일 것 같았다. 이보다 더 멋진, 잘츠부르크를 기억할 기념품이 또 있을까 싶었다. 다음에 내가 다시 이 곳을 찾게 된다면 아마도 온 산과 들이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5월이나 6월 즈음이 아닐까 싶다. 그때는 영화 속 첫 장면의 마리아처럼 아이와 함께 대자연 속에 푹 파묻혀서 도레미 송을 부르면서 알프스의 온 봄을 만끽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