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 투 도어 1시간의 삶, 새로운 시작
대학교 3학년 즈음, 집안사정으로 인해 아빠와 따로 나와 살게 되었다. 아빠의 회사는 강남에 있고 우리 학교는 구로에 있기에 중간 지점을 찾아 집을 구하러 다녔다. 평생을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나는 빌라나 다세대주택에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사실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집이 망한 처지에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복비 없이 마포구 성산동에 집을 구했다. 1층, 15평 투룸에 2012년 기준 500/45만원에 관리비 2만원이면 서울치고 괜찮았다. 물론 90년대에 지어진 전형적인 빨간 벽돌 빌라로 연식이 오래된 집이었으며 마포구청역에서 집까지는 도보로 10~15분이 걸렸다. 게다가 겨울이면 썰매를 탈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언덕을 올라가야 했다. 그래도 서울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도보 15분이어도 근처에 역이 있다는 것도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2번이나 환승을 해야 됐다는 거다. 마포구청역에서 6호선 탑승→합정에서 2호선 환승→신도림에서 1호선 환승→온수역에서 학교까지 도보 10분(가끔 구로07을 타기도 했다). 지하철로는 33분이 걸리지만 환승하고 걷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1시간이면 되었다. 기존 통학시간 편도 1시간 반에서 1시간이 된 것인데, 왕복이면 3시간에서 2시간으로 1시간 줄은 셈.
이 1시간의 차이는 내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켜 주었다. 비록 짧게 환승하는 구간이 많아 서서 갈 지라도 지하철을 30분가량만 탄다는 것은 피로도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되었다.
또 지각해서 출석점수를 깎아먹는 일도 줄었고, 강의시간에 매번 헤드뱅잉을 하면서 졸지도 않게 되었다.
이번엔 서울에 살아봤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경기도민은 드디어 서울에 거주함으로써 행복해졌다‘라고 끝내기엔 이건 마치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엔딩이니까. 2012년~2013년, 2014년~2017년 서울을 떠나기까지 약 5년간의 시간을 솔직하게 말해보겠다.
성산동으로 이사 온 날 밤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누워서 바라본 천장이 밤하늘 같이 느껴졌고,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마치 별빛처럼 반짝여 보였던 그 날이. 할머니와 함께 일찍 잠들면서 각오를 다졌다. 지금은 이렇게 허름한 집에 살지만 꼭 성공해서 나중엔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살겠다고.