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이야기 #5

자료조사

by Snoopyholic

지금이야 먹고 살 돈을 주는 번역과 통역 일을 하고 있지만 나의 꿈은 언젠가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을 잘 써야 한다는 아주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맛깔나면서도 빈틈없는 글을 쓸 줄 아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쓰려는 분야에 대해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과학적이나 역사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불안정한 인간의 감정이든 아예 상상으로 만들어 낼 세계이든 이치에 맞는 이야기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식과 이를 검증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수다.

내가 쓰려는 소설은 한국인들이 1982년부터 캔이라는 형태로 섭취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회나 각종 요리로도 등장하게 된 ‘참치’라는 생선이 주인공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재일수록 정확하게 검증된 지식을 사용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사람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자칫하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케스케가 준 소중한 영상자료로 참치의 생태적 특성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참치가 평생 입을 벌린 채로 쉬지도 못하고 헤엄을 쳐야만 생존이 가능한 숙명을 지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참치는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속 20km부터 130km까지의 속도로 대양을 유영하며 되도록 많은 해수와 접촉하지 않으면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한다. 분명 츠키지 시장에서 봤던 모든 냉동 참치들도 하나같이 입을 벌린 채 꽁꽁 얼어 있었다. 죽음을 맞이하고 빠른 속도로 냉동되는 순간조차 그들은 숙명 때문에 입을 다물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 외에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사는 참치를 어떻게 원양어선이 잡는지, 최첨단의 원양어선에서는 잡은 참치를 어떻게 냉동시키는지, 그리고 각지로 팔려나간 참치들이 어떤 요리로 탄생하는지에 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생태적인부분이나 현대적인 원양어업의 과정을 제외한 모든 정보가 어디까지나 일본의 상황이라는 문제가 남았다. 서울로 돌아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알아보고자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하려했으나 내용 자체가 너무나 뻔하고 한정적이어서 고전했다. 해양수산부에까지 전화를 걸어봤지만 인터넷을 참고하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그동안 모은 정보를 출력해서 몇 번이나 읽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로는 부족했다. 결국 이렇게 소설을 진행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건가 해서 침울해졌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그녀의 어머니가 참치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쪽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반가운 마음에 지금 쓰려고 하는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자 고맙게도 그녀는 당장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날짜를 잡아줬다. 아직 행운의 여신은 나를 향해있음이 분명했다.

며칠 뒤 한산한 평일의 점심시간에 친구 어머니의 참치 레스토랑을 찾았다. 어머님으로부터 바로 조리를 담당하시는 부장님을 소개받았다. 인사를 하고 앉았더니 대뜸 초밥부터 만들어주셨다.

“잘 해동해서 3일 동안 잘 숙성시킨 아카미에요. 많은 사람들이 산 생선을 막 잡아서 먹는 것이 가장 신선하고 맛있다고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막 죽은 생선은 사후경직 때문에 살이 단단하죠. 어떤 생물이든 죽는 순간 산화가 시작되거든요, 생선마다 다르긴 하지만 참치의 경우엔 약 3일이 가장 맛있게 산화 되는 기간이라고 하죠. 그 정도면 사후경직이 적당하게 풀리고 산성과 알칼리성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어 최상의 맛이 나는 거죠. 그나저나 참치에 대한 소설을 쓴다면서요?”

“네.”

나는 그에게 제법 심각하게 어떻게 소설을 쓸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내용을 이끌어가고 싶은지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에는 그저 얼른 참치 초밥이나 먹고 돌아가라는 인상을 풍기던 부장님에게 나의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태도가 달라진 그로부터 성의가 느껴지는 설명이 술술 나왔다. 나도 눈을 반짝이며 부장님의 설명을 들었고,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바쁘게 수첩에 옮겨 적었다. 물론 그의 이야기는 자신도 소설가의 꿈을 꾼 적이 있다는 이야기부터 중장비와 기계를 주로 다루던 조리용 칼은 잡아본 적도 없던 자신이 군대에서 취사병을 거쳐 사시미칼을 쥐게 된 사연까지 자주 삼천포로 빠지곤 했지만 그런 때마다 그가 눈치 채지 못하게 살살 유도해서 참치로 이야기를 돌려놓았다. 그로부터 들은 참치에 대한 정보는 대략 이러했다.

일반적으로 참치로 알려졌지만 사실 표준어는 다랑어다. 다랑어 중에서도 참다랑어, 황다랑어, 눈다랑어가 10kg~600kg까지 성장하며 조리되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먹을 수 있다. 횟감이나 초밥 등에 쓰이는 것이다. 크기가 작은 종에 속하는 날개다랑어나 가다랑어는 주로 캔으로 가공된다고 한다. 그리고 참치는 혈액이 많은 붉은 살 생선으로 살이 무른 편이라서 두껍게 썰어서 먹는다. 잡는 즉시 급속냉동을 해야 하는 이유도 혈액이 많아서 부패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방이 많을수록 비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른 사람들이 쏘는 혐오의 눈빛을 견뎌야하는 인간의 몸과는 달리 참치의 몸은 지방함량이 클수록 그 크기가 커지고 맛이 좋아져 ‘몸값’이 상승한다. 실제로 한 마리의 참치에서도 지방이 가장 많이 낀 뱃살의 가격이 가장 비싼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참치의 맛은 제일 먼저 원양어선에서 급사시킨 뒤에 내장과 피를 제거한 뒤에 급속냉동 시키는 과정에서 차이가 난다. 얼마나 신속하고 깔끔하게 이 과정이 이뤄졌는가가 관건이다. 다음으로는 해동방식과 숙성정도, 조리하는 사람의 칼 다루는 실력에 따라 맛의 차이가 다시 한 번 판가름 난다. 칼의 경우 얼마나 좋은 칼을 쓰느냐에 따라서 살을 자르는 단면에 따라서 맛의 차이가 생긴다니 도무지 이 세계의 이야기는 하도 넓고 방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맨몸으로 깊은 대양 한 가운데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다. 문제는 나의 수영실력이 아직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물은 엄청 차가울 테고 혹시 근처에 무서운 백상어라도 있으면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어쨌든 나는 우선은 적어도 가라앉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손과 발을 휘적거렸다.

부장님이 만들어주는 맛있는 참치 초밥을 배부르게 먹고 후식으로 향기 좋은 홍차를 마시는데 그가 나에게 참치 이야기의 집필이 끝나면 자신의 인생을 모델로 한 소설을 한 편 써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나쁘지 않은 생각이니 고려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이란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 만약 누군가가 조금만 재미있게 각색해서 책으로 출판하게 된다면 베스트셀러까지는 아니어도 꽤 잘 팔리는 흥미진진한 소설 감인가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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