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흔하나
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
이채
한줄기 바람도 없이
걸어가는 나그네가 어디 있으랴
한 방울 눈물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여름 소나기처럼
인생에도 소나기가 있고
태풍이 불고 해일이 일 듯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지만
인생이 짧든 길든
하늘은 다시 푸르고
구름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여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물소리에서
흘러간 세월이 느껴지고
바다 모래에서
삶의 고뇌가 묻어나는
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
녹음처럼 그 깊어감이 아름답노라
바람도, 눈물도, 태풍도, 소나기도 지나갑니다. 구름처럼 지나갑니다.
햇살과 파도, 반짝이는 모래같은 찰나의 기억으로 살아갑니다.
그렇게 나이듭니다.
나이 드는 것을,
이제 중년이라는 것을,
한숨 쉬며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 8월의 녹음이 짙어지는 것처럼 아름답다니!
우와,
한숨 쉬지 않고
가슴 펴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61년생 이채 시인님,
인생 선배님께 한 수 배웁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